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of the Earth 66] 트럼프의 ‘나홀로’ 파리협약 탈퇴 선언

2017년 4월 29일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의 기후변화 대응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Mark Dixon
 
트럼프가 세계를 따돌린 것인가 세계가 트럼프를 따돌린 것인가.
 
지난 6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 탈퇴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미국과 미국 시민을 지켜야 하는 저의 엄숙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오늘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조항 이행을 전면 중단합니다.”라고 밝히며 “나는 파리가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선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그의 돌출발언 속에서 이미 예고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도 달아날 수 없는 기후변화의 엄중한 현실 앞에 설마 했던 사람들은 트럼프의 탈퇴 공식 발표에 깜짝 놀랐다. 파리협정은 기후변화라는 대재앙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지금으로선 거의 유일무이한 전 세계 공동의 노력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의 탈퇴 선언

 
파리기후변화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당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새로운 기후협약으로 1997년 채택되었던 교토의정서를 2020년 이후 대체한다. 
 
파리협정에 따르면 당사국 모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실천해야 하며 그 이행을 검증 받아야 한다. 즉,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탄소 저감 공헌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던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와는 다르다.
 
지난해 11월 4일부터 발효되기 시작한 파리협정의 목표는 이번 세기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을 기준으로 최대 2℃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상승폭이 1.5℃ 이내에 머무를 수 있도록 재정을 확보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최소 55퍼센트에 책임이 있는 55개 이상의 당사국이 국내에서 파리협정 비준을 수용 승인한 날로부터 30일이 지난 뒤 발효된다. 파리협정은 197개국 중 148개국이 비준했으며 2016년 10월 5일 문턱값을 넘겼고 지난 2016년 11월 4일부터 효력에 들어갔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2016년 9월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파리협정을 비준했다.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의 26퍼센트 혹은 28퍼센트에 이르는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 지원 등 기후변화 대응에 쓰이게 될 녹색기후펀드(GCF)에 30억 달러(약 3조4050억 원)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약 9개월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제적 약속을 파기해 버리고 만 것이다. 파리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시리아와 니카라과뿐이었는데 이제 미국도 거기 합류하게 된 것이다.
 

미국조차 반대하는 트럼프 행보

 
한데 여론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시장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는 다르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자체적인 선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리협정을 탈퇴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 내걸었던 피츠버그만 해도 피츠버그의 빌 페두토(Bill Peduto) 시장이 나서 “피츠버그 시의 시장으로서 사람들, 경제, 그리고 미래를 위해 파리협정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을 확인시켜드린다.”라고 말했다. 
 
연방정부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빌 페두토 시장뿐만이 아니다. 6100만 미국인을 대표하는 305명의 미국 도시 시장들은 파리협정을 지지하고 있다(Climate Mayors, 6월 15일 기준). 또한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버몬트,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워싱턴, 오리건, 미네소타, 버지니아, 델라웨어 등은 파리협정과 오바마 미국 전 행정부가 추진한 연방 청정 전력계획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과 지역이 함께 연방정부의 공백을 메우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파리협정 탈퇴에 대한 항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위원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도 파리협정 탈퇴 반대 서명을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지난 100년간 0.85℃ 증가했고, 1900년 이래 전 세계 해수면은 평균 약 19센티미터 상승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80만 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이 2℃를 초과하면 심각한 기후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100년까지 파리협정을 따를 경우(2.7℃ 상승)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경우(4.8℃ 상승) 예상되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의 차이는 막대하다.
 

흐름은 바뀔 수 있다

 
“지구 온난화와 싸우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주십시오. 우리는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습니다.”
 
마셜군도의 힐다 하이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에 대해 지난 6월 14일 유럽의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태평양 1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마셜군도는 그 어느 곳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처해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은 “세계에 알립니다. 미국은 도시와 주,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파리협정을 계속 준수해 나갈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협약을 탈퇴했지만 미국인들은 협약을 계속 지켜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파리협정에는 발효 후 3년이 지나야 탈퇴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협정이 지난해 11월 발효된 것을 감안하면 2019년 11월에 절차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후 1년의 통보기간을 거쳐 일러도 2020년 11월은 돼야 탈퇴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고 흐름은 바뀔 수 있다.  
 
기후변화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최대 배출국 세계 2위인 미국의 노력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글 /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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