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기농은 짝퉁? _ 임지애



중국산 농산물, 가공식품의 국내 유통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산 농산물, 가공식품의 잦은 식품안전 사고로 인해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또한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중국산 유기농은 어떠할까? 믿고 먹을 만한가? 국내 유기농 가공제품의 중국 생산지 현황조사는 중국산 원재료가 과연 안전할 것인가에서 시작했다. 어쩌면 유기농의 ‘짝퉁’을 찾고자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 유기농 현지를 둘러본 우리는 우리 농업을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한미 FTA와 중국산 농산물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농산물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유기농 가공식품의 원산지가 중국?
최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국내 유기농 가공식품 중에서 ‘원산지 중국’으로 표시된 제품을 종종 보게 된다. 유기농 제품의 특성상 원재료 또한 국내산일거라 생각하지만 원재료의 생산지가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경우이다.

유기농 원재료 중 주로 수입되는 품목으로는 콩, 고추, 깨, 녹두 등으로 간장, 된장, 두부, 고추장 등으로 가공, 유통되고 있다. 그러면 원산지가 중국인 유기농제품은 과연 안전할까? 지금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매년 연례적으로 터지는 김치의 기생충 알 파동, 납 꽃게 파동 등의 식품안전사고로 인해 중국산 식품에 대한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국내 유기농 가공식품의 중국 생산 현장조사는 우선 국내에서 유통되는 유기농제품의 원산지들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후 대표적인 유기농 가공식품의 원재료가 생산되고 있는 중국 현지 농장을 방문·조사하고 중국의 유기농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방문조사 등을 진행하였다.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9박10일로 진행했는데 주요일정으로는 중국의 유기농 기본현황과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북경에 위치한 대표적 유기농 관련 NGO와 정부담당자를 면담하였으며 이후 유기농 최대산지인 내몽고와 길림성을 방문, 조사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조사자로는 이지현(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국 국장), 한미영(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위원)과 필자가 참여했다.

중국의 유기농 정책
중국의 유기농 현황과 정책을 파악하기 위하여 중국 농림부 산하기구에서 최근 민영화된 〈중국유기농식품협회〉 방문과 〈그린네트워크〉, 그린피스 차이나 등 친환경 농업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는 NGO를 면담했다.

중국의 친환경 농산물은 무공해식품, 녹색식품, 유기식품의 3단계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었다. 유기식품은 유럽의 ECOCERT, 미국의 OCIA, 일본의 JAS 등 국제적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고 국제기준에 따라 관리되는 식품으로 중국 내 유통이 아닌 전량이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나 길림성, 흑룡강성 등 중국 동북3성의 유기농 생산단지는 토질 등의 우수성과 친환경성으로 국제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에 녹색식품과 무공해식품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기준으로,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친환경농산물이 이에 해당한다. 녹색식품은 또다시 A와 AA등급으로 나누어지며 A는 무공해식품에, AA는 유기식품에 가깝다.

중국의 유기농산업은 아직은 초보적 단계로서 10여 년의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기농식품에 대한 유통도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뿐 아직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유통되고 있지는 못하다. 특히나 친환경농산물 중 최고의 품질을 보증하는 유기식품은 외국으로 전량 수출되고 있어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친환경농산물 양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유기농산업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나 정부차원에서는 오지 지역의 유기농산업을 농촌경제발전의 전략적 사업으로 판단하여 도로 등의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해주고 국제적 인증기관의 인증 획득을 지원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위한 NGO의 노력
중국의 환경분야 NGO는 자생적으로 발생한 NGO와 그린피스나 WWF 등 국제적 환경단체의 중국조직 등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친환경농업 관련 환경NGO들 중 대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의 자생적 환경단체인 〈그린네트워크〉와 그린피스 차이나를 방문하였다.

