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당장 피해자 구제에 나서라

LG화학 인도공장(LG폴리머스)이 일으킨 스틸렌 누출 참사로 사망한 피해자 15인-“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년 전인 2020년 5월 7일 새벽 2시 30분, 인도 남동부 해안도시 안드라 프라데시 주의 비사카트남 지역. LG화학 소속 LG폴리머스 인도 공장이 스틸렌 가스 누출사고를 일으켰다. 가스 누출을 알려야 하는 공장의 사고 경고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대피하던 주민들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도망치던 도로에서 쓰러졌다. 달리던 오토바이가 휘청거리다 쓰러져 헛바퀴를 돌았고 하천에 굴러 떨어져 정신을 잃은 이들도 있었다. 가축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져 죽었다. 거리는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었다. 스틸렌처럼 맹독성 위험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1만7000여 가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가동되고 있었으니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주민 2만 명이 대피했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했거나 대피 도중에 15명이 사망했다. 1천 명 이상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가스 누출 후유증은 더 많은 이들에게서 사고 이후 1년이 지난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의한 사회적 참사였다.
 

1년 전 인도에서 사회적 참사 불러

 
2020년 5월 14일, UN인권이사회 <인권과 다국적기업 및 기타 사업체의 문제에 대한 실무그룹>이 ‘더 이상의 보팔참사 닮은꼴 사고를 막기 위해 인권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5월 28일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확인됐고 스틸렌 가스 800톤이 누출’됐다는 인도 환경재판소 <사고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7월 7일에는 안드라 프레데시 주 정부 <조사위원회>의 사고 보고서가 발표됐다. ‘LG의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사고원인으로서 이런 상황에서 공장 재개는 불가하며 인구 비 밀집지역으로의 공장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안전관리 부실로 자사 공장이 일으킨 참사에 대해 LG화학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LG화학은 사고 발생 하루 뒤인 2020년 5월 8일 한글 홈페이지에 사고 관련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서 ‘LG화학은 글로벌 회사로서 환경과 안전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중시하고 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G폴리머스의 영문 홈페이지에는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았다. 한편 LG화학은 2020년 5월 14일 역시 자사 홈페이지에 ‘LG Polymers India 공장 상태 및 지원대책 추가안내’를 올려 아래의 사항을 인도 현지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약속했다. 
 
1. 유가족 및 피해자분들을 위해 정부 기관과 협의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보장 
2. 지정병원에서 주민 건강 검진과 향후 치료 제공도 책임지고 진행 
3. 전문기관을 선정해 건강과 환경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 
4. 지역사회와 함께할 중장기 사회공헌활동(CSR) 사업도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적극 추진
 
이 약속은 성실하게 지켜졌을까?
 

약속은 1년째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5월 7일 LG폴리머스 스틸렌 가스 누출 참사 1주년을 맞아 인도 현지(비사카트남)에서 ‘공장 이전하라, 피해자에게 정의를, 병원 설립하라!’는 요구를 걸고 열린 항의집회
 
지난 5월 6일 <LG화학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망사고 시민사회네트워크>와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 권리네트워크(ANROEV)> 등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사 1주년을 맞아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온라인 토론회를 마련하고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고 당시 10세였던 소년 스리산의 집도 공장과 가까웠다. 고통 속에 깨어난 스리산은 병원에 옮겨져 수술 받았다. “귀를 수술 했는데 수술 후에도 아픈 데가 많아요.” 19세의 소녀 헤말라타의 집은 공장과 불과 3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스틸렌 가스를 마신 뒤 지금까지도 엄청난 두통에 시달려요. 엄마는 화상을 당했고 가족 모두 이런저런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요.” 35세의 가장, 카말라카는 사고 합병증으로 결핵에 걸려 수술을 받았다. 폐와 신경계가 튼 손상을 입었고 다리는 마비됐다. “치료는 고사하고 사고로 일할 수 없게 돼 생계가 막막한 데 그 어떤 지원도 없습니다.”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LG가 사고 직후 약속한 피해자들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설립과 사고로 일하지 못해 발생할 생계 곤란을 타개할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같이, 사고 수습과 피해 보상과 치료에 관한 LG의 사고 관련 사회적 책무 이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참사 1년이 지난 2021년 5월 현재, 인도 환경재판소가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치료 지원 요구, 생계 보상 요구에 대해 LG의 공식적인 입장은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사고로 인한 건강 피해와 생계곤란에 시달리는 인도 현지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 호소를 1년째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1심 재판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주 정부와 중앙정부가 공장 규제 관련 이견을 보이고 있어 피해 분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LG는 재판 결과가 안 나온 것을 근거로 피해자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인도 현지의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엄혹해져 피해자들은 스티렌 가스 누출 건강 후유증, 이로 인한 생계 곤란에 겹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전반의 안전망 붕괴에 의한 피해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 
 

아시아 시민사회 “LG는 즉각 사회적 책무 이행하라”

 
지난 5월 7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한국 시민사회의 참사 1주년 기념 항의 집회 ⓒ강홍구
 
2021년 5월 6일과 7일, 사고 1주기를 맞아 인도, 한국, 홍콩, 네팔,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LG화학 책임 촉구 국제항의행동’을 공동기획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도 사고 현지에서는 5월 6일 저녁 ‘희생자 추모 촛불캠페인’이 열려 현지 가정별로 소등하고 촛불을 켰다. 우리나라에서는 7일 12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희생자 추모와 LG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LG화학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로만 외치면서 사실상 책임 있는 대처를 방기한 채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반성하고 당장 적극적인 구제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제 11세가 된 피해자 스리산은 피해자들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병원이 필요해요. 피해를 입은 아픈 사람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있어야 해요.”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사진제공 /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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