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은 어떻게 파푸아 토착민을 수탈했나

2020년 2월 초, 한국 기업의 팜유 플랜테이션이 토착민들에게 미친 영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인도네시아 파푸아 섬에 있는 셀릴(Selil) 마을을 찾았다. 서울에서 셀릴 마을까지는 꼬박 3일이 걸렸다. 인천에서 자카르타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의 최동단(最東端)이라고 하는 파푸아 섬의 메라우케까지 비행기를 두 번 환승을 하고, 메라우케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5시간 차를 타고 간 뒤, 차에서 내려 늪지대를 야간행군을 하고, 굽이굽이 나있는 강을 따라 배를 타고 한 시간을 가서야 겨우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푸아 섬의 토착민 
 
숲에서 과일을 수확하는 토착민 Ⓒ공익법센터 어필/박해인
 
마을에 도착하자 마마 에디타(Mama Edita)가 우리 일행을 반겨주셨다. 마마 에디타는 조상 대대로 오랫동안 파푸아 섬에 살아온 토착민(indigenous peoples)이다. 파푸아 섬의 토착민들은 전통적으로 숲에서 수렵, 채집을 하며 살아왔다. 마마 에디타도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숲으로 갔다고 했다. 마마 에디타는 가족들과 숲에 집을 짓고 지내면서 산돼지나 사슴을 사냥하기도 하고, 강에서 다양한 토종 물고기와 악어도 잡았다고 한다. 숲에는 사고(sago)야자 나무가 많았는데, 사고야자 나무의 줄기 속에 있는 속을 파낸 후 그 추출물에서 나온 전분을 끓이거나 구워 먹는 것이 파푸아의 토착민들의 주식(主食)이다. 마마 에디타는 우리가 지내는 동안에도 사고를 수확하여 얻은 전분 가루와 코코넛 가루를 섞어서 쫄깃한 빵을 구워주시기도 했다. 
 
파푸아 섬의 토착민들의 이러한 삶의 방식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섬의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도 구별이 되는 독특한 것이다. 파푸아 섬은 오랫동안 토착민들이 부족사회를 이루며 살아왔으나 19세기 후반, 네덜란드와 독일, 영국이 각각 섬의 서부와 북동부, 남동부를 차지하며 식민 지배를 해왔다. 2차 대전 후 식민지들이 해방되는 과정에서 파푸아 섬의 동부는 파푸아뉴기니라는 국가로 독립을 하였으나 파푸아 섬의 서부는 네덜란드가 식민지 지배를 하던 지역의 주권을 요구하던 인도네시아에 편입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서파푸아 지역에 인도네시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저항운동이 조직되었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반군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오랫동안 민간인 학살을 포함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자행해왔다. 
 
더 나아가 파푸아에 주둔한 군대는 파푸아의 풍부한 자원을 목적으로 진출하는 다국적기업과 결탁하여 토착민들의 인권을 침해해 왔다. 다국적기업은 파푸아 섬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군대를 ‘보안요원’으로 활용하는데, 군대는 자원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와 생존권 침해에 문제제기를 하는 토착민을 ‘분리 독립’ 세력으로 간주하며 이들을 탄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파푸아 지역에 ‘경제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2010년 파푸아 섬의 남동지역을 식량 및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농업지구(Merauke Integrated Food & Energy Estate, MIFEE)로 지정하였다. 이에 따라 설탕, 팜유, 목재 등을 생산하기 위한 기업들이 메라우케 지역에 대거 진출을 하게 되었다. 
 

