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비극 티베트의 잔인한 봄 / 나현필

티베트의 시위가 격화되고 중국이 무력진압에 나서는 것은 올림픽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진 티베트 사태를 방치할 경우 위구르족을 비롯한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티베트는 꽤 낯선 이름이다. 많은 사람들이 달라이라마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티베트의 역사와 상황에 대해서는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주윤발이 주연했던 영화 『방탄승』이라던가 영화 『쿤둔』, 또는 『공작왕』을 비롯한 만화,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등을 통해 티베트는 신비한 종교문화를 간직한 곳으로 접해왔다. 특히 ‘작은 티베트’라고 불린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를 통해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를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었다.  빈약한 자원과 혹독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생태적 지혜를 통해 천년이 넘도록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온 라다크는 곧 티베트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신비함 뒤에는 중화사상이라는 이름아래 억압받아왔던 티베트의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독립을 향한 험난한 여정
티베트는 기원전 2세기 히말라야 고원에서 시작됐다. 6세기에 티베트의 송첸감포왕은 수도를 지금의 라사로 옮기고 대승불교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조캉사원을 건립하고 주변을 통합해 토번제국으로 발돋움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과 마찰을 빚게 됐다. 당나라는 토번을 정벌하기 위해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후, 티베트는 고유한 티베트불교를 정립해 나가면서 몽고제국의 국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의 달라이라마가 티베트를 통치하는 체제가 확립된 것은 1642년부터였다. 청나라가 들어선 이후 티베트는 청의 보호 속에 독립을 유지했다. 이는 조선이 명과 청을 상국으로 섬기면서도 고유의 독립을 유지했던 당시 동북아 지역의 구조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아시아 침략에 맞추어 티베트 역시 역사의 격변 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티베트는 청의 멸망과정에서 독립국가로 인정받으려 했지만 1949년 중국이 티베트를 중국영토로 선언하면서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여러 나라와 맞닿은 히말라야 산맥 위에 위치한 티베트의 전략적 위치는 중국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땅이었다.
처음에는 자치권을 인정했던 중국정부는 중국공산당이 티베트 고유의 문화인 불교를 부정하면서 맞서게 된다. 중국정부는 1959년 3월 10일 발생한 대규모 민중봉기를 무력으로 진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이 학살당하고 달라이라마는 수만 명의 티베트인을 이끌고 인도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1966년부터 문화혁명에 의해 티베트불교는 중국정부에 의해 전면적으로 부정당하면서 사원은 약탈당하고 승려들은 강제 환속당하는 등 고대로부터 보존된 티베트의 문화유산은 비극적인 파괴를 당하게 된다. 계속해서 티베트인들이 달라이라마의 귀환과 중국지배에 항의하는 저항을 지속하자 중국은 티베트를 중국화하기 위해 한족을 대거 티베트로 이주시켰다. 1995년에는 달라이라마가 지목한 소년을 납치하고 다른 소년을 판첸라마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티베트불교에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족의 민족지도자인 동시에 살아 있는 신으로 추앙 받는다. 또 달라이라마의 영혼은 다음 달라이라마에게 환생하는데 판첸라마의 몸을 입고 환생한다고 믿는다. 현재의 달라이라마가 나이가 들면 어린 소년들 가운데서 달라이라마의 영혼이 환생했다고 믿어지는 소년을 찾아내어 판첸라마로 공인하고 차기 달라이라마로 취임하기 위한 교육과 준비를 시키게 된다. 현재의 달라이라마가 1939년부터 활동해온 고령의 나이임을 감안하면, 차기 티베트불교는 현재 중국정부가 내세운 판첸라마에 의해 다음 달라이라마가 지속될 것이다. 사실상 티베트불교의 오랜 전통은 와해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1989년 노벨상 수상에서 나타나듯이 망명생활에도 불구하고 비폭력투쟁과 평화를 강조해온 종교지도자 달라이라마로서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중국은 피로 물든 올림픽을 열 것인가
2008년 3월10일 티베트에서는 지난 1959년 봉기를 기념해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1993년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발전한 이 시위는 3월 14일 중국정부가 무력진압에 나서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이 시위로 인해 알려진 것만 2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 외신의 접근이 차단된 가운데 시위대에 대한 검거와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
티베트의 시위가 격화되고 중국이 무력진압에 나서는 것은 올림픽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진 티베트 사태를 방치할 경우 위구르족을 비롯한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역사는 한족과 주변민족 간의 대결로 점철돼온 만큼 과거의 역사를 오늘날의 주권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은 여러 갈등의 소지를 낳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평화적인 주민들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중국의 모습은 전 세계적인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의회는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결의했으며 유럽과 미국을 방문한 올림픽 성화는 거센 시위대와 맞닥뜨려야 했다. 중국은 올림픽이 정치적 사안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올림픽을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과시하려는 중국의 의도 역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최소한 올림픽까지는 지속할 것이라는 데 있다. 사태의 조기해결을 바라는 중국과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하려는 티베트 사이에서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티베트인의 피로 물든 올림픽이 현실화됨에 따라 올림픽을 둘러싼 티베트 문제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지고 있다.

중국 눈치보는 한국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달라이라마의 입국을 거절해온 한국정부로서는 현재의 사태가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태가 벌어진 후, 한 홍콩언론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이 티베트 무력진압에 가장 비판적이라는 조사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교계를 비롯해 티베트를 다녀온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티베트의 평화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와 집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4월 27일 올림픽 성화가 서울에 들어오는 것에 맞추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성화가 세 번이나 꺼진 파리의 열기에 비하면 한국에서 대규모 성화반대 시위가 일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서 자발적인 한국 시민들의 문제제기는 중국정부나 한국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익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이익에만 매달려있는 한국외교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주변 강대국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저자세를 보여 왔다. 달라이라마 입국문제를 비롯해 티베트 무력진압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보이고 있는 자세는 자발적으로 티베트를 위한 모금과 행동에 나서는 국민들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외교문제 운운하면서 4월 27일 올림픽 성화 입국을 앞두고 준비하는 대응에 대해 과민 반응할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에 대해서 당당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티베트 위한 작은 촛불의 힘
언제까지 우리는 올림픽이라 하면 가수들 불러서 축하행사하고 금메달 몇 개 따는지만 관심을 가져야 하나?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지지하는 사안이라 해 무력진압문제까지 외면하는 한국의 일부 시민사회도 문제다. 비록 소수이지만 한국에도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티베트인들이 있다.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옆에 그들을 위해 티베트를 위한 작은 촛불을 켜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구촌 시대를 사는 것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쟁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먼 곳의 아픔까지 돌아보고 함께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인류의 소중한 유산인 티베트의 문화가 사라지고 평화가 깨지기 전에 어떤 압력에도 불구하고 비폭력을 통해 자치정부 수립만이라도 해달라는 달라이라마의 바람 정도는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사회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나현필 khis21@empal.com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사진제공 〈티베트의 친구들〉


사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 아래 티베트


평화적인 티베트인들의 시위를 중국이 무력으로 진압하자 세계 곳곳에서 반발이 거세다.
한국에서도 시민들과 티베트 노동자들이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소중한 문화유산과 평화가 사라지기 전에 자치정부 수립만이라도
해달라는 티베트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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