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너지는 ‘노아의 방주’가 아니다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주 프린스 조지에서 바이오매스 생산을 위해 천연림을 벌목한 현장. 본 삼림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내륙 온대성 우림이다. 한국도 캐나다산 목재펠릿을 매년 수출입하고 있다 ⓒConservation North
 
길게 잡아 10년.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시간이다.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기후재앙의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자연재해와 이상기후는 거대한 서막에 불과하다. 각국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탄소중립, 그린뉴딜과 같은 담론을 필두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각종 친환경 인증제도 도입을 확대하며 가능한 모든 산업을 녹색으로 분칠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 일상을 둘러싼 수많은 녹색친환경 인증은 ‘노아의 방주’가 되어 우리를 기후위기로부터 구원할 수 있을까? 
 

거짓 방주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온실가스 주범인 화석연료에서 건전한 재생에너지로 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에너지 전환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한국의 재생에너지는 바이오에너지에 대거 의존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는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태양광을 제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량 1위를 기록했다. 2018~2019년에도 2위를 차지했다. 바이오에너지는 크게 목재펠릿 등으로 만든 ‘바이오매스’, 팜유 부산물 등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디젤’, 동식물성 기름을 바이오디젤 폐기물 등과 혼합해 만든 ‘바이오중유’가 있다. 이들은 보조금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받으며 급속히 확대되어 왔다. 
 
국내 50만KW 이상의 발전사업자는 총발전량 중 일부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 공급해야 한다. 이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라고 한다. 바이오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전과 그 자회사들은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RPS 할당량을 채워왔다. 온실가스 배출에 막대한 책임이 있는 수송 분야도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연료로 혼합해야한다. 이를 신재생에너지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라고 한다. 지난 2015년부터 수송용 연료 생산자 및 수입수출업자는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해왔다. 전력 부문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석유(벙커C유) 대체 연료에 바이오중유를 포함시켰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발전용 바이오중유를 석유 대체 원료로 전면 보급했다. 업계와 정부는 선박, 항공 부문에도 바이오중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바이오매스,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는 모두 연소과정에서 탄소 및 대기오염물질을 내뿜는다. 
 
국내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2012년 RPS가 시행된 이후 2018년까지 단 6년 만에 61배 성장했다. 연평균 160%의 연 성장률을 기록한 것인데 같은 기간 전 세계 연평균 성장률은 2%에 불과했다. 바이오매스의 주원료인 목재펠릿은 2012년 이후 6년간 26배 수직상승했다. 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및 북아메리카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고 있다. 수입 의존도는 무려 97%에 달한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전 세계 3대 목재펠릿 수입국이었다.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를 통한 에너지 생산도 RFS가 도입된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바이오중유 생산은 2014년과 2019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의 60% 이상이 수입산 팜유에 의존하고 있으며, 바이오중유 생산을 위한 대부분의 수입 재료도 팜유 및 팜 부산물이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팜유 수입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수입된 팜유의 65%가 공업용(대체로 바이오디젤)으로 소비된다. 국내 수입되는 팜유는 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부터 온다. 즉, 국내 바이오에너지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는 원재료를 수급하는 과정에서 해외 천연자원을 착취하는데 심각하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망의 시작점에서 벌어지는 일들

 
군인과 소방관이 중부 칼리만탄 팔랑카라야 외곽에 위치한 이탄습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ulia
 
