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 가리왕산을 위하여

과거와 현재 - 가리왕산을 위하여


황인용 시인, 서울환경연합 회원 mhygh430@daum.net


그날 아침 가리왕산 참빗살 같은 골짜기마다 몽환처럼 피어올랐다가 포말처럼 사라지던 골안개가 새벽 한강에서 머리칼을 헹구고 있다. 새벽 한강 물안개 속에서는 익명으로 자신의 존재를 극명히 선언하던 풀벌레 울음소리 자명종처럼 깨어난다. 아침을 향하여 날아가던 한 마리 새의 날갯짓도 물이랑 위에 투영돼 고요히 일렁거린다. 염화시중의 미소로 피어나던 풀꽃도 푸른 향기의 언어를 이심전심 전하며 맑은 눈을 뜨고 있다. 더욱이 나무들은 안개 속에서 성호를 그으며 묵상하는 사제들이었다. 한없이 경건하게 서서 없는 죄라도 지어내 고해성사하고 싶었던 죄 없는 죄인의 심정이었던 그날 아침 가리왕산! 아아, 새벽 한강 물안개 속에서는 그날 아침 가리왕산에서 보고 들었던 그리운 풍경들이 비비케이 동영상보다도 명명백백하게 재생되고 있다. 먼 훗날 가리왕산에 바람처럼 다시 간다면 꿈꾸는 안개의 순간마다, 비상하는 새의 영원마다, 기도하는 나무의 믿음마다, 미소 짓는 풀꽃의 소망마다, 호소하는 풀벌레의 사랑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회상하리라. 서울의 거리를 수놓았던 촛불이며 깃발이며 날으던 짱돌과 꽃병의 추억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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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가리왕산 원시림이 훼손 위기에 처했다. 경제효과 몇천억 원, 몇조 원 따위 예측이란 가리왕산 생태계의 확실하고 명백한 피해 앞에서 한낱 후안무치한 설레발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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