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에 공해를 수출합니다

공해수출이란 석면과 같이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나 기술 또는 전자폐기물, 핵폐기물 등의 오염물질을 경제선진국에서 경제개발도상국으로 이전시키는 국가 간 교역행위를 말한다. 선진국 기업들은 최신기술의 설비는 자국 내에 유지하지만 섬유, 화학, 금속, 기계 등 오래된 제조설비들은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에 이주시켜왔다. 이는 개발도상국가에서 과다한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불렀고 직업병과 환경오염문제의 원인이 되어왔다. 선진국의 유해산업들은 개발도상국가의 저임금 노동력, 규제미비, 기존규제의 미집행 등의 조건에 이끌렸고,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빠른 산업화를 위한 수단으로 유해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선진국 산업을 유치해왔다.    

이중기준은 공해수출을 부르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일컫는 용어다. 선진국에서 강화되는 안전규제가 개발도상국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미비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환경이나 안전규정은 동일해야 함에도 수출국가에서 적용되는 규정이 수입국가에서는 적용되지 않거나 매우 느슨한 상태로 적용하는 이중성을 표현한 것이다

문제는 공해공장을 이전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산업보건 및 환경보건상의 경험과 개선대책이 함께 전달되지 않아 수입국가에서 이러한 문제와 피해가 고스란히 반복되거나 열악한 근로조건과 규제 미비로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것이다. 공해수출로 인한 대표적인 건강피해 사례의 경험적 교훈이 제도화되어 유사사례가 지구촌 곳곳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해수출로 인한 대표적인 건강피해에 관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방치된 인도 보팔참사

보팔참사는 미국의 다국적 농약회사 유니언카바이드사가 1969년 인도 중부 보팔(Bhopal)지역에 농약공장을 세워 운영하다 1984년 발생한 메틸이소시아네이트(Methyl IsoCyanate) 가스누출사고를 말한다. 그동안 2만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5만 명이 만성적인 질병에 시달리고 그중 5만여 명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사고 후 미국의 화학회사 다우케미칼이 유니언카바이드사를 인수합병했는데 보팔사고의 피해수습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방치하고 있다. 

보팔피해실태 파악을 위해 2007년과 2011년 11월초 보팔 현지를 방문했는데 보팔사고현장은 27년간 고스란히 방치되어 있었다. 2007년 방문 때 현지 운동가들이 지하수 오염문제를 크게 우려했었는데 2011년에 방문했을 때는 사고지역의 오염된 지하수로 인해 발생한 기형아들을 돌보는 자원센터가 2곳이나 운영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엄청난 인명손실과 치명적 보건위험이 발생한 사상 최악의 환경재난을 일으킨 미국회사 유니언카바이드(현재는 다우케미컬)의 책임 있는 사고수습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시아 3국을 떠돈 죽음의 공장 

1966년 일본 교토 근처에서 가동되던 토레이(Toray, 구 동양레이온)의 시가(Chiga)공장에서 한국의 경기도 구리지역으로 이전해온 원진레이온은 20년 이상 가동하다 수많은 산업재해환자를 양산하고 1994년 다시 중국 단둥으로 이전해 갔다. 

공해물질은 이황화탄소(CS2)로 일본 시가공장에서 44명의 뇌상환자가 발생했다. 한국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직업병 피해 규모에 대해 원진직업병 관리재단 담당자는 “2012년 9월 현재, 940명이 직업병 판정을 받았고, 이중 150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19명의 자살자가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원진레이온 직업병문제는 1990년대 한일 시민사회 간에 활발한 연대활동을 불렀고, 한국에서는 산업재해 전문 민간병원인 녹색병원이 설립되는 등 산업보건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각인된 의의를 갖는다. 

레이온공장의 국가 간 이전 배경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전한 경우 1960년대 중반 한일국교정상화와 한국의 중화학중심 경제개발정책이라는 역사적 경제적 배경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일본입장에서는 산업재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공해산업의 이전을 선호했고, 한국입장에서는 국가발전의 주요기조인 수출중심의 중화학공업 최우선정책 하에서 환경과 산업안전 개념이 전무한 상태로 공해산업을 국영기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이전배경에는 역사적 배경은 없지만 한국의 경우 수많은 산업재해 피해자가 발생한, 문제를 일으키는 국영기업을 팔아넘긴다는 배경이 작용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내륙지역과 동해안 공업 벨트라인지역 간의 경쟁과정에서 환경과 산업보건개념이 약한 단둥지방 정부가 공장을 유치해간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공해 수출된 공장이 다시 한국에서 중국으로 공해 수출되는 과정이 반복되었지만 공해수출이 발생하는 산업보건과 환경보건의 피해가 중국에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 세 나라의 시민사회와 학계 그리고 정부차원의 경험교류 및 협력이 필요하다. 

