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의 갈림길에 선 기후변화협약

존폐의 갈림길에 선 기후변화협약


김진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원  aqua_green@naver.com


바야흐로 기후회의 시즌이 돌아왔다. ‘또 다시 미뤄진 기후변화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기후변화의 최전선’ 시리즈의 첫 번째 글을 실었던 것이 생각난다. 이번 호에서는 그 1년 사이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적응과 저감을 위해 어떤 발걸음이 내딛어졌는지 알아보며 시리즈의 끝을 맺고자 한다.

 

기후변화협약, 타결이냐 실패냐
올해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7)에서는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만료되는 2012년 이후에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에 대한 틀(포스트교토 메커니즘)을 확정해야 한다. 2009년 코펜하겐 회의(COP15)에서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오고 있지만 선진국과 주요 개도국들 사이의 의견차는 좁혀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회의에서도 실질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회의 자체가 수렁으로 빠져들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에 더욱 조급한 마음이 든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인 기후변화협약 타결은 국제사회가 ‘녹색기후기금(Green Fund)’의 조성, 운영에 관한 내용이 담긴 ‘칸쿤합의’의 구체적 이행방안에 합의하고 교토의정서의 2차 공약기간(2013~2017년) 동안 주요 선진국들이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이뤄질 수 있다. 협상타결은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인 만큼 COP17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만료되는 2012년 이후에도 이 기금이 제대로 운용될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선진국들의 재정불황이 이어지면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이대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기후변화협약은 실패할 것이고 그 결과는 곧바로 기후변화협약 레짐 자체의 존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의 실패는 다시 말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효력 상실, UN 주도의 기후변화협약의 무용론 확산 등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위기의 시대가 온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불황과 나락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성공 또는 실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간적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다. 일종의 ‘과도기적 합의’라 할 수 있는데 교토의정서 1차 만료 이후의 일정 시간을 과도기로 명명하고 다시 한 번 협약 타결에 다다르기 위해 총력을 쏟는 방법이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나마 새로운 기후변화협약 레짐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하지만 ‘코펜하겐 협정문’을 통해 합의했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2℃ 상승 이내로 억제’의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협약의 존폐는 곧 인류의 존폐
선진국들은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주요 개도국들의 참여 없이는 교토의정서 연장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을 물어 교토의정서는 현 체제 그대로 연장하되 개도국들을 포함한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서 두 개의 트랙으로 기후변화협상을 이끌어 가길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그룹에도, 개도국 그룹에도 편하게 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는데 경제규모로 보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로 보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는 선진국 그룹에 들어가는 것이 ‘책임 있는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이번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다음 총회의 유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더 적극적인 감축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 총회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된다.


기후변화 문제는 ‘나’와 ‘우리’의 이익을 따져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전 인류와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존폐가 기후변화문제 해결에 달려있다. 간단한 법칙 하나, 지금 조금 불편하면 온 미래가 밝아지지만 지금 좀 더 편하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그리고 이 법칙은 지구상 모든 인간이 따라야 한다. 올해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모두가 이 법칙을 되새겨 ‘더반결의문’ 하나쯤 발표해 주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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