기업이 원재료를 획득해서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소비되기까지 재화와 서비스, 정보가 흐르는 전 과정을 아울러 ‘공급망(supply chain)’이라고 부른다. 바이오연료의 주원료인 팜유를 예로 들어보자. 팜유 공급망 가장 꼭대기에는 기름야자 나무를 재배하는 기업(grower)이 있다. 다음으로는 팜 열매에서 채취한 팜원유(CPO)를 다양한 팜 유래 물질로 정제하는 정제사가 있고, 정제된 팜유를 가지고 각종 식품, 화장품, 바이오디젤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드는 제조사가 있다.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시장에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있고, 마지막으로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 산업을 지원해주는 정부기관(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금융 기관(국민연금, 수출입은행 등)도 팜유 공급망 안에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친환경 에너지라고 불리는 바이오에너지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공급망의 시작점인 원산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 원료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공급망 이해관계자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미국 소재 환경단체 도그우드 얼라이언스(Dogwood Alliance)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바이오매스 목재펠릿 수출 지역인 미국 남부에서는 지난 60년간 약 1300만ha가 넘는 자연림이 소실되었다. 같은 기간 소나무 산업조림지는 0ha에서 1600만ha로 확대되었다. 유럽의 산림도 빠른 속도로 손실되고 있다. 유럽 환경단체 바이오퓨엘와치(Biofuel Watch)에 따르면 2011~2015년과 비교하여 2016~2018년에 유럽 전역의 벌채 산림면적이 49% 증가하였고, 바이오매스 손실은 60% 증가했다. 산림 개벌 규모는 평균 37% 증가했다. 동유럽 국가인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EU 내 최대 목재펠릿 수출국인데 바이오매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벌목률도 증가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산림성 조류가 번식조 기준으로 연간 5만 쌍씩 감소하고 있다. 유럽은 특히 북아메리카로부터 목재펠릿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는 환경단체 스탠드어스(Stand.eart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목재펠릿이 전목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이 펠릿은 절멸위기종 서식지에 있는 목재로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목재펠릿 수출 부문이 성장하면 삼림지 카리부(캐나다 동부 삼림지에 서식하는 대형 순록의 일종)와 같은 멸종위기종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바이오연료의 주원료인 팜유 또한 플랜테이션 조성 과정에서 대규모 산림파괴, 토착민과 토지갈등, 수질 및 대기오염 등 심각한 환경사회 문제로 오랜 기간 비판받아왔다. 팜나무를 심기 위해 멀쩡한 열대림을 훼손하고 토지를 정리하는 사진 단 한 장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토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쉽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화재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2015년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이 중 상당수는 팜유 기업의 사업 부지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많은 동남아 국가가 기록적인 연무 피해를 경험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다. 2015년 10월 기준, 인도네시아의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미국 전체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았다. 열대림을 파괴하고 들어선 팜유 농장은 멸종위기종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오랑우탄 15만 마리가 급감했다. 코끼리 서식지의 69%가 한 세대 만에 파괴되었으며, 야생에 남아있는 코뿔소 개체 수는 100마리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ISPO를, WWF 등 다국적 NGO와 업계 관계자들은 RSPO라는 ‘친환경’ 팜유 인증제도를 도입하며 기업의 변화를 유도했지만 돌아온 것은 ‘녹색분칠’이라는 냉정한 평가였다. 기업의 자발적인 실천을 골자로 하는 위 정책들은 실질적으로 팜유 기업의 착취적인 사업관행을 바꾸지도, 열대림 파괴와 산불을 막아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팜유는 멸종위기 동식물과 토착민의 서식지인 열대림을 파괴적으로 밀어내고 오직 경제성만을 위해 짜낸 기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팜유는 어떤 식으로든 ‘친환경’이란 타이틀을 달 수 없다. 
 

가짜 재생가능에너지의 폐해

 
바이오에너지는 실제로 환경성에서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바이오매스의 경우 토지용도 변경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기 전반의 화석연료보다 많다. 만약 원목이 원료로 사용된다면 바이오매스의 탄소편익을 보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린다. 또한 유럽 환경단체 T&E는 팜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은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안했을 때 기존 경유보다 3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화력 발전소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오중유도 연소 시 일반 중유와 별 차이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전 세계 과학자 500여 명이 ‘바이오에너지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의 최대 3배에 달하는 탄소가 배출’된다며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바이오매스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과 같이 혼소되거나 전소되고, 바이오디젤은 경유와 혼합되어 경유차를 계속 굴러가게 한다. 산업적 규모의 바이오에너지 생산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핵심 산업을 연명해주는 화석연료의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건전한 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더욱 야심차게, 빠르게, 무엇보다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2월 환경연합 등 국내 시민단체가 주최한 ‘아시아 바이오에너지 무역과 공급망 리스크’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활동가의 발언은 시사적이다. “다른 나라의 재생에너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멸종 위기 동식물과 토착민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팜유 수입국은 재생에너지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산국의 환경과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 재생에너지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글 /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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