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가습기살균제 바이오사이드의 습격 - 일본에서 벌어진 약해사고들 법정 결과는?

일본에서 벌어진 약해사고들 법정 결과는?

 

박태현 강원대 법학과 교수 pth73@kngwon.ac.kr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전인 2003년, ‘콘택600’ 사건이 발생했었다. 페닐프로판올아민(Phenylpropanol-amine)이 함유된 감기약으로 인한 사망사건이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현재 또 다시 결함 있는 제조물질로 인해 다수의 사용자가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를 통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하다가 피해를 입었다. 때문에 이들 제품의 결함은 통념으로도 간단히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제조물책임법에는 ‘피해자를 낸 상품의 제조자에게 책임을 면해주는 사유로 인정되는 규정’이 있다. ‘개발위험의 항변’이라는 개념이 그 규정에 관한 것인데, 개발위험이란 ‘어떤 제조물이 유통 과정에 놓인 시점에 있어서 과학적 지식 또는 기술 지식의 수준으로 예견할 수 없는 제조물의 위험’을 뜻한다. 개발위험을 항변한다는 것은 ‘과실 책임을 면제해 달라.’는 뜻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경우, 개발위험의 항변이 법정에서 수용될지 아닐지를 주목해야 하고, 수용됐을 경우에는 ‘피해자들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 두 법률적 이슈에 대한 시사점을 일본에서 다수 발생했던 약해사건들에 대해서 일본 법정이 어떻게 판단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제조물의 종류에 따라 의약품 부작용 사고, 식품 사고, 결함차 사고, 결함주택 사고 및 기타의 제조물 사고로 제조물 사고를 분류한다. 특히 ‘의약품의 사용에 의한 피해 사건’을 약해사건이라 부른다. 일본의 약해사건은 1995년 7월 1일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기 전인 1960년대부터 사회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피해자가 만여 명에 이르는 대형 사건도 발생했었다. 우리나라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은 엄밀히 말해 의약품이 아닌 화학제품 피해이므로 약해사건으로 분류하긴 어렵지만 사고의 발생과 전개 과정이 약해사건과 유사하다. 따라서 약해사건들에 대한 일본 재판부의 판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법률적 추이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과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일본 약해사건 피해자들처럼 재판을 해야만 할까, 아니면 다른 제도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좋을까?  사례를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
탈리도마이드는 1957년 독일의 제약회사인 그뤼네탈 사가 판매한 수면약의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1958년 1월 20일 다이닛폰제약(현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이 탈리도마이도를 제제한 「이소민」 을 발매하였다. 1960년 8월에는 탈리도마이도를 함유한 위장약 「프로반M」을 출시했는데 이 약은 임산부의 입덧방지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임신중에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에서 단지증(phocomelia) 등의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서 1962년 5월과 9월 회수·판매중지가 되었다. 이에 앞서 1958년 독일에서는 시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단지증 등의 선천성 기형이 보고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탈리도마이드에 기인한다고 한 소아과의사의 경고에 따라 1961년에 회수·판매중지가 되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관련 불명」이라는 견해로 회수·판매중지가 늦어져 피해가 확대된 것이다. 약 1000∼1200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이 중 정식 피해 인정을 받은 이만 309명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1963년 6월 28일 최초로 다이닛폰제약 및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1974년 10월 13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제약회사와 국가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진 것을 필두로 전국 1974년 11월 12일까지 전국 8개 지방재판소에서 차례로 화해가 성립됐다. 같은 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재단법인 「이시즈에(いしずえ: 초석, 주춧돌)」가 설립됐다

 

