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부추기는 인도네시아 석탄 개발

기후변화 대재앙이 목전인데도 세계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 대신 수요에 대한 전망에 맞춰 발전소를 짓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정부는 온실가스를 2020년 예상배출량 대비 26퍼센트 감축하고 현재 7퍼센트에 불과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2025년까지 25퍼센트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전력 생산은 여전히 석탄화력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42개인 석탄화력발전소에 117개 발전소를 더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 법이니 석탄 개발 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
 
 

멈추지 않는 석탄 개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 수출국이다. 2012년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석탄은 3억8600만 톤으로 이 중 85퍼센트 가량이 아시아로 수출되었다. 2000년 이래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량은 해마다 평균 18.4퍼센트씩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 최대의 광산업체 BHP빌리튼(BHP Billiton)이 보르네오 섬 칼리만탄(Kalimantan)에서 대규모 석탄 채굴 프로젝트인 인도멧(IndoMe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열대우림을 파헤쳐 노천 탄광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업지는 열대우림이 깊숙이 우거져 있는 바리토(Barito) 강 상류 유역으로 총 35만715헥타르다. 석탄 매장량 추정치는 7억7400만 톤. 석탄수출국 호주의 연간 석탄 수출량의 2.5배와 맞먹는다. 인도멧 프로젝트는 2014년 하반기에 시작될 예정이다.
 
호주의 광산업자들은 칼리만탄에서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석탄 산업의 주요 투자자다. BHP빌리튼과 코칼(Cokal)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로비하는 등 열대우림을 노천 탄광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호주와 영국의 회사가 2001년 합병되며 생겨난 BHP빌리튼은 인도멧 프로젝트의 지분 75퍼센트를 갖고 있다. 나머지 25퍼센트는 인도네시아 파트너인 아다로에너지(Adaro Energy)의 소유다. 이들은 내년부터 연간 100만 톤의 점결탄(coking coal)을 채굴하게 될 것이다. 이 수치는 연간 1000만 톤으로 불어날 수 있다. 한편 호주 석탄 기업 코칼도 바리토 강을 오염시키게 될 석탄 거래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호주 정부와 세계은행도 지원에 나섰다. 호주 정부는 인도멧 프로젝트를 위해 지금까지 1억5000만 달러의 융자를 승인했으며, 호주 최대의 건설회사 라이튼홀딩스(Leighton Holdings)에 프로젝트의 채굴과 노동 서비스를 약속했다. 세계은행은 32억 달러의 철로 연결을 약속했다. 외진 곳에 있는 바리토 강 상류 유역을 수출 시장과 연결하기 위해서다. 철로는 사람들의 편의와 상관없이 오직 석탄 수송을 위해 건설된다. 이는 칼리만탄의 첫 번째 철로가 될 것이다.
 
 

파괴되는 마을과 생태

 
인도멧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자원개발 사업으로 대기와 물이 오염되면 주민들은 일차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대를 숲과 강에 의존하며 바리토 유역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에게 더 큰 문제는 BHP빌리튼의 석탄 프로젝트로 그들의 삶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의벗 인도네시아 왈히(WALHI) 센트럴 칼리만탄(Central Kalimantan) 지부 아리 롬파스(Arie Rompas) 사무처장은 “우리는 금광이 바리토 강 유역에 미친 파괴적인 영향을 잘 알고 있다. 만약 BHP빌리튼이 계획대로 노천 탄광을 조성한다면 주민들에겐 재앙이 될 것이다. 민감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다. 바리토 강은 주민들에게는 생계의 원천이자 고향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강이 위협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 사무처장은 다약시앙(Dayak Siang) 부족의 일원이기도 하다.
 
한편 칼리만탄은 4만5000~6만9000마리 가량의 오랑우탄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2012년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칼리만탄의 저지대와 이탄 늪 산림지대에 오랑우탄이 많이 산다며 22만 제곱킬로미터의 저지대 숲이 위험에 처한 만큼 오랑우탄도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종 다양성의 보고로 알려진 칼리만탄 숲은 그간 팜오일 생산으로 끊임없는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7일 지구의벗은 BHP빌리튼, 라이튼홀딩스, 호주 정부, 세계은행 등에 바리토 강 상류에서 추진되고 있는 채굴 중단을 요구했다. 지역 공동체의 관습적 토지권이 무시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지역에서도 이미 인도멧 프로젝트 반대운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석탄화력 증설하는 정부

 
자바 섬 바탕(Batang) 지역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놓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계약업체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자바 섬에서 가장 생산성 있는 곡창지대를 오염지로 바꿔놓는 정부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2011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겠다며 바탕에 있는 5개 마을을 없앨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0메가와트급 발전소 프로젝트를 BPI(Bhimasena Power Indonesia)와 계약했다. BPI는 일본에 근거지를 둔 이토추상사와 J-Power,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아다로에너지 등 3개 회사가 모인 컨소시엄이다. BPI는 기공을 위해 225헥타르의 땅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측이 처음 제시한 가격의 5배, 10배를 제시해도 땅을 팔지 않았다. 
 
대신 바탕 지역 주민들은 사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관공서에 대항해 총 12번의 평화 시위를 벌였다. 2013년 6월 120명의 바탕 지역 사람들은 자카르타에 주재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우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아베 신조(Shinzo Abe) 일본 총리에게도 편지를 보내 프로젝트를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2013년 9월 회사가 어떠한 정보나 사전공지 없이 마을 주민의 땅을 파기 시작했고 마을과 군경 사이에 폭력 충돌이 일어났다. 그날 공권력에 상해를 입은 마을주민은 17명이나 되었다. 2012년 10월에는 다섯 명의 주민들이 국가 프로젝트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이들은 사건이 재판에 회부되기까지 5달 넘게 감옥에 갇혀 지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 법정은 이들을 만장일치 무혐의로 풀어주었다. 
 
 

두 얼굴 속 그림자 

 
호주 정부는 보르네오 섬 칼리만탄에서 두 가지 상반된 투자사업을 벌였다. 하나는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REDD+)을 통한 산림보호이고 다른 하나는 석탄 채광이다. REDD+는 지난해 7월 폐기되었고 인도멧 석탄 프로젝트는 여전히 추진중이다. 세부적인 내용이 어찌 되었든 전자의 사업 명분은 탄소 감축이었고, 후자인 석탄 프로젝트는 탄소저감과는 상반된 정책이다. 기후변화의 위협적인 그림자가 이런 분별없는 개발과 정책 속에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전 세계 모두가 칼리만탄 주민들과 함께 싸워야 할 때다.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arqus@kfem.or.kr

사진=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은 종 다양성의 보고로 알려질 만큼 천혜의 자연을 자랑한다 ⓒRuanda Agung Sugard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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