〈그린네트워크〉에서 벌이고 있는 친환경 농업운동은 ‘건강농업’ 운동으로 대표된다. 건강농업운동은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개념에 기반을 둔 운동으로 농민과 도시소비자가 농산물의 생산방식과 공급 등에 대해 사전 협의하여 재배하며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재배, 유통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생활협동조합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느슨한 형태로 네트워크되고 있다면 건강농업의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좀더 긴밀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그린피스 차이나는 중국에서 생산, 유통되고 있는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조사, 감시운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공식품의 기업별, 제품별 유전자조작 원료 사용여부를 조사하여 사용여부에 따라 황색, 녹색, 적색기업으로 표기한 가이드북을 제작, 배포하여 사회적으로 유전자조작반대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이렇듯 NGO의 친환경농업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은 중국 유기농정책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감시활동 등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내 유기농 가공제품의 중국 현지 농장
중국의 유기농 현황과 정책을 파악하기 위한 북경 조사에 이어 유기농 산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조사활동의 핵심방문지역인 현지농장 방문은 국내 유기농 가공식품의 중국 현지농장인 내몽고 통료 농장과 길림성 도남 농장, 돈화 농장으로 오지에 있는 각 농장 방문을 위해 매번 5시간 이상의 장거리 이동을 반복해야만 했다. 또한 각 농장 방문 시 재배지와 저장창고 가공공장을 확인하고 현지 농민 면담과 각종 인증서 및 영농일지, 토양분석 등의 서류 검토 등을 기본적으로 진행하였다. 방문 농장에 따라 중국생산자와 중국 및 한국 측 유통기업, 한국 가공기업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내몽고 자치구 통료 농장은 심양에서 9시간 버스를 타고 가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거리상으로는 4시간 정도의 거리이지만 폭우로 인해 길이 좋지 않고 심지어 끊겨 있어 계속 헤매야 했다. 통료 농장은 중국 유기농 생산회사인 ‘화은유기공사’의 내몽고 농장으로 옥수수, 녹두, 깨, 고추 등이 재배되고 있다. 농장 재배 작물은 한국을 포함하여 미국, 일본, 호주, 유럽 지역에 전량 수출되고 있다. 농장에서 재배되는 깨와 고추, 녹두 등은 중간 유통업체를 통해 국내 기업들에게 판매되며 국내에서 가공되어 유기농 참기름, 고추장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 작물재배를 위한 물은 빗물로 충당하고 있으며 별도의 관개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조건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지역기후의 특성상 겨울이면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 해충이 생존할 수 없으며 비료는 양분을 이용한 유기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물 가마별로 로트번호를 매겨 이동, 선적 및 유통의 전 과정을 추적관리하며 농부 스스로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두 번째 방문농장인 길림성 도남 농장은 중소규모의 유기농 생산회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참깨를 재배하고 있었다. 기본상황은 앞의 통료 농장과 유사하며 규모가 작은 관계로 별도의 저장창고 등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으며 토양조사 등은 2~3년에 한 번 정도 진행하고 있었다. 길림성 돈화 농장은 콩을 중심으로 재배하고 있다. 이곳의 콩은 국내에서 콩나물과 두부 등으로 가공, 유통되고 있고, 한국기업이 중간 유통자의 기본적 관리 외에 자사가 선정한 농산물 재배, 정선 방식을 이용한 재배에서 가공까지의 별도의 관리체계를 갖추고 관리하고 있었으며 유기농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돈화 농장은 앞서의 농장들이 가진 친환경적 조건 외에도 토양의 유기질이 4퍼센트가 넘는 비옥토로 별도의 유기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세 곳의 농장을 방문조사하며 각 농장이 공통적으로 넓은 땅의 장점을 이용하여 외부의 오염시설과 충분히 격리되어 있으며 일반 관행농과도 40미터 이상의 격리 대(나무 또는 산의 골짜기)로 구분되어 있었다. 자연조건으로 인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과 특별한 관개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점, 비료의 경우 양분을 이용한 유기비료를 사용하거나 토질의 우수성으로 인해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 등은 중국산 유기농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조건이다. 특히나 규모에 있어 큰 대지를 이용한 대량의 유기농산물 생산가능 조건과 자연적 조건으로 노동투여가 많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의 우위는 국내 유기농산물 생산 조건과 크게 대비되는 조건이다.

한국 유기농산물보다 우위
이번 조사 활동을 통해 부분적인 관리상의 문제점들이 확인되기는 했지만 애초의 조사기획 의도와는 달리 중국 유기농산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나 대량생산되는 중국산 유기농산물은 가격경쟁 등에 있어 한국 유기농산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또한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나 대책이 좀더 세분화되어야 함을 확인하였다.

중국산 일반 농산물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유기농산물의 경우 몇몇 기업의 관리상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는 했어도 대체적으로는 질 좋은 토양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 유통되고 있었다. 한미 FTA로 인해 우리 농업이 생사의 귀로에 서 있는 지금,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산 유기농산물이 대량생산, 가격경쟁으로 밀려들고 있다. 우리는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찾고는 있는가?


글 / 임지애 limja@kfem.or.kr
환경운동연합 기업사회책임팀 팀장
사진 / 한미영 dudumama@empal.com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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