스몬(SMON:subacute myelo-optico-neuropathy) 사건
스몬(아급성 척수시신경증)은 복부팽만 후 심한 복통을 수반하는 설사가 계속되어 발바닥부터 차례로 위쪽으로 저림, 통증, 마비가 퍼져 때로는 시력장해를 일으켜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스몬은 정장제(整腸劑) 「키노포름」복용에 의한 부작용의 결과였다. 1970년 8월 니가타대학의 츠바키 타다오 교수가 역학조사에 입각하여 키노포름 원인설을 제창했는데 일본 후생성은 이를 받아들여 1970년 키노포름제의 판매정지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 후에 스몬의 발생이 격감했기 때문에 키노포름 원인설을 지지하는 유력한 증거가 됐다. 그 후 동물실험에 의하여 키노포름이 스몬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 확인되어 키노포름이 스몬의 원인으로 확정됐다.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전국에서 약 1만1000명의 스몬 피해자가 발생했다.


스몬 재판은 일본에서 약해사건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는데 전국 33개 지방재판소와 8개 고등재판소에서 진행됐다. 원고 수는 합계 7561명에 달했고 화해에 의하여 보상을 받은 피해자는 6470명, 화해액은 약 1430억 엔에 이르렀다. 한편 스몬 재판은 ‘법리 측면’에서도 일본 약해재판사상 특기할만한 사건이었다. 동경지방재판소(東京地裁) 1978년 8월 3일 판결은 행정적 감독권의 불행사를 이유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국민의 생명·신체·건강의 훼손 발생 위험이 있고(위험의 절박성), 행정청이 규제권한을 행사하면 쉽게 결과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반면 행정청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결과 발생을 방지할 수 없으며(결과 회피 가능성), 행정청이 그러한 위험의 절박성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는 정황에 있었고(인식 가능성), 피해자가 규제권한의 행사를 요청하고 또 기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경우(기대 가능성)에는 행정청이 규제권한을 행사할지 안 할지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권은 없어지며, 행정청은 결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규제권한을 행사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러므로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해석해야 한다(재량권 수축론).’

 

클로로퀸(chloroquine) 사건
이 사건은 류머티즘, 간염, 간질병의 치료제로 사용되어 오던 클로로퀸 약제를 복용한 환자들에게 클로로퀸 망막증이라고 불리는 시력장해가 발생해 그 피해자들이 클로로퀸 약제를 수입 제조 판매한 6개의 제약회사 및 동 약제의 투여기관인 의료기관 그리고 이를 승인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클로로퀸은 1934년 독일에서 항말라리아제로 개발되었지만 독성이 강해 시판을 중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1955년 요시토미제약이 ‘레조힌’이라는 명칭으로 시판했는데 1957년 각막 장해가 보고됐다. 1959년에 요시토미제약은 이 약을 만성신염, 만성관절 류머티즘, 간질병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적용 범주를 확대했다. 하지만 그 뒤 1961년 클로로퀸 망막증이 보고됐다. 1973년은 요코하마시립대학병원에서 이 약을 처방받은 뒤 실명한 피해자가 요코하마지방재판소에 병원을 제소했고 1979년 9월 26일 요코하마지방재판소는 의사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또한 제약회사에도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과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1995년 6월 23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국가 책임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약해 간염 사건
지혈 목적으로 투여된 혈액제제 피브리노겐(fibrinogen)에 의한 C형 간염에 감염된 피해사건이다. 1987년 전후에 사용하였다고 의심되는 환자들이 집단적으로 C형 간염에 걸려 1998년 『뉴스 JAPAN』이 ‘약해’ 의혹 추적보도를 시작한 뒤 2004년에 제약회사인 미도리십자(현 다나베미츠비시 제약)가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피브리노겐 제제의 추정 투여 수는 약 29만 명이고 추정 간염 발생 수는 1만 명으로 추산된다.


