골프장 공화국, 여주를 가다 _ 문진미



전체면적 607.97평방킬로미터, 총인구 10만3976명(2004년 현재), 쌀과 도자기로 유명한 제법 살만한 축에 드는 농촌지역이며, 서울과 불과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방도시인 여주가 지금 골프장으로 크게 잠식당하고 있다.
여주는 광주산맥의 연장이 해발고도 3-400미터의 저산성 구릉을 이루며 기복하고, 한가운데를 남한강이 남동에서 북서로 흐르는 전형적인 분지 지형으로 전체면적 중 임야가 54.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어, 안온한 부락을 형성하고 주민들의 대부분은 좋은 토양과 물을 이용해 쌀농사를 짓고 있는 살기 좋은 천혜의 지역이다. 그러나, 이런 지리적 잇점들이 오히려 주민들에게는 재앙이 되고 있다. 골프장 입지로서 최상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

야트막한 산들이 주위를 싸고 있는 분지형태는 골프장 내방객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천연 보호림이 되고, 알맞은 구릉은 라운딩의 묘미를 살리는 최적의 조건을 형성하며,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라는 지리적 잇점은 돈 많은 서울 손님들의 구미를 확 당긴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이 많아 경기도임에도 불구하고 지가가 아직 강원도 수준이라 골프장 운영주들에게는 최적의 투자지가 되고 있다.여주는 현재 11개의 골프장 252홀이 성업중이고, 2곳이 건설중이며, 허가를 신청해놓은 곳이 6곳이나 된다. 지금 여주는 가히 골프장 왕국이라 할만하다.

초등학교와 불과 60여 미터 떨어진
가남아일랜드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골프장은 성산레저(주)가 추진하고 있는 가남아일랜드다. 현재 공사 중인 이 골프장 사업예정지는 인근 송삼초등학교와 불과 60여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학교 급수용 지하수 관정과 골프장의 오염된 물을 담아두는 최종 저류지는 불과 5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학부모들의 큰 저항을 일으키고 있다.

송림리 이장 유용호씨에 따르면, 현재 골프장 부지는 양돈장인 대현농장이었다. 그러나 축사의 오염된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당시 학교 뒤에 있던 우물을 오염시켜 정화명령까지 받았고, 식수 고갈로 인한 문제가 심각했다. 그 후 양돈장측이 현재의 위치에 다시 관정을 파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결국 양돈장은 9년 전에 이전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식수오염은 이미 검증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식수오염뿐 아니라, 맹독성 농약으로 인한 대기오염, 학교 앞 통학로의 교통증가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 등으로 인해 학습 환경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으로 보인다. 송삼초등학교 자모회장은 “여주는 지금도 골프장 천지인데 어떻게 학교 앞까지 어른들의 공놀이를 위한 장이 돼야 하느냐, 학교시설을 증설하고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는데 이제 골프장 때문에 하나둘 마을을 떠나고 싶어한다.”며 폐교 위기까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 자모회장은 지난 겨울 혹한 속에서 골프장을 반대하는 일인 시위를 경기도청 앞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여주환경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좥학교보건법좦 등 관계 법령을 보면 교육감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설정할 때, 학교출입문으로부터 50미터까지의 지역을 절대정화구역,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미터 지역 중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지역을 상대정화구역으로 구분하고 있음에도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통학과 학습권을 보장할 수 없는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며 허가를 내준 경기도청을 강하게 비난했다. 게다가 학교와 골프장 사이를 막아주던 작은 숲마저 최근에 주택 용지로 매매돼 골프장의 오염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낼 방법이 없어졌다.

가남아일랜드 골프장은 작년 11월 사업신청 이후, 지난 1월 31일 주민들의 민원을 고려한 경기도측이 주민들과의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사업승인을 반려했고, 그 후 3월 28일 국무총리산하 행정심판위원회가 골프장에 대한 종합적 조사 없이 사업을 반려한 것은 ‘재량권남용’이라며 재결을 해 건설의 급물살을 탔다. 지난 5월 7일 경기도는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현재는 골프장 건설공사가 한참 진행중이고 이에 맞춰 법적 소송도 준비중이다.



친환경 농업 외면하는 여주시
비단 송림리만이 아니다. 현재 가남면에는 171홀 500만평의 골프장이 영업, 혹은 건설예정중이다. 이중 안금리는 마을 인근에 4개의 골프장이 운영중인데, 추가 건설예정인 골프장을 포함하면 총 10개의 골프장에 둘러싸이게 된다. 문제는 골프장과 마을 사이에 작은 산들이 있어서 파괴돼도 주변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안금리 이장은 “주민들은 실제로 친환경농업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골프장에서 제초제를 사용하면 그동안 주민들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다. 공무원들도 유기농인증을 받기 힘들 거라고 말한다. 수질 측정 이런 것들을 기본적으로 골프장측이 싫어한다. 골프장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으니 친환경농업을 농업회생의 탈출구로 생각하고 노력해온 주민들은 이제 골프장을 바라보며 한숨밖에 쉴 수 없다.”며 생업에 도움도 안되는 골프장이 오히려 피해만 주고 있다고 탄식했다.

