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의 약속, 플라스틱 오염 끝낼 수 있을까

지난 2월 28일부터 4일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가 진행했다. 전 세계 환경단체는 다양한 논의 중에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눈여겨 지켜봤다. 지금 플라스틱의 사용을 중단해도 2050년이 되면 바다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두 배가 된다는 보고가 나왔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루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 마련될 수 있을까 전 세계 눈이 쏠린 가운데 163개국의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은 긴 논의 끝에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End plastic pollution: Towards an international legally binding instrument」’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유엔 회원국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의 전주기적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인류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의 틀 안에서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사용하게 된다.  
 

플라스틱을 처리하기 위한 협약의 역사

 
지난 3월 2일 유엔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결의안이 통과되자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UNEP/ Cyril Villemain
 
45억 년 지구의 역사와 530만 년 인류의 역사 속에 플라스틱이 자리 잡은 시간은 100여 년에 불과하다. 인류는 어떤 모양의 제품도 성형이 가능한 플라스틱의 유연성에 매료됐다. 플라스틱은 나무나 금속에서 제한되는 제품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 인류의 삶의 풍요와 편의를 제공했다. 제품 생산의 한계를 넘은 유연성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저비용으로 광범위하게 생산하면서 인류가 쉽게 사용하고 버릴 수 있도록 발전했다. 플라스틱의 발명 후 약 50년 뒤인 1960년에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보고됐다. 근대 후에 다다라서 인류는 바다 폐기물로 발생하는 플라스틱을 처리하기 위한 협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1972년 폐기물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이 체결됐다. 이어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를 다루는 바젤협약이 1989년 체결됐다. 2011년엔 유엔환경계획 연간 간행물에 바다에 증가하는 폐플라스틱이 다뤄졌다. 유엔 회원국들은 2014년 제1차 유엔환경회의를 시작으로 2016년, 2017년, 2019년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를 했다. 
 
긴 시간과 다양한 의견이 오간 끝에 이번 제5차 유엔환경총회는 플라스틱의 생산에서 유통 그리고 사용 후 관리가지 고려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도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 결의안은 국가, 기업 등 플라스틱 생산을 계획하는 이해관계자가 소비자의 플라스틱 사용과 사용 후 폐기까지 고려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히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육·해상에서 생산하고 사용하는 모든 생산물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접근했다. 르완다-페루 결의안으로 불리는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 결의안은 일본에서 제출한 일본 결의안과 경합했다. 
 
일본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범위를 생산단계가 아닌 사용 후 단계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결의안을 제안했다. 처음 논의가 시작된 해양 폐기물로서의 플라스틱으로 초점을 좁혀 만든 결의안으로 생산물 사용 후에 해상으로 유입되거나 유입된 후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다수의 국가와 국제 시민사회단체는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에 대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었고 다행히 유엔환경회의 결의안도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에 대한 결의로 내용이 모였다. 앞으로 2년간 유엔 회원국은 플라스틱에 대한 전주기 관리를 준비하고 정부협상단을 꾸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으로 다듬어 나갈 예정이다.
 

탈 플라스틱 약속할까?

 
결의안은 채택되었지만 탈 플라스틱의 약속은 요원하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윤추구가 공식적인 목적인 기업에서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기술을 채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품 생산 단가가 높아지면 소비자인 시민에게 영향을 주는 연관 관계가 있다. 정부 역시 시민의 경제적 안정, 물가 상승 억제 등 다양한 여론을 핑계로 강력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쉽지 않다. 
 
비록 이번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협약으로 자리를 잡더라도 플라스틱의 생산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생산부터 사용 후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플라스틱은 앞으로도 계속 생산될 것이고 육지에 그리고 바다에 계속 쌓이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 전주기 결의안을 채택한 지금, 정부는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를 위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산업계는 플라스틱 제품이 기획되는 시점부터 제품 사용 후 어떤 방법으로 폐기되거나 재활용될 수 있는지 고려하는 프로세스를 준비해야 한다.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더 크고 체계적인 수준으로 진화해야한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은 ‘아직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정도다. 인류 역사상 인체는 미세 플라스틱을 몸에 축적한 적이 없다. 정부와 산업계는 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가 나오지 않았을지라도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를 넘어 탈 플라스틱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
 
해안가에 떠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 ⓒ함께사는길 이성수
 
인류의 플라스틱 사용은 꾸준히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150만 톤에서 현재 3억6700만 톤으로 244배 늘어났다. 세계적 플라스틱 생산에 우리나라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세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당시 한국이 132.7kg을 사용하면서 벨기에와 대만의 뒤를 이었고 다음으로 미국(98.8kg), 일본(65.8kg)이 높은 플라스틱 소비량을 보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현재 우리 삶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을 느낀다. 눈앞에 높인 모니터와 펜슬, 컴퓨터와 키보드 그리고 전화부터 안경, 의류, 양말까지 주변에서 비 플라스틱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쉽게 사용하는 종이컵조차도 물이 새지 않도록 얇은 플라스틱 비닐이 붙어있다. 2018년 추산으로 일 년에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약 25억 개에서 28억 개로 추산된다.  
 
인류의 삶과 지구가 공존할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한다. 연간 235억 개의 일회용 비닐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와 에코백을 이용하고 연간 약 28억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카페를 방문한다. 일회용 빨대나 수저를 쓰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분리 수거를 통해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항상 신경 쓰고 실천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 협약이 진행되면서 정부와 기업은 국제 흐름에 따라 플라스틱 관리에 대한 동참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테면 정부와 산업계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에 시민들이 좀 더 많이, 쉽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이번 유엔환경총회 결의안에 대해 환경단체와 탈 플라스틱을 실천하는 시민들은 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길 바랐지만, 현실적으로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만으로도 결의안 합의가 큰 성과라고 평가하는 상황이다. 결의안이 합의됐다고 국제 협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협약 체결까지 다양한 이해 당사국들이 생산 과정과 사용 그리고 사용 후 관리에 대한 내용에서 자국의 기업체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가 준비된 선진국들과 준비되지 않은 개발도상국들 간의 치열한 협상도 예상된다. 
 
우리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아니 우리 미래세대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한 주간 우리가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카드 한 장에 달한다고 보고한 국제단체는 지금 인류가 플라스틱의 생산을 중단해도 2050년이 되면 바다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지금의 두 배가 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인류의 플라스틱 사용이 줄어들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 미래세대는 2050년에 플라스틱 카드를 주간 세 장, 네 장씩 먹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 오염에 처한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를 바꾸기 위해 정부와 세계 시민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글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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