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오염 올림픽 안돼

일본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24일 2020 도쿄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린 축하행사에 참석했다 ⓒkantei.go.jp
 
2020년 동경올림픽을 1년 앞두고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방사능오염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공급하고 후쿠시마 현지에서 성화 봉송을 출발하며, 야구경기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까지 알려지자 불안은 더 커졌다. 
 
이에 전 세계 운동선수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이 핵발전소 사고 은폐와 방사능 위험에 얼룩진 행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동경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라는 지났지만, 후쿠시마 인근 지역은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핵발전소 내부에 녹아내린 사용후핵연료는 수습되고 있지 못하다. 동경전력은 사용후핵연료를 수습하는 시간을 30~4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실현이 가능할지 그 여부조차 알 수 없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그랬듯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동경올림픽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복구하고 부흥을 위한 계기로 삼으려 하지만 아직은 후쿠시마의 안전을 이야기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단적으로 핵발전소 내부에 쌓여있는 111만 톤의 방사성오염수는 물론 곳곳에 퍼져 있는 방사성물질과 이를 일부 걷어낸 오염(제염)토양 더미들을 안전하게 처리할 방안을 찾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사능오염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2018년 3월 후쿠시마현을 찾은 아베 총리가 그 지역에서 잡힌 수산물을 먹고 있다 ⓒkantei.go.jp
 
2018년 3월 동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20 도쿄올림픽 식음료서비스를 위한 기본전략’을 통해 “동경올림픽에 제공되는 음식 및 음료서비스는 재난을 당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최대한 활용하여, 재건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즉 후쿠시마 사고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올림픽에 먹을거리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최대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해도 모자랄 마당에 방사능 오염에 노출돼 있는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최대한 공급하겠다는 전략은 그 자체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는 올림픽만이 아니라 그동안 후쿠시마를 살리자며 방사능오염 문제를 감추고 ‘먹어서 해결하자’는 일본 아베 정부의 전략과 일치한다.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을 WTO에 제소했던 일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만 봐도 후쿠시마를 비롯해 일본 내 많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방사능오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지난 4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연합은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 방사능 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일본산 농산물은 18.1퍼센트, 수산물은 7퍼센트, 야생육은 44.6퍼센트에서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멧돼지는 세슘이 기준치의 52배인 1킬로그램당 5200베크렐이 검출되었고, 두릅은 780Bq/kg, 고사리는 430Bq/kg, 죽순류는 430Bq/kg까지 검출되었다.
 
이런 일본 정부의 공식검사 자료 외에도 민간에서 실시한 여러 검사 자료들에서도 여전히 일본 내 농수산물에서 방사성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토는 물론 강과 바다 등이 방사능으로 오염됐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사성 오염수 최악의 선택 막아야 

 
탈핵시민행동은 지난 8월 1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올림픽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선수촌에 공급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아베 정권을 강력히 규탄했다 ⓒ환경운동연합
 
2013년 아베 총리는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Under Control)”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말한 통제는 안전과는 거리가 먼 의미라는 것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와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가 이미 111만 톤을 넘어섰고, 핵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할 수 있는 시설도 곧 포화상태에 다다를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가동해 방사성 오염수에 포함된 60여 가지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지난해 8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주민공청회에서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는 물론 세슘137과 스트론튬90,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핵종을 제거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또한 전체 오염수 94만 톤 중 89만 톤에 대한 분석 결과 무려 75만 톤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그 중에서 스트론튬 90이 기준치의 2만 배를 초과한 오염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에도 현재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해양방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처리를 두고 땅속 깊이 주입, 대기 중으로 증발 방출, 고체화 매립, 전기분해로 수소전환, 희석해서 바다방출 등 여러 방법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방출이 추진되는 이유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일본정부가 이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더구나 바로 이웃 나라인 우리 정부에 관련 정보는 물론 처리방안에 대한 양해, 협조 등도 없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쿄전력은 2011년 4월 4일 방사능 오염수 1만 톤 이상을 무단 방류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9월 스트론튬 오염수 방류, 2013년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고 등이 계속 있었다. 그렇게 바다를 오염시켜왔음에도 일본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그 어떤 양해도 상의도 없었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제사회와 협조하여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후쿠시마의 진정한 복구는 탈원전

 
일본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복구를 위해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능오염 피해를 축소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고로 인한 오염이 여전한데도 일부 오염된 흙을 걷어내는 제염작업을 진행해 피난지시지역을 해제하고 주민귀환정책을 진행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제염작업을 통해 발생한 방사성 오염토 역시 처리 방안을 마련 못해 곳곳에 대책 없이 쌓아놓고 있을 뿐이다. 탈핵신문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이 지정폐기물(8000베크렐/kg이상)로 정한 것만 2018년 12월 31일 기준 21만8170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폐기물들은 각 광역지자체마다 하나씩 설치될 최종처분장에서 국가 책임으로 관리할 계획이라지만,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부지로 선정된 곳이 없다.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오염토는 도로포장, 농지조성 등에 다시 재활용하는 것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베 정부는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방사능오염 문제의 본질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주민과 환경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피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방사능 피해에 대해 당장의 이익만을 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교훈을 망각한 채 핵발전소 재가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지역주민들은 물론이고 일본 국민 대다수가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그 뜻은 무시되고 있다. 후쿠시마를 진정 복구하는 길은 핵발전소 재가동 추진을 멈추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길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다시 이 비극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교훈을 되새기는 올림픽이 되어야

 
동경올림픽이 원전사고 위험과 방사능 오염 문제를 은폐하고 축소하는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와 오염 현황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사능으로부터 최대한 안전한 올림픽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 문제 역시 일본 정부가 독단적으로 해양 방류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항의하고,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적극 알리고 주변국들과 함께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로 오염과 피해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듯이, 그 교훈을 우리 역시 되새겨야 한다. 우리도 탈원전 정책이 시행됐지만, 24개나 되는 핵발전소가 여전히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과 다르고 안전하다는 원자력 맹신을 버려야 한다. 핵발전소 건물에 수백 개의 구멍이 발견되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폐기장도 없이 쌓아놓고 있는 고준위핵폐기물 대책은 과연 있는가. 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민폐국가가 되지 않기 위해 탈원전에너지 전환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글 /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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