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죽이고 환경파괴하는데 경제성도 없는 고군산군도 케이블카 사업

고군산군도 전경. 다리가 놓이면서 섬 주민의 숙원은 풀렸으나 밀려드는 관광객과 난개발로 인해 섬의 원형은 많이 훼손되었다 ⓒ군산시
 
서해 푸른 바다 위 63개의 섬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고군산군도는 ‘신선들의 놀이터’ 혹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섬 여행지’라는 수사가 따라붙을 정도로 수려한 곳이다. 자연경관이 좋은 곳은 생태적으로도 건강하다. 무녀도 해안에서 인근 작은 섬까지 암초 사이사이 모래와 자갈이 쌓여 섬과 섬을 잇는 지형인 ‘육계사주’와 대장도 남서사면에 발달한 바위 절벽 ‘급애’는 Ⅰ등급 지형으로 보존가치가 높다. 고군산군도 일대를 국가지질공원 후보로 선정할 정도다. 고군산군도는 매와 검은머리촉새, 물수리 등 7종의 새와 맹꽁이, 흰발농게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육지의 높은 산에 비해 식물종 수는 적지만 저수지, 간척지, 묵논습지, 바닷가와 염습지가 발달하여 다양한 생태환경에서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지역이다. 환경부는 자연환경조사를 통해 신시도와 선유도 일대를 국가적으로 보존의 중요성이 크고 체계적인 보전대책과 관리방안이 필요하다며 신시도 권역의 상당부분을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했다. 
 

케이블카 위해 생태자연도 낮춰 달라?

 
그런데 이 아름다운 곳에 군산시와 새만금개발공사는 국내 최장의 고군산군도 케이블카를(신시도-무녀도 4.8km) 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전라북도는 환경부에 두 차례에 걸쳐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춰달라고 이의신청을 했다. 전라북도는 말로는 ‘생태문명의 대전환과 그린뉴딜’을 강조하지만 서울시와 함께 각종 개발을 이유로 전국 17개 시·도 중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가장 많이 줄였다. 
 
고군산군도 케이블카 노선 예정도. 신시도-무녀도 구간 약 4.8km, 사업기간 `19~ `24년(6년), 총사업비: 900억~1000억 원(추정)
 
환경부의 생태자연도는 전국적인 차원의 조사를 바탕으로 생태계가 우수하고 경관이 수려한 지역을 비롯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서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관리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중 식생보전등급 Ⅰ,Ⅱ등급에 해당하는 우수한 지역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1등급 지역은 전체 지정 면적의 9% 정도에 불과하다. 당연히 개발보다는 보전이 우선인 지역이다. 따라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지나가는 고군산 케이블카는 건설할 수도 없고 건설해서도 안 된다. 「자연환경보전법」시행령 제28조에 따라 도시계획시설결정이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군산군도는 신시도와 선유도를 잇는 연육교 개설 이후 난개발로 인해 관광객 수용 한도를 넘어섰다. 차량이 몰려들면서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 서식 갯벌을 메워 도로를 확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쓰레기는 쌓여가고 개발에 따른 섬 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섬의 원형과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를 잇는 도로 개설과 관광객 증가, 펜션단지 등 위락시설물 증가로 인해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서식지 훼손 가능성이 높고, 낚시 등 탐방객의 증가로 인해 검은머리물떼새(갯바위 등은 검은머리물떼새의 휴식지, 번식지, 채식지로 중요한 지역) 등의 멸종위기종 조류의 번식 개체군이 현재 상태에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일대를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환경부의 생태자연도 1등급의 경제적 가치 추정 연구에 의하면 생태자연도 1등급 10만 평의 자산 가치는 1조7074억 원(95% 신뢰구간 1조2686억 원~2조2980억 원)으로 추산된다.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16년 전 연구 결과임을 고려하면 현재 가치는 몇 배나 더 늘었을 것이다. 
 
변경 고시(2020-5호) 이전에도 신시도의 상당 부분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2006년 주)새만금관광개발이 추진하려던 ‘신시도타워’ 건설도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포함 △상당한 형질변경을 수반하는 지형 △풍화암 지질 등을 이유로 막을 내린 적이 있다. 그 때보다 1등급지가 더 확대되었음에도 신시도에서 무녀도까지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은 이 사업이 얼마나 졸속으로 결정되고 추진되는 사업인지를 잘 보여준다. 케이블카가 지나는 곳이 1등급 권역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무능한 행정이고 1등급 권역인 줄 알고도 추진했다면 꼼수 위법행정이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키고 복원해야 할 ‘생태자연도’라는 쐐기돌을 흔드는 것이다.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을 지키고 복원해야 하는 전라북도의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본다. 난개발을 막고 국토생태를 보전하자는 취지로 ‘생태자연도’를 도입한 자연환경보전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훼손은 순간이지만 복원은 어려워

 
케이블카는 한물간 사업이다. 일시적인 관광객 유인 효과가 있었지만 여기저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서 희소성이 사라지고 이용객수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환경파괴 논란만 있고 경제적 타당성도 떨어졌다. 케이블카 사업에 지분 참여를 통해 이익 공유 방안을 모색하던 군산시가 행정적인 지원만 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섬의 원형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관광객을 모으는 비결이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에서 머무르고 체험하면서 섬과 어촌의 정서를 느끼면서 쉬어가는 관광이 지역주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제 공은 생태자연도 등급의 수정 및 보완 절차 업무를 맡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으로 넘어갔다. 국가적으로 중요성이 크고 체계적인 보전대책과 관리방안이 시급한 상황임을 중심에 두고 전라북도의 이의신청을 검토해야 한다. 난개발이 분명한 지자체의 케이블카 사업을 위해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을 2등급으로 낮추는 것은 환경보전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자 정부가 전문가들과 수년에 걸친 조사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꽃이 피는 것은 어려워도 지는 것은 잠깐’이라는 시구처럼 환경을 지키고 복원하는 것은 어렵지만 훼손되는 것은 순간이다. 고군산군도의 자연환경은 오랜 세월의 거센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서서히 만들어졌다. 자연의 섬세한 손길이 만들어 낸 보물과 같은 곳이다. 케이블카 놓겠다고 신시도의 생태계와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작은 지구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글 /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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