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를 키우는 것들

태국 대홍수로 본 기후변화 완화의 적들

 
차오프라야 강 근처에 있는 산암 루앙에서 한 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홍수 지역을 빠져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초 태국을 강타한 태풍 카지키와 이로 인한 폭우가 북동부 4개 주에 큰 피해를 불러왔다. 이 지역 도시들은 4~5미터에 이르는 홍수에 잠기고 2만3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태국 중남부가 일상적인 호우 피해를 입어왔지만, 북부는 가뭄으로 10년째 피해를 보다가 갑자기 닥친 태풍과 폭우로 피해가 더 컸다. 
 
태국은 북고남저 지형 국가인데 북서부 고지대(북동부는 저지대)에서 남부를 향해 흐르는 태국의 큰 강들 중 수도 방콕을 가로질러 남쪽 해안으로 이어지는 강이 차오프라야 강이다. 5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2011년 대홍수는 이 강의 범람으로 피해가 컸다. 2019년 9월 말 현재 북부를 삼킨 강물이 남진을 계속하고 있어 방콕을 비롯한 남부 해안지대는 여전히 홍수에 삼켜질지 모르는 공포 속에 있다. 몬순기후대인 태국의 6~10월은 전형적인 우기다. 호우와 태풍 피해가 이때 집중 발생한다.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자연조건을 더욱 가혹한 것으로 만드는 것들은 △정쟁으로 치수정책 실패를 거듭하는 정치권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극심해진 이상호우와 태풍의 발생 △숲과 토양의 홍수 억제력을 약화시키는 전국적으로 일반화된 불법 벌목과 개간이다.
 
매홍손 지방의 마을 사람들이 농업을 위해 숲을 태우고 있다. 숲의 감소는 홍수 피해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2011년 방콕을 비롯해 전국 27개 주에 침수 피해를 불러온 대홍수는 자연재해이기도 했지만 인재이기도 했다. 당시 정국은 탁신계 잉락 정부 구성 초기였는데 방콕 시장은 그 반대파였다. 총리의 홍수대책에 방콕 시장이 반대하고 행정부 간에 홍수대책을 두고 반목하며 서로 다른 대책을 내놓고 대립했다. 댐을 비롯한 치수구조물 관리에 있어서도 지역과 정파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이후에도 친탁신계 레드와 친왕친군부계 옐로우로 나뉘어 잦은 총격전을 벌일 정도로 대립이 극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사회적 역량을 모아야 하는 종합치수대책을 세우고 추진하지 못했다. 2011년 방콕 대홍수 당시 총리였던 잉락 정부가 2014년 군부 쿠데타로 무너지고 군정이 들어섰지만 정책대응 부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적황 양대 정치 파벌 그리고 소수당이 연합한 상호 적대적 연정체제가 오늘날 태국 행정부와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다. 불안정한 정치상황이 근본적인 치수대책 마련과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랑싯 지역 외곽. 집들이 물에 잠겼다
 
홍수 대응에 취약한 정치사회 구조를 극적으로 강화시킨 것은 세계적인 기후변화다. 1990년대 이전에도 태국의 홍수 피해는 주기적으로 발생했지만, 기후변화가 그 피해를 일상적인 것으로 더 대형화시킨 것이다. 북부 일부를 제외한 태국 전역의 해발고도는 2미터 이하다. 우기 때 집중된 태풍과 호우 피해가 북부에서 시작해 중부를 지나 남부 해안에 이를 때까지 강물은 시간당 2킬로미터 이하의 느린 유속으로 흘러내리다 계속된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집중강우로 점점 더 거대한 수량을 품고 흘러내리면서 인근 도시를 휩쓴다. 방콕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상위 위험도시에 십수년 째 랭크돼 있다. 댐은 많지만 기후변화가 본격화되기 전 건설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설계 담수량이 적다. 그마저도 지역이기주의와 정파 갈등으로 그 치수시설 운용이 지지지역 우선 보호논리에 휩쓸려 불합리하게 이뤄져 홍수 피해를 키우고 있는 형편이다.
 
태국 고대수도이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유타야의 왓 차이왓타나람 사원도 홍수로 물에 잠겼다
 
태국의 홍수 피해를 키우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숲 훼손이다. 태국은 국토의 40퍼센트 이상이 농업지대이다. 가난한 기층 농민들은 물론 정권과 자본을 뒷배로 둔 불법 벌목과 개간이 전국적으로 일반화돼 있다. 숲이 사라지면서 물을 가두고 흡수하는 억제력도 약화됐다. 홍수가 더 빨리 농토와 도시를 휩쓸게 된 것이다. 환경파괴의 후과가 기후변화와 정치적 분열에 이은 정책 부재를 타고 확대되는 구조인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변화로 인한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숲을 비롯한 환경을 지키고 자연재해에 즉각적으로 응전할 수 있는 인프라와 그것을 슬기롭게 응용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그 교훈을 태국의 주기적인 대홍수 피해는 지구촌에 전하고 있다.
 
 
글・사진 / Atiwat Silpamethanont
Atiwat Silpamethanont 인권, 사회, 환경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는 태국의 국제적인 포토저널리스트
협조 <수원화성국제사진축제> (http://suwon.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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