약해 간염 피해자들은 국가와 제약회사 3사를 상대로 전국 5개 재판소에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2006년 6월과 8월 오사카와 후쿠오카 지방재판소에서 각각 국가와 제약회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됐다. 또한 2007년 3월 도쿄지방재판소 등 전국 지방재판소에서 국가와 제약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고, 2007년 12월 13일 오사카고등재판소가 1984년 이후의 감염자에게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화해안을 제시했으나 피자자 원고단은 1984년 이전의 감염자나 그 밖에도 소를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까지 구제대상자에 포함돼야 한다며 화해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JONSON가비키라 사건 · 피아노용 방충방청제 사건
한편 가습기피해사건과 유사한 사례도 발생했었다. 먼저 JONSON가비키라 사건은 한 가정주부가 분무식 가정용곰팡이 제거제를 사용하다 만성기관지염, 알레르기질환 등의 만성질환 과 사용직후의 급성질환(급성기관지염)에 걸렸다며 제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동경지방재판소는 1991년 3월 28일 곰팡이 제거제에는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분무식 용기로는 사용자가 약액을 흡입할 우려가 높으며, 약액의 비산이 용이하지 않은 포식용기(泡式容器)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사 상품에는 포장용 케이스에 호흡기장해 등에 관한 경고가 기재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제조회사가 포식용기를 채용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피아노용 방충방청제 사건도 주목할 만하다. 재판소는 ‘1996년판 의약품해설서에도 정제(錠劑)에 함유된 솔비트가 물에 매우 녹기 쉽고 흡습성이 있다고 기재돼 있다. 따라서 솔비트를 76~87퍼센트 함유하는 문제의 방충방청제(정제 형태로 가공됨)가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들여 액상화한다는 사실을 제조사가 피해자에게 판매했던 2000년 3월 당시의 과학·기술수준으로는 알 수 없었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제조사가 개발위험을 내세워 책임 없다고 하는 항변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제조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개별소송 아닌 정부 피해대책 마련해야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개별소송 아닌 정부 피해대책 마련해야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또 한 명의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간질성폐렴 진단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폐 이식와 기관지수술을 받고 겨우 살아났던 산모 서모 씨가 11월 10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산모 서 씨가 품고 있던 아이는 서 씨의 간질성폐렴 진단을 받아 불가피하게 지난 6월, 7개월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폐혈증, 장천공, 콩팥기능저하 등의 고통 끝에 생후 2개월만인 7월말 세상을 떠났다. 서 씨와 함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첫째 아이는 올해 5월 간질성폐렴을 진단 받고 현재 치료중이다.


서 씨가 떠나고 다음 날인 11월 11일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 동물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또 그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대책은 없다. 피해자들에게 “기업들과 개별적인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고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일본 약해사고 사례에서도 보듯 소송을 해서 판결이 난다해도 수년이 걸리며 피해를 다 인정받기도 힘들다. 환경단체와 피해자모임은 개별소송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피해규모가 확인된 경우만 수백 건이고 소모성제품이라는 특징 때문에 사용증거를 제시하는데 한계가 많고 정부정책의 잘못에 기인한 문제를 피해자와 가해기업 간의 개별소송으로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여영학 변호사도 지금 상황에서 개별소송을 하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원인과 피해가 다 드러났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심각한 건강피해가 발생된 사안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한다. 기본적인 조사만 검토해놓고 피해보상은 개별적인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지금 이 상항에서 소송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지금은 피해자들의 개별적인 피해를 조사하고 왜 이런 물건이 시중에 유통되었는지 정밀히 조사해야 한다. 이후에 피해자모임에서 요구하는 피해기금조성방식이나 정부가 기업대표를 만나 피해보상을 협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을 때 그 때가서 개별소송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요구는 가습기살균제의 해결과 제2의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그 내용을 전한다. 
▲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모든 가습기살균제 회수 ▲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차원의 TF팀 가동 ▲ 정부에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해 피해사례에 대한 전국적이고 구체적인 실태조사 진행 ▲ 1차 진료기관과 3차 진료기관의 협조체계 시급히 구축 ▲ 피해자 가족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희귀성난치성질환으로 분, 정부차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대책 수립,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잠재적 위험 파악과 이들에 대한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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