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of the Earth 49] 중국 산업화의 그늘, 선전의 쓰레기 산사태 참사

지난해 12월 20일 일요일 오전, 홍콩과 인접한 중국 남부 광둥성의 신흥 산업도시 선전(Shenzhen) 광밍신구에 있는 한 건축폐기물 매립장 경사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엄청난 양의 토사가 흘러내렸다. 흙더미는 인근에 있던 산업공단, 류시공업원을 덮쳤다. 공장, 사무실, 기숙사 등 건물 33채 그리고 사람들이 흙과 건물 잔해 속에 묻혔다.
 
흙더미가 밀려 내려오고 건물이 전복되는 큰 소요 속에 설상가상으로 가스관이 파열돼 불길이 일었다. 900여 명이 긴급 대피했으나 대규모 인명피해를 피할 순 없었다. 사고 후 발표된 사망자 수는 7명이었지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많았고 지난 1월 6일 산사태 현장에서 뒤늦게 58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선전 당국에 따르면 이중 52명은 77명의 실종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고 나머지 6명의 신원은 조사중이다. 25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이며 병원에 입원했던 부상자 17명은 일부 퇴원하고 7명이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산사태의 원인은 건축폐기물 매립장 

 
재앙을 몰고 온 산사태의 원인은 다름 아닌 건축폐기물 매립장이었다. 신흥 산업도시 선전은 공사 붐을 맞고 있었고 건축폐기물은 넘쳐났다. 흙과 시멘트, 기타 공사 폐기물들은 이번 사고를 유발한 언덕배기에 2년 넘게 쌓이고 또 쌓였다. 하지만 비가 내리자 폐기물의 중량을 감당하지 못한 언덕이 무너진 것이다. 매립장에 무려 100미터 높이까지 쌓였던 흙더미와 폐기물들은 사고 당일 내린 비로 토사로 변했고 도시를 집어삼켰다. 
 
한 목격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집으로 향하던 중 산사태를 보았다, 집들이 주저 앉았고 모든 공장들이 묻혔다.”라고 말했다. 
 
선전 당국은 이번 산사태로 선전지역의 38만 제곱미터가 토사로 덮였다고 밝혔다. 축구 경기장 50~60개와 맞먹는 정도의 규모다. 진흙은 10~20미터 두께로 쌓였다. 1만 명이 넘는 구조대원과 약 2200대의 중장비가 동원됐지만 구조 작업은 여의치 않았다.
 
현지시각 12월 23일 오전 4시경. 사고가 발생한 지 거의 3일이 지난 67시간 만에 잔해 속에서 한 사람의 생존자가 발견됐다. 중국 남서부 출신의 이주노동자였던 톈쩌밍(19) 씨는 극도의 체력 저하 상태에서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톈쩌밍 씨는 발견된 지 2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구조가 진행되는 사이 한쪽에서는 사망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국은 정확한 실종자 수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많은 주거민들과 노동자들이 중국 내부 지역의 이주자들이라고 밝혔다. 등록되지 않은 거주자들이 많고 친족 또한 멀리 있어 연락이 빨리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자신이 산사태에서 살아남았고 많은 이들이 파묻힌 곳을 안내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당국 관리들이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엄격한 현장 통제와 불투명한 구조 작업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방치된 쓰레기 산의 예견된 재앙

 
한편 중국 국토자원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지난 2년간 언덕 반대편으로 쌓여온 흙과 공사 잔재 더미가 너무 크고, 너무 경사져서 불안정했고 붕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산사태가 자연지형 구조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산업 인재였다. 주민들은 수년간 이뤄진 건축물 쓰레기 불법 투기가 이번 재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AP와 인터뷰한 첸(Chen Chengli)은 “만약 정부가 초반에 적정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폐기물 더미가 그토록 쌓일 때까지 너무 무심했다는 것이다.
 
매립장을 관리하는 업체는 이샹룽(Yixianglong) 공사였다. 이샹룽 공사는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데도 매립 허가기간이 종료된 지 10개월이 넘도록 운영을 지속했고 이로 인해 750만 위안(약 116만 달러)을 벌었다.  선전 당국은 당초 2014년 2월부터 12개월 동안만 이샹륭 공사의 매립장 운영을 허가했지만 이샹룽 공사는 안전 및 관리 계획을 지키지 않은 채 운영을 계속했다. 그러다 지난 2015년 7월 당국에 적발됐고 이어 9월에도 매립 중단을 촉구하는 경고장을 받았으며 산사태 나흘 전에도 작업 중단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이샹룽 공사는 이를 무시했고 안전 불감증과 위법에 따른 제재와 단속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선전 공단 산사태 지역 간부급 공무원이었던 쉬 모씨는 현지시각 지난 12월 27일 밤 건물 위에서 투신자살했다. 숨진 쉬 모씨는 중국 선전 광밍신구의 도시관리 담당 간부급 공무원이었으며 쓰레기 매립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지난 2016년 1월1일 중국 선전 검찰이 산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11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이들은 붕괴된 폐기물 매립지 관리원과 감독관, 폐기물을 매립한 회사의 관계자 등 모두 11명이다. 
 

급속한 산업화 속의 명암 

 
중국은 급격한 산업화 물결 속에서 산업 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북부의 항구도시, 톈진에서는 지난 2015년 8월 유해 폭발성 화학물질을 다량 보관하고 있던 창고에서 두 번의 큰 폭발이 일어나 173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다. 화학물질은 관리 "감독을 벗어나 부적절하게 저장되고 있었으며 법에서 정한 것보다 마을에서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산시성 타샨에서는 지난 2008년 9월 무허가 철광석 광산에서 나온 슬러지 때문에 댐이 무너지고 산사태가 일어나 254명이 사망하는 등 광산 커뮤니티가 파괴됐다. 이후 2009년 2월 같은 지역에서 또 광산이 폭발해 73명이 사망했다.
 
급성장 속에서 중국은 산업안전 기준 및 관리 감독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극적인 인명 피해를 초래한 이번 선전 산사태 역시 건축폐기물 업체의 안전 불감증과 당국의 관리 소홀에 따른 결과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급속한 산업화가 가져온 결과를 되새겨봐야 한다. 
 
 
글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arqus@eka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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