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목으로 위협받는 말레이시아 전통 원주민

[Friends of the Earth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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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으로 숲이 사라지자 전통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던 원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았다
 
아시아 동남부 말레이 반도와 보르네오 섬 북부에 영토를 둔 입헌 군주국 말레이시아(Malaysia)는 세계적인 목재 생산지로 꼽히는 나라로,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말레이시아산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열대우림은 말레이시아의 목재 수출국으로서의 명성 못지않게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원주민의 권리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전통문화 지켜온 오랑 아슬리

 
말레이어로 ‘땅의 아들’을 뜻하는 ‘부미푸트라(Bumiputra)’는 말레이계 토착민을 지칭하는 용어다. 1976년 말레이시아 정부는 경제적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중국계로부터 말레이인을 보호하고자 말레이계를 우대하는 부미푸트라 정책을 추진했다. 부미푸트라가 말레이계 토착민을 염두에 두고 통용되는 용어라면, ‘오랑 아슬리(Orang Asli)’는 말레이시아 토착민 중에서도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켜온 원주민을 일컫는 말이다.
 
말레이시아의 오랑 아슬리는 말레이 반도에도 소수가 있지만, 주로 열대 원시림으로 알려진 보르네오 섬에 많이 산다. 보르네오 섬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세 나라가 공존한다. 그 중 사라와크(Sarawak) 주와 사바(Sabah) 주는 보르네오 섬에서 말레이시아령에 해당하는 곳이다. 오랑 아슬리는 사라와크 주 250만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사바 주 300만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말레이 반도에도 약 15만 명의 오랑 아슬리가 살고 있다.
 
사라와크 주에는 원주민 종족이 25개 이상 있다. 사라와크에 살고 있는 오랑 아슬리는 이반(Iban) 족이 주 인구의 30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페낭(Penan) 족도 많다. 페낭 족은 1960년대까지 사냥을 하고 살았으며, 일부는 오늘날까지 숲을 터전으로 수렵과 채집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한편 사바 주에는 30개가 넘는 종족이 적어도 8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바 주에 사는 오랑 아슬리의 대표적인 종족은 카다잔-두산(Kadazan-Dusan) 족과 바자우(Bajau) 족이다.
 
도시민에게 약국, 식료품점, 직장, 종교와 문화생활이 있는 것처럼 오랑 아슬리에게는 숲이 곧 약국이요, 식료품점이요, 직장이요, 종교이자 삶이다. 이들은 숲을 통해 약용 식물, 먹을거리, 소득, 영적인 믿음, 각종 도구와 입을 거리 등을 얻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숲 창궐하는 부패

 
전통적으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요인은 벌목이다. 벌목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고 다양성을 저해한다.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집과 보트를 만들던 재료가 보이지 않게 되고, 가정에서 각종 물건을 만들 때 쓰이던 다목적 나무도 사라진다. 깨끗했던 강은 벌목과 함께 진창이 되어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숲과 강의 산물을 통해 얻던 소득은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생산적이던 곡창지대, 농장과 과수원은 벌목된 목재를 나르기 위한 길을 내기 위해 편평하게 밀린다. 또한 벌목 산업은 지역사회에 위험하고 일시적인 저임금 육체노동 형태의 고용을 고착시킨다.
 
화가 난 원주민들이 벌목 수송로를 봉쇄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2011년 10월 13일 사라와크 주 바람(Baram) 지역에서는 바 아방(Ba Abang)과 롱 카위(Long Kawi) 마을에 사는 70여 명의 페낭족 원주민들이 목재가 운반되는 길을 봉쇄했다. 말레이시아 벌목 회사 인터힐(Interhill)이 지난 몇 달간 자행한 공격적인 벌목을 막고자 한 것이다.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말레이시아의 정부의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벌목이 부패와 끊임없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벌목 허가는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라와크 주에서 벌목 허가 기준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숲과 경작지를 구분할 때 쓰이는 기준은 오래된 예전 사진으로 외부에 공개도 되지 않는다. 또한, 누가 벌목 허가를 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벌목 허가는 정치적 엘리트의 부의 축적수단이 되기 일쑤이다.
 
잘못된 행정 구조는 부패를 부채질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숲에 관한 행정은 각 주의 사법적 판단에 따르고, 목재에 대한 로열티 역시 주 정부가 가져간다. 반면 연방 정부는 말레이 반도에 속한 주들에 대해 목재 수출세를 매기는 식으로 목재 비즈니스로부터 세수를 확보한다. 수출세란 정부가 자국 수출품의 해외수출 통제를 통해 재정 수입을 늘릴 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연방 정부가 숲과 토지 문제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특히 사라와크 주와 사바 주는 국가 단위의 정책 일관성을 위해 설립된 국가토지위원회(National Land Council)와 국가숲위원회(Natioanl Forestry Council)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토지, 고용, 이민, 언어, 보호 등에 대한 행정적인 특권을 갖고 있다. 한편 연방 헌법은 보르네오 섬의 주에 재정적 특권을 부여해 말레이 반도의 주에는 허락하지 않는 8가지 수입원을 제공하는데, 그 중 하나가 목재와 숲 생산품에 대한 수출세이다. 
 
 

누가 숲을 보호할 것인가

 
목재 생산에 제동을 걸 수 없는 구조에 따른 결과는 자명하다. 숲은 보호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8년 ‘숲 지역(forested area)’이 전체 토지의 55퍼센트에 이르는 1808만 헥타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1080만 헥타르는 목재 생산을 영구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축해 둔 것이다. 숲 지역이라고 해서 그것이 합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2008년 말레이시아 전체 토지의 32.7퍼센트가 벌목을 위해 비축되었다. 실제 보호 지역은 361만 헥타르로 전체 토지의 11퍼센트에 불과했다. 
 
원주민의 권리도, 보호되지 않는 숲과 더불어 침해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원주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 조항을 제정하는 한편 2007년 원주민권에 대한 유엔 선언도 비준했지만, 주 정부의 선택은 오랑 아슬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언어의 차이에도 지역 신문과 지역 사무소를 통한 아주 소극적인 방식의 토지수용 공지는 60일 이내에 원주민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대로 끝난다.
 
지구의벗 말레이시아 미나카시(Meenakashi Raman) 씨는 “우리는 천연 목재 자원에 대한 지구적 감소를 목도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열대우림은 여전히 신기루에 불과하다.”라며 “부패와 원주민권 등 인권침해, 지속가능하지 않은 생산과 소비 패턴이 문제”라고 말했다. 
 
목재 수입국 한국도 소비는 줄이지 않으면서 목재의 안정적 수급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 하물며 해외 조림 사업조차 목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목재의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arqus@kfem.or.kr

사진제공 지구의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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