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of the Earth 59] 전 세계가 트럼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11월 8일 미국의 선택에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의 유력한 당선 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차기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트럼프 당선에 충격 받은 미국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날드 트럼프 ⓒGage Skidmore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각 주별로 선출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로 진행된다. 즉 각 주별로 일반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의 선거인단에 투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선거인단이 해당 주에 배분된 선거인단을 모두 독차지한다. 선거인단은 인구 비례에 따라 정해지는데 각주 대통령 선거인단의 숫자는 모두 538명.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선 이 가운데 과반에 해당하는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트럼프 후보는 11월 8일에 279인의 선거인단 확보에 성공해 과반을 넘김으로써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전체 득표수에 있어서는 클린턴 후보가 100만 표 이상 앞섰다. 때문에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미국 선거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반면 이번 선거는 ‘트럼피즘(Trumpism)’이 백인 보수층 중심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피즘은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트럼프 당선에 대해 세계적 석학이자 미국의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는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솔직하고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출현하여 오랜 기간 들끓어 온 두려움과 분노를 악용할 위험성에 대해 우려해왔다.”며 “이 같은 현상은 ‘친근한 파시즘(friendly fascism)’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파시즘의 대중화를 경고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 대해 미국 국민들 스스로도 충격에 휩싸였다. 이민자를 범죄자와 동일시하며 이민자 추방과 멕시코 장벽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인종차별, 무슬림 반대, 여성 비하 발언 및 음담패설, 심지어 성추행 의혹까지 있었던 트럼프다. 정치경력이 없고 황당한 공약에 막말을 일삼던 그는 공화당 후보이면서도 공화당 내의 온전한 지지조차 모으지 못해왔던 터다.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며 지난 11월 8일 대통령 당선자 확정 이후 미국 전역에선 트럼프에 대한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맨해튼가에 있는 트럼프 타워 앞에서는 트럼프 반대 시위가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다. 
 

기후변화 등 환경정책 역주행 예고

 
미국 국민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어쨌든 트럼프는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트럼프는 내년 2월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뒤를 이어 임기에 들어간다.
 
트럼프의 당선은 특히 환경보전 방면에서 시대착오적 역주행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공공연하게 부정해 왔다. 정책기조 역시 모든 규제를 풀며 화석연료에 근간한 전통 에너지 산업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골자다. 선거 유세 당시 트럼프는 환경청이 하는 일이 ‘수치스럽다’며 미국 환경청(EPA)의 전면 폐지 혹은 역할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는 탄광개발을 활성화하고, 셰일 에너지의 수압 파쇄 공법 규제를 풀고, 석유와 가스 채굴 규제를 철폐하며, 송유관을 건설할 것이다. 반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로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 자체를 부정한다. 심지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2년 트위터를 통해 기후변화는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하기 위해 지어낸 것”이라고 했으며 2014년에도 기후변화를 “중국의 날조극”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경선 기간 중에는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며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에 반대하는 시민들 ⓒLorie Shaull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C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1.5°C 상승에 그치도록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를 나누어 책임지자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으나 기후변화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인 만큼 이행 없이 유야무야 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미국은 파리협약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2005년 수준에서 26~28퍼센트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파리협약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비준하면서 지난 11월 4일부터 발효되기 시작했다. 파리협약의 협정 당사국은 규정상 3년간 탈퇴할 수 없다. 즉, 트럼프의 공약처럼 즉각 탈퇴는 안 된다. 하지만 의사를 밝힌 뒤 공지기간 1년을 거친다면 탈퇴가 가능하긴 하다.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부인하며 공약대로 파리협약을 외면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탈퇴 여부를 떠나 협정의 실효성 자체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 11월 16일 파리협약 이행 논의를 위해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2)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파리협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발언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트럼프가 자신의 공약을 지킬 경우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며, 미국이 사실상 협약을 폐기하고 다른 나라들도 입장을 번복하거나 협약 실행을 함께 늦출 경우,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6퍼센트 급증한다고 밝혔다. 이는 협약 당사국 모두가 기후변화 정책을 펴는 경우에 비해 3배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설사 미국만 단독으로 파리협약에서 빠지고 나머지 모든 당사국이 감축 기준을 지킨다고 가정해도 당초 예상했던 탄소 배출량 감소효과의 최소 10퍼센트는 사라지게 된다. 
 

트럼프의 탈선을 막아라

 
트럼프 정권 이양을 준비하는 인수위원회 구성을 볼 때 어두운 전망은 더욱 확실시된다. 미국 환경청 인수위 수장으로는 마이런 에벨 기업경쟁력연구소(CEI) 소장이 임명됐는데 에벨은 악명 높은 기후변화 회의론자다. 한편 내무부는 미국 국토의 20퍼센트에 달하는 토지를 관할하며 내륙과 연안의 수많은 석유와 가스, 석탄 개발을 관장한다. 규제를 포함하여 멸종위기종 보호 업무도 내무부 소관이다. 하지만 내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는 개발을 위해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할 인물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비단 미국의 문제로 축소되지 않는다. 반환경적인 트럼프의 행보가 예고되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더욱 힘을 모아 트럼프의 탈선을 막아야 한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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