 

위험성은 숨기고 공해만 수출한 일본 미츠비시화학   

1980년대 말, 말레이시아의 주석생산지인 이포시(市) 인근의 작은 마을 부키메의 어린이들에게서 백혈병, 소아암, 선천성장애 등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율로 발생했다. 주민들은 일본의 미츠비시화학이 세운 아시안레아어스(ARE)공장이 배출한 폐기물을 의심했다. ARE가 폐기물을 버린 연못과 주변에 대한 조사결과 자연방사성의 최고 700배가 넘는 방사선오염이 확인됐다. 

ARE는 주석의 폐광석에서 나오는 모나사이트라는 광석에서 텔레비전의 적색발광체 및 소형 카세트레코더용 자석, 석유 촉매 등에 이용되는 희토(希土, rare earth)를 정제, 추출하여 일본에 수출했다. 일본에서도 과거에 모나사이트에서 희토류를 추출했지만, 1960년대 공해반대 운동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1968년 ‘원자로 등 규제법’과 같은 엄격한 법이 만들어지면서 1972년 이후 일본에서 관련 공정이 모두 사라졌다. 요카이치 공해소송 판결에서 공장입지상의 과실을 추궁 당한 적이 있는 미츠비시화학은 1973년 말레이시아 진출을 계획했다. 하지만 미츠비시화학은 공장 반경 1킬로미터 안에 인구 1만 명 규모의 마을이 있고 약 3000명이 사는 신흥주택지가 있었지만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고 심지어 보관시설도 만들지 않은 채 ARE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피해주민들은 국내외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고 1992년 공장폐쇄 명령을 받아냈다. 판결은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일본의 공해수출이 재판을 받은 최초 사례’라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후 주민들은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국제여론에 밀려 미츠비시화학은 1994년 ARE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환경회의가 펴낸 ‘아시아환경보고서1(2000)’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일본계 기업의 전형적인 공해수출 사례로 기업이 공해대책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반드시 그 기술을 활용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는 1990년 4월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곳이든 가장 엄격한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환경보고서는 ‘이 요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떤 형태의 감시가 없으면 실현되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적고 있다.  

 

IMG_5292.jpg

인도 보팔참사 지역에서 태어난 기형아들을 돌보는 센터 앞. 수업 후에 한 어머니가 다리를 제대로 못 쓰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11년 11월

 

한일이 아시아 환경정의에 나서야

이 밖에 일본의 공장들이 대거 옮겨와 조성된 한국의 온산국가공단 지역에서 발생한 ‘온산병’ 사건이 있다. 또 1970년대와 1980년대 벤젠을 사용하여 노동자들에게 방광염을 일으킨 염색산업이 대거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전해간 사례와, 역시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전해간 사례로 전자제품 생산공정에서 사용하는 오존층 파괴물질인 클로린플루오르카본 (CFCs)의 대체물질로 개발된 2-브로모프로판(Bromopropane)이 한국에서 남녀노동자들에게 무정자증, 백혈병 등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주와 유럽 등으로부터 전자폐기물이 부속품 재활용이란 명목으로 중국과 인도 등으로 대거 버려지는 ‘전자폐기물의 국가 간 공해수출 문제’가 심각한 아시아지역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해수출문제는 시장논리로만 보면 자본의 국가 간 이동과정에 불과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들이 겪은 환경오염과 건강피해문제를 다른 나라에 전가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비윤리적이고 반환경적이다. 환경정의에 반하는 대표적인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9월 9일과 10일 양일간 말레이시아에서 제3차 아시아 환경보건장관포럼이 열렸다. 대한민국 환경부는 ‘우리나라 환경정책 전파 및 환경보건 선도기술의 아시아 진출기회 마련’이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의 석면안전관리와 피해구제제도를 우수정책사례로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대동소이한 입장이다. 아시아지역에서 일본과 한국의 환경정책과 보건정책이 앞서 있다고 자랑하는 자리인 셈이다. 한일 양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웃 아시아국가로 이전시킨 공해수출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보건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와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글•사진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choiyy@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