마을 주민들의 상황이 이런데도, 여주군은 전혀 친환경적인 농업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엔 임창선 여주군수가 아침방송에서 ‘오이, 가지, 고추 등에 두루 쓰이는 농약을 골프장에 쓰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사기도 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보고자 노력하는 농민들을 상시적으로 맹독성 농약을 뿌리는 골프장과 단순 비교하는 오류를 범해,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절하시켜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농민들의 양심을 매도했으며, 골프장을 친환경산업인 것처럼 미화시켰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의 마인드는 대부분 지자체의 정책으로 반영된다. 여주군수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가 농민들의 공분을 산 것은 그 자체가 이미 정책으로 반영되거나, 골프장 공화국인 여주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증설을 위해 군유지도 맞바꾸는 골프장
연라리 주민들은 (주)금강레저가 기존 18홀 규모의 금강골프장에 9홀을 추가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 바 있다. 주민들은 골프장에서 막대한 물을 끌어다 쓰면서 마을 식수와 농업용수가 고갈됐고, 토사유출로 인해 하천이 범람할 우려가 있다며 여주군에 금강골프장 증설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금강골프장 부지는 원래 군유지였으나 지난 98년 여주군의회 임시총회에서 금강의 소유였던 지금의 세종삼림욕장 부지와 교환하면서 골프장 확장공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교환당시 금강측은 골프장 증설 계획이 없었고, 가족호텔의 건립과 망실되는 3개 홀의 이전, 물류단지 조성 등만을 이야기했었다. 이에 여주군에서는 물류단지 개발 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시키고,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등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 교환했다고 해명한다. 주민들은 당시 교환부지가 골프장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 반대했으나, 결국 주민들이 우려한 사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군유지도 바꿀 수 있는 위력이 실로 대단해 보인다.

여주 컨트리 클럽, 남한강 물 빼다 쓰고
여주군에서 제일 먼저 영업을 시작한 여주 컨트리클럽(이하C.C)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여주 C.C는 여주읍 하리 남한강에서부터 가업리까지 약 4.5킬로미터 구간의 소양천 물길을 따라 용수관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어 하천생태계 파괴의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골프장 관련 용수를 지하수로 충당해오던 여주 C.C는 지하수 고갈로 갈수기 채수량이 크게 모자라자, 남한강 물을 끌어다 쓰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역 환경을 고려하는 시민단체들은 ‘공사의 편의를 위해 하천바닥을 파서 관을 매설하는 방식으로 하천생태계를 크게 교란할 우려가 있다. 특히 하천 민물생태계 및 파충류 서식지인 습지를 파괴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 지역은 여주군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원화 사업과 연계해 하리구간 등 소양천을 하천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한 계획에 크게 위배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주환경연합 이은희 간사는 “서울 시민의 식수원이자, 여주군민들의 삶의 젖줄인 남한강 물마저 골프장 운영에 끌어다 쓰는 골프장이 도대체 어떻게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여주군의 행정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여주군 골프장 현황
명칭위치규모면적(m2)비고
불루헤런대신면 상구리 산 11-118홀 72파1,060,029영업중
여주여주읍 월송리 35-1127홀1,191,590영업중
금강 가남면 본두리 산 1-2 18홀862,038영업중(9홀 추가증설)
스카이벨리북내면 운촌리 산 40 36홀2,471,167영업중
자유가남면 삼군리 산 44 18홀985,077영업중
한일가남면 양귀리 산 69 36홀1,583,922영업중
신라북내면 덕산리 산 3-127홀1,749,471영업중
남녀주(대중)여주읍 하거리 산 64-118홀987,534영업중
이포금사면 장흥리 산 118홀1,079,931영업중
캐슬파인강천면 부평리 산 47-118홀1,057,645영업중
랙스필드산북면 상품리 산 10818홀1,351,489영업중
에이스(대중) 점동면 현수리 산 10-127홀1,438,632공사중
가남아일랜드(대중)가남면 송림리485-19홀264,176승인
가남가남면 양귀리, 안금리 일원27홀건설예정건설예정
여주나인브릿지여주읍 연라리 산 67-127홀1,369,809건설예정
여주그랜드가남면 안금리, 금당리 일원18홀1,048,856건설예정

강천면 부평리 산 109-19홀492,564건설예정



각종 규제완화에는 경기부양의 기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골프장 육성정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작년 7월 이헌제 부총리는 ‘평균 5년 걸리는 골프장 인허가 기간 및 조건을 4개월로 대폭 완화해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230개 골프장을 일괄 심사를 거쳐 조기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발맞춰 각 부처의 골프장 사기진작 시스템은 유효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현재 골프장 이용객수를 1511만5천 명으로 추산하며 현재의 골프수급이 심각하게 불균형해 가격상승과 외화낭비의 원인이 되므로 골프장 수를 늘려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계획 승인의 의제처리를 확대해 민원을 일괄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골프장 건설에 대한 각종규제를 완화하며, 세금을 낮추고, 인허가 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또한 5월 30일 환경부는 충주 노원컨트리 클럽 건설사업 등에 대해 생태자연도 최종안을 고시하더라도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사업계획이 확정된 관광단지, 택지개발, 골프장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소급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환경부에서 우수 환경보전을 위해 각 부처의 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일례 등을 비춰본다면 환경적으로는 대단히 후퇴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각종 규제와 제약의 고리를 벗어던지고 국토의 산림을 잠식하며 성장할 골프산업. 연간 27조 2천억의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며 계속되는 면죄부 속에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골프산업. 이들의 경기부양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진미 기자 mj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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