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전자조작 쌀, 밥상 덮치나

농업개방으로 쌀조차 무역논리에 휘말려 최소시장접근물량으로 불리는  의무 수입량이 정해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쌀은 매년 30만 톤 이상이다. 2014년까지는 그 양을 더 늘려야 한다. 수입쌀이 흔해졌지만, 수입쌀로 밥 지어 먹는 이들은 없다. 대체 그 쌀들은 어디에 쓰일까?


중국 유전자조작 쌀 재배 승인

대부분 수입쌀은 집단급식이나 식당에서 쓴다. 또 가공용으로 수입된 쌀은 떡, 면, 술주정, 쌀과자, 쌀가루, 조미 식품 등으로 사용되는데 떡과 면류에 50퍼센트 이상 사용된다. 중국은 공산품만이 아니라 쌀도 많이 수출하는데 우리나라 쌀 수입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들어온다. 중국산 쌀은 전체 식량소비량에서 5퍼센트 이하의 비중이지만, 가격이 싼 데다 우리 입맛에 맞는 단립종이라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한국의 밥상이 처한 우울한 풍경을 연출하는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이 바로 이 중국산 쌀에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언론은 일제히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인 중국이 살충독성을 가진 유전자조작 쌀의 생산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세계인의 주식인 쌀과 밀을 유전자조작기술로 생산하려고 몇몇 기업들이 시도해왔다. 그러나 농민과 소비자의 반대에 부딪혀 상업재배하지는 못했다. 유전자조작 기술에 대한 안전성에 의문을 던지는 과학자들과 시민사회의 우려와 감시 때문에 감히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유전자조작 쌀의 상업재배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중국에 의해 열릴 판인 것이다. 때를 맞춰 생명공학기업들은 또 다른 세계의 주곡인 밀도 유전자 조작한 것을 상업재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가축 사료나 가공식품 중심으로 사용되던 유전자조작 곡물들이 이제 밥상 위로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유전자조작 쌀을 재배, 생산하면 우선적으로 유전자 오염이 우려된다. 이미 2005년 그린피스는 ‘중국 내에서 유전자조작 쌀이 불법 재배, 유통되고 있다.’고 고발한 바 있다. 그 이후 불법 재배된 유전자조작 쌀은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에 보고된 유전자조작 오염사고는 총 22건에 이르며 이 중 중국산 유전자조작 쌀에 의한 사고가 8건에 이른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유전자조작 쌀을 재배, 유통시킨다면, 매년 중국산 쌀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사건과 사고 피해 규모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한국 시장에서 유전자 오염이 심각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 농민들이 소중히 기른 쌀이 중국산 유전자조작 쌀과 섞이고, 결국 통으로 유전자조작 쌀로 표기돼 싸구려로 팔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문제를 제기할라 치면 중국 정부와 유전자조작 쌀 관련 소송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14년 쌀 시장 완전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유전자조작 쌀 생산 승인은 우리 농민을 더 힘들게 하는 일이다. 정부는 최근 쌀 소비량의 급격한 축소의 대안으로 쌀 가공식품을 다양화시켜 쌀 소비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농민과 국산 쌀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쌀 가공식품 확대는 값싼 중국산 또는 미국산 쌀만 분말형태로 손쉽게 수입할 수 있게 만든다. 정부는 이를 통해 쌀 수입 할당량을 채울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나 차를 팔기 위한 최소한의 호혜적 무역개방이라는 논리 아래 우리 농민과 우리 쌀은, 그리고 시민들의 건강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제도적 한계 시급히 보완해야

중국이 재배한 유전자조작 쌀이 우리 식탁 위에 오르려면 앞으로 2~3년은 걸릴 것이다. 일단 재배가 된 뒤 중국 내 안전성 검사도 마쳐야 하고, 우리나라 유전자조작식품 안전성 검사 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승인되는 유전자조작 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길쭉한 장립종이기 때문에 밥용보다는 가공용으로 먼저 수입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산 유전자조작 쌀이 본격적으로 재배, 유통되기 전에 유전자조작 작물 안전관리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 아직 검증기술이 부족한 데다, 기본적 안전관리를 위한 정보를 제조사들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적 한계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제도의 보완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유전자조작 쌀을 생산하기 전에 쌀을 유전자조작 표시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다. 

통일벼는 무엇보다 맛 때문에 식탁에서 사라졌다. 맛 좋고 건강에도 좋은 우리 쌀이 맛이 아니라 시장의 이윤 때문에 밥상에서 사라지고 유전자조작 쌀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대관절 우리는 무엇 때문에 휴대전화며 차를 팔아야 하는가? 밥 맛 없는 밥상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농민 없는 빈들과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인가?


최준호 서울환경운동연합 벌레먹은사과팀 부장  jopan@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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