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of the Earth 57] 신을 내세운 잔혹한 동물 학살제

이슬람 축제인 ‘이드 알 아드하’에 수많은 동물이 도살된다. 그 규모와 잔혹한 방식 때문에 안팎으로 논란이 크다 ⓒJonás Amadeo Lucas
 
사람과 차가 다니는 도로에 발목까지 드리워지는 핏물이 그득해 충격을 주었던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사진은 지난 9월 15일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전해졌다. 붉은 피는 이슬람력에 따라 해마다 이뤄지는 동물 희생제에 따른 것으로 방글라데시에서는 9월 13일 무려 10만 마리의 가축이 거리에서 도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로 물든 이슬람 축제

 
동물 희생제 ‘이드 알 아드하(Eid al-Adha)’는 이슬람력으로 12월 10일에 이뤄지는 이슬람교의 축제다. 이슬람교에서는 선지자 아브라함이 신의 뜻에 따라 그의 아들 이스마엘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목을 베려는 순간, 아브라함의 믿음을 보고 만족해 한 하나님께서 아들을 살려주는 대신 양을 제물로 바치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 전설에서 유래된 동물희생제는 해마다 양, 염소, 소 등의 동물을 가정 단위로 노상에서 도축한 뒤 고기를 나눈다. 
 
동물 희생제를 치르고 나면 피로 물든 거리를 치우는데 통상적으로 시간이 며칠 소요된다. 특히나 방글라데시 다카는 배수 시스템이 원래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 축제 때 폭우가 겹쳐 도심은 흡사 피바다를 방불케 했다. 핏물 전경으로 인해 여러 이슬람권 국가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을 받았다. 
 
방글라데시 당국에 따르면 시는 이번 희생제를 앞두고 동물 도살을 위한 1000곳을 도축 장소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정 도살 장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설령 사람들이 알았다 해도 비 때문에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가축 도살은 지정된 장소가 아닌 주차장과 길가에서 이뤄지게 됐고 배수되지 않는 핏물로 인해 가축들의 죽음은 시각적으로 더욱 도드라졌다.  
 
각 가정은 축제에 대비해 살아있는 동물을 구입하고 축제 당일 거리에서 칼을 사용해 동물을 도축한다. 매매되어 마지막 순간을 맞을 때까지 동물들은 산 채로 여기저기 이동하는 등의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며, 도살의 순간에도 동물들은 또렷한 의식으로 스스로 죽음에 도달하는 것을 오롯이 느껴야 한다. 운송, 계류, 도살 등 그 어떤 지점에서도 동물들이 학대를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며 실제 빈번한 학대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종교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잔혹한 가축의 대거 도살의식은 오랜 전통이라 하더라도 변화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물희생 종식 선언한 가디마이 신전 

 
오랜 종교적 전통이었지만 시대의 비판을 받아들여 잔혹한 동물학살 의식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례가 네팔에 있다. 네팔의 ‘가디마이(Gadhimai)’ 축제는 동물 희생에 있어 잔인하기로 악명 높았다. 
 
가디마이 축제는 힌두교 여신 가디마이에게 복을 빌고자 가축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남쪽으로 16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바라(Bara) 지구에 있는 바리야푸르(Bariyarpur)의 가디마이 신전에서 5년에 한 번씩 이틀 동안 개최되는데 첫날에는 물소가, 이튿날에는 염소, 돼지, 닭, 비둘기 등이 대규모로 도살된다. 이 가디마이 축제로 인해 희생되는 동물의 숫자는 한 번에 25만~50만 마리. 
 
동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벌판에서 칼을 휘두르며 진행되는 이 축제 아닌 축제에는 유혈이 낭자한다. 동물들의 목을 치는 칼의 칼날이 무딘 경우도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들은 벌판에 모여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공포에 벌벌 떨다 그 자신 역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 지난 축제에서 물소만 해도 약 5000마리가 하루 만에 도살되었다. 물소는 축제를 위해 인도에서 네팔로 반출되기도 하는데 산 채로 이곳까지 끌려오는 일만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물소들의 머리는 가디마이 사원 부지에 묻힌다. 
 
힌두교 가디마이 축제는 동물을 대하는 잔혹함과 생명경시로 인해 안팎의 거센 항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네팔 당국은 몇 세기를 이어온 전통을 중단시킬 순 없으며 이는 종교와 신앙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8일 가디마이 신전 측은 중대 결정을 발표했다. 신자들에게 가디마이 축제에 더 이상 동물들을 데려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가디마이 신전 측은 공식 발표를 통해 “우리는 동물 희생을 종식하고자 공식 결정을 선언한다. 2019년 가다마이 축제에서는 (동물의) 피가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구습을 변형시킬 때이다. 죽음과 폭력은 평화로운 경배와 경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00년 동안 종교적 관습으로 지속해 왔던 동물 희생제를 바꿔 나가겠다는 소식이었다. 종교적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악습은 폐지될 수 있고 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생명 존중의 시대정신 필요

 
동물희생제인 이드 알 아드하를 앞두고 제물로 선택된 양이 줄에 묶여있다 ⓒJonás Amadeo Lucas
 
희생의 규모보다도 희생의 방식 면에서 구습의 잔인함이 비판되기도 한다. 힌두교의 데오포카리(Deopokhari) 축제는 네팔 코카나(Khokana) 마을에서 매해 8월 열리는 900년 된 동물 희생제다. 네와르(Newari) 원주민은 전통에 따라 어린 암염소를 산 채로 신전 근처 연못에 던진 뒤 청년들이 어린 염소를 찢어 죽이는 잔인한 의식이다. 데오포카리 축제의 목적은 연못에 살고 있는 신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 어린 염소는 사람들한테 맞고 목 졸리고 찢기면서 서서히 죽음을 기다린다. 희생 제물인 염소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울 이 시련은 최소 40분간 지속된다. 네팔 정부는 안팎으로 코카나 축제의 중단을 요구 받고 있다. 
 
광범한 문화적 다양성은 생명 존중의 시대정신과 함께 전승되어야 한다. 동물 희생제에 하릴없이 희생되어 가는 동물들은 엄연한 생명으로서 죽음의 순간까지도 생명으로서 대우 받아야 하며 어떤 경우에든 죽음이 의도적으로 고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럴 의무가 적어도 우리 사람에게는 있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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