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폭격한 미군 '실수'라고? [Friends of the Earth 46]

폭격에 불타는 국경없는의사회 쿤두즈 병원 ⓒMSF
 
“근처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나서 잠에서 깼습니다… 응급실 간호사 중 한 명이 온몸에 부상을 입고 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집중치료실 안에서는 환자 6명이 병상에 누운 채 불타고 있었습니다….”

미군의 폭격 현장에 있었던 국경없는의사회(MSF) 쿤두즈(Kunduz) 병원의 간호사, 라조스 졸탄 젝스(Lajos Zoltan Jecs)의 증언 내용이다. 1971년 설립된 국경없는의사회(MSF)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로서 70여 개 국가에서 분쟁, 질병, 영양실조, 재해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긴급 구호를 실시하고 있으며 분쟁 지역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구호 활동을 인정받아 1999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폭격받은 인도주의 병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로 가득 찼던 폭격 전 병원 ⓒMSF

사건은 지난 10월 3일 토요일 새벽 2시에 일어났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MSF) 외상병원을 겨냥해 1시간여 동안 수차례 공중폭격을 자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환자 1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MSF 소속 12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37명이었고 이 중 19명은 MSF 소속이었다.
쿤두즈 병원은 환자들에게 무료 치료를 제공하는 곳이다. 2014년 한 해 동안 이 병원에서 2만2000여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5900건 이상의 수술이 진행됐다. 10월 3일 폭격 당시 병원에는 치료중인 환자 105명과 MSF 소속 직원 80여 명이 있었다. 9월 28일 발생한 아프간 정부군과 반군 세력의 대규모 교전 부상자들로 복도까지 환자가 넘쳐나고 있었던 탓이다. 결과는 MSF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한 35년 역사 가운데 가장 큰 인명피해였다.
 
폭격 후 환자와 의사 동료를 화염 속에 잃은 이들의 오열 ⓒMSF

MSF 병원 폭격 이후 10월 6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군 사령관 존 캠벨(John Campbell) 미국 육군 대장은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캠벨 사령관은 적군의 공격을 받고 있던 아프간 지상군의 요청에 따라 중무장 폭격기 한 대가 폭격을 실시한 것이라며 “당시 탈레반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공습 요청이 들어왔고 여러 민간인들이 우연히 피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캠벨 사령관은 청문회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2016년 이후에도 최대 미군 7000명의 아프간 잔류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공식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오사마 빈 라덴 등 극단주의 테러 세력인 알카에다를 비호하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군대를 파견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와 2014년 종전 선언 이후에도 탈레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는 등 아프간 재건은 난관에 봉착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 책임을 아프간 정부에 이양하고 미군을 아프간에서 단계적으로 철수시킨다는 방침이다.


민간인 피해, 과연 실수일까?

 
이번 폭격이 '실수'라고 말하는 미군. 진상을 밝히기 위한 독립기관의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DVIDSHIB

“심지어 전쟁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MSF 국제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는 지난 10월 7일 스위스에 위치한 유엔 유럽본부에서 쿤두즈 병원 폭격 사건에 관한 연설문을 발표하며 이번 폭격에 대한 독립기관의 조사를 요청했다.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아프간 군이 실시하는 내부 군사 조사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MSF는 쿤두즈 병원의 위치를 알리는 GPS 좌표를 제공해 왔으며, 카불과 워싱턴에 있는 미국과 아프간군 관계자들에게 사태를 처음 알린 후 공습이 30분 넘도록 지속되는 등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국방부가 “무장 테러범들이 쿤두즈 병원을 아프간 군인과 민간인 공격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한 점 또한 의료진과 환자 등 민간 피해를 알면서도 전쟁 범죄를 무릅쓰고 공격을 감행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MSF는 제네바 협약에 대한 추가의정서에서 구성된 국제인도주의사실조사위원회(IHFFC)에 미군의 이번 쿤두즈 병원 폭격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제네바 협약(Geneva Conventions)’은 전쟁에서의 인도적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한 국제협약으로 전쟁 지역의 민간인 보호를 명문화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제네바 협약에 따라 설립된 IHFFC는 국제인도법 위반 사항을 조사할 목적으로 수립됐다. 하지만 위원회가 실제 열린 적은 없으며 지금까지 국제인도법 위반으로 의심되는 조사 대상국의 동의를 얻은 적도 없다. 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려면 조사 대상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틸로 마라운(Thilo Marauhn) IHFFC 부의장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양국 정부 중 한 곳이라도 조사에 동의해주면 5~7명의 위원이 즉각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조사를 위한 기초자료는 모두 마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MSF 쿤두즈 병원 폭격 사건을 두고도 미군은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용어는 군사 행동으로 인한 민간인의 인적쪾물적 피해를 일컫는 군사 용어로, 적군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라는 함의가 있다.


철저한 조사 필요해


유럽연합군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 6월 말까지 연합군의 폭격으로 희생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은 1700명을 넘는다. MSF는 폭격 전 쿤두즈 병원에 전투 병력이 없었다고 보고했지만 설사 탈레반 요원들이 병원에 일부 있었다고 해도 의료진과 환자로 가득한 병원을 폭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전쟁 룰조차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는 오늘, 민간인 폭격 사건에 대한 독립된 진상조사가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쿤두즈 병원 폭격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에 동의할 것을 요청하세요. http://bit.ly/1NV6ZWf
 
글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arqus@ekak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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