숲을 빼앗긴 후

 
마마 에디타가 사냥을 하고 사고를 캐던 숲도 이즈음 사라지게 되었다. 셀릴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같은 증언을 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불도저가 숲을 베어버리고 나서야 플랜테이션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숲이 사라지게 되자 마마 에디타의 동생이자 부족의 대표인 리누스(Linus)를 필두로 하여 부족 사람들은 회사에 숲을 돌려달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다른 부족 대표에게 이미 땅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더 이상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할 뿐이었다. 심지어 회사에 항의를 하는 자리에 참석한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고, 총격을 가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숲을 빼앗긴 토착민들은 그동안 살아온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냥을 하고 사고를 캘 숲이 사라졌고, 강에서는 예전과 같이 다양한 물고기가 잡히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플랜테이션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과 착유공장의 폐수로 인하여 강물이 오염되어 마을 사람들은 예전처럼 강물을 마시거나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도 없게 되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지하수나 빗물을 모아 사용하고 있는데 수질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건기에는 그나마 사용가능한 지하수와 빗물조차 부족하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토착민들 중 일부는 플랜테이션 농장에 취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플랜테이션 노동자의 대다수는 다른 섬에서 이주를 한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토착민들은 고용과정에서 차별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마마 에디타의 숲을 파괴한 회사에서 2011년부터 일을 했던 로마누스(Romanus)는 토착민들에게 정규직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본인도 오랫동안 일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사무실의 청소 업무를 담당하며 저임금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파푸아 토착민들이 숲을 잃게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생계유지 수단이 사라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숲은 조상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역사책이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마마 에디타의 부족은 조상들이 크게 전투를 벌인 곳이나 첫 세례를 받은 곳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소를 신성한 곳(sacred place)이라 여겨 보존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플랜테이션을 확장하면서 토착민들의 신성한 곳을 무단으로 파괴하기도 했다.  
 

한국기업들의 만행

 
마마 에디타와 셀릴 마을 사람들의 숲을 빼앗고 파괴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 기업이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2011년 파푸아에 소재한 PT. Bio Inti Agrind 법인의 지분 85%를 취득하여 팜유 생산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2만7000헥타르에 이르는 대규모 산림파괴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개발 과정에서 숲과 땅에 대한 권리가 있는 토착민들에게 사업에 대하여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진행하지 않아 자유로운 사전인지동의(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 FPIC)를 위반하였으며, 토착민들의 물과 식량에 대한 권리 또한 위반하고 있다.  
 
보존되어 있는 토착민들의 숲(좌측)과 팜야자나무 플랜테이션(우측) ⒸPUSAKA
 
파푸아 섬에는 포스코 인터내셔널 외에도 대표적인 한상(韓商) 기업인 코린도 그룹과 제지기업인 무림페이퍼 또한 진출을 하였는데, 마마 에디타의 이야기는 이들의 사업장에서도 반복이 되고 있다. 특히 코린도 그룹은 최소 2만5000헥타르에 이르는 대규모 산림을 파괴하고 토착민들의 자유로운 사전인지동의에 대한 권리를 위반했는데 이에 대해 국제산림관리협회(FSC)는 코린도 그룹이 저지른 환경·사회 파괴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개선 및 구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한 환경전문 탐사보도매체인 <Gecko Project>에서는 지난 6월, 코린도 사업장 인근의 토착민들의 식량권 침해로 인하여 아이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 저하를 겪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한국 정부와 공적금융기관은 정책적으로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에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농업 및 산림자원을 개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따라 포스코 인터내셔널에 총 354억 원의 융자를 제공했으며, 수출입은행에서도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사업을 위해 총 1억 달러 이상의 융자를 제공하였다. 결국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사용된 세금이 파푸아 토착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데에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연대 

 
“숲은 우리의 집이고, 땅은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제게 숲과 땅은 생명이고 영원입니다.” 
마마 에디타와 마을 사람들은 우리가 오래 전에 상실한 자연과의 친밀한 관계성과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겸손한 마음에 대해 거듭 이야기하였다. 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기업과 자본이지만 그 기업과 자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의 실체는 자연을 정복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여 ‘개발’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근대의 정신일 것이다. 
 
근대의 정신에 충실한 자본과 기업은 마마 에디타와 같은 토착민들의 숲과 땅을 전 세계에서 파괴해왔고, 그 결과 우리는 전례 없는 기후 위기로 인한 생존의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파멸로 몰아넣고 있는 근대의 정신을 떠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셀릴 마을을 떠나며, 마마 에디타와 마을 사람들의 오래된 삶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절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마 에디타와 마을 사람들의 삶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이들의 싸움에 연대하고, 근대의 정신을 떠나 이들의 삶의 지혜와 태도를 배우는 것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글 / 정신영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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