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바다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남극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거대한 위협은 기후변화와 원양어업을 비롯한 인간 활동이다 ©Jasmine Nears
 
4월 29일, 시민환경연구소와 국제 시민단체들의 주최로 70여 명의 한, 중, 일 청년들이 함께 모여 남극 해양환경 보전에 관한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온라인 세미나가 열렸다. 청년들은 무엇보다 남극 바다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전해야 하며, 몇몇 소수의 국가나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남극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 모두의 바다를 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학자 실비아 얼은 2009년 테드 강연에서 바다를 지구의 생명유지 장치에 비유했다. 바다가 살아야 인류가, 지구의 온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 특히, 남극의 바다는 전 세계 바다의 아주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구글어스의 지구를 돌려서 남극대륙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남극 바다는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의 중심에 놓여 이들을 연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남극 바다는 우리 곁의 바다와도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삶을 지켜주고 있다.
 
급속한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 해양생태계는 더욱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인간 행위가 연구 활동만으로 극히 제한된 남극 대륙과 달리, 남극 바다에서는 50년째 원양어업이 지속되고 있다. 오랜 시간 누적된 영향과 최근의 급속한 변화가 맞물려 남극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일부 기업과 국가의 이익 보호보다 인류의 생명유지장치를 보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면, 지금보다 더욱 사전 예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한중일 남극 보전 강연 후 한 토론 그룹의 대표로 발언한 김효리 참가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해양보호구역 확대로부터 얻는 편익이 수산업계나 일부 국가가 단기적으로 얻는 이익을 훨씬 앞설 것”이라 강조했다. 청년과 시민사회의 분명한 요청과 같이, 한, 중, 일을 포함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의 27개 회원국 정부는 남극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함으로써, 산업계의 이익이 아니라 인류의 공익을 지켜야 한다.
 

남극 해양생태계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

 
남극 해양생태계 위기는 연결된 지구상의 다른 생태계들의 위기를 불러오고, 결국 인간의 위기로 이어진다. 비록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남극 해양생태계 보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남극 바다와 생물들은 지구의 물질 순환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탄소 흡수원으로서도 중요하다. 혹등고래와 같은 해양생물은 남극 바다와 온대, 아열대를 왔다 갔다 하며 먹이를 먹고 배설하며 해양의 물질 순환에 큰 역할을 한다. 해마다 봄, 여름이면 남극 바다로 이동해 먹이를 잔뜩 먹고, 다시 북쪽으로 이동한다. 남극 바다의 풍요로움이 다른 바다로 전해지는 것이다. 또한, 남극 바다의 면적은 전 세계 바다의 10% 정도를 차지하지만, 바다가 흡수하는 총 이산화탄소량의 25%를 흡수한다.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바닷물은 대양 아래로 가라앉아 오랫동안 탄소가 대기 중으로 다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남극 바다 생태계는 기후변화와 원양어업 등 인간 활동의 원인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남극하면 떠오르는 생물인 펭귄도 죽어가고 있다. 남극반도 끝 앨리펀트 섬에 서식하는 턱끈펭귄의 개체 수는 지난 50년 동안 60% 감소했다. 남극반도는 지구상에서 평균온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곳이며, 펭귄의 주된 먹이원인 크릴을 잡는 어업이 집중된 곳이다. 펭귄들이 더위와 먹이 부족의 이중고를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크릴은 남극 바다에 서식하는 새우와 닮은 동물 플랑크톤이다. 남극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는 대부분의 동물이 크릴을 먹는다. 말 그대로, 크릴은 남극 바다의 먹이사슬을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크릴 유생이 먹이를 먹는 곳이자 포식자를 피해 숨는 장소인 해빙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기후 위기로 크릴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남극의 생물들은 인간과 먹이 경쟁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없겠지만, 인류도 이미 그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위기를 직시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남극 해양환경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원칙

 
세미나의 첫 번째 강연을 맡은 던컨 퀴리 국제변호사는 남극의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 특히 남극반도와 같이 그중에서도 취약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접근법(ecosystem approach)과 사전예방적 접근(precautionary approach)이 원칙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중요한 목표로서 강력한 관리 및 규제 장치 확보와 보호구역을 확대를 제시했다.
 
생태계 접근법은 직접적으로 이용되거나 관심 있는 생물 종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해당 종과 생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종, 나아가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 모두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크릴과 같이 직접적으로 이용되는 어종을 관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펭귄이나 고래 등에 대한 영향도 관리되어야 한다. 또한, 사전예방적 접근은 환경문제의 특성상 사후에 손해배상이나 원상복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보호조치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CCAMLR 협약문에는 위의 두 원칙이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제2조(Article 2)는 협약의 목적을 생물자원의 보존이라고 밝히고, 생물자원을 이용할 때 이용 생물과 연결된 생물들의 생태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할 것과 해양 생태계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왜곡을 예방해야 한다는 원칙 안에서 행해져야 함을 명시했다.
 
협약문에는 환경보호에 관한 의지가 분명히 반영된 듯하나, 실제로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모든 회원국이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CCAMLR는 전원 합의제를 의사결정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어서, 회원국 중 하나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결정이 어렵다. 그런데도, CCAMLR는 2016년 로스해 지역에 세계 최대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한, 중, 일 정부를 포함해 회원국 중 여러 국가가 반대입장을 보였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해양보호구역을 늘려야

 
클레어 크리스티안 남극보호연대 사무총장은 두 번째 강연에서 생태계 보전을 위해 다른 대안보다 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어업관리를 통해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지만, 수산자원의 남획을 막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에, 장기간에 걸쳐 엄격하게 관리된 대규모 해양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과 생물량의 회복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더불어, 보호구역은 어업, 해양오염 등 개별 사안에 관한 피해 저감 장치가 아니라, 해당 지역의 환경을 포괄적으로 보호한다.
 
국제 시민사회는 2030년까지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30x30 라고 불리는 이 목표는 세계자연보전총회(IUCN WCC)에서 결의된 바 있으며, 생물 다양성 보존 등을 위해 필요함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바다의 3.7%만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남극 바다의 경우, 11.98%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어업을 금지하는 해양보호구역은 4.61%뿐이다. 남극 바다도 아직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남극은 인간에 의해 아주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으로 다른 곳들에 비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쉬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남극에서는 국가들이 환경보호와 같은 공익을 위해서 협력해왔다. 또한, 남극 바다에서의 원양어업은 인류의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미미한 만큼 다른 공익과의 충돌도 약하다.
 
바다는 더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인간이 멈추면 자연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았다. 그만큼 자연은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바다를 비워주면, 바다는 더 많은 생명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 생명이야 말로 인류에게 꼭 필요한 유산이다.
 
 
글 / 정홍석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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