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전설 용유담의 위기 - 지리산을 댐에서 건져라

구룡 전설 용유담의 위기 - 지리산을 댐에서 건져라

글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초록정책실 사무처장 leecj@kfem.or.kr
사진제공 진주환경운동연합

조선왕조실록이 기록한 제왕의 비가 있다. ‘태종우’가 그것이다. 태종의 붕어 즈음, 조선은 가혹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태종은 ‘내가 죽어 용이 되어 비를 내리겠다!’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 한다. 정말 태종 사후 해갈의 단비가 내렸다. 그 비를 ‘태종우’라고 부른 것이다. 조선 백성들은 선왕이 내리는 은혜의 비라 하여 도롱이와 우산을 쓰지 않고 기뻐하며 비를 맞았다고 한다. 태종의 기일은 음력 5월 초순, 한참 농사에 물이 필요한 시기다. 

지리산에는 지방관들이 기우제를 지내던 ‘비를 내리는 아홉 용의 전설을 품은 못’이 있다. 지리산 용유담이다. 용유담은 지리산 칠선계곡, 한신계곡, 백무동과 같은 아름다운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합류한 경남 함양 임천강(엄천강) 상류의 수심이 깊은 바위 연못이다. 작년 12월 문화재청은 이곳을 ‘명승(名勝)’ 지정을 예고했다. 법에서 이르는 ‘명승’이란 ‘지방지정문화재에 속하는 국가지정문화재’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명승은 경관의 국보”라고 정의한다. 국보급 경관이 명승인 것이다. 

용유담의 가치는 비단 기우제 문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용유담의 생태, 지질학적 가치는 더 크다. 용유담에는 1급 멸종위기종 수달이 서식한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주요 생태통로이기도 하다. 지리산둘레길 제4구간(함양 금계~동강)도 용유담이 깃든 엄천강을 따라간다. 용유담에는 드넓은 기반암이 곳곳에 움푹 파인 형태를 보이며 펼쳐진다. 포트홀(Pothole)이다.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교수는 “포트홀은 기반암의 오목한 부분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물살을 따라 돌며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절경이다. 이러한 회전운동이 계속되면 오목한 부분이 점점 깊게 파이면서 수 미터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오 교수는 “지리산은 18~19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리산 형성의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면서 용유담이 지리산 생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라고 밝혔다. 그러니 용유담의 경관, 생태, 지질학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못 일대를 ‘지질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보급 경관이 수몰될 판 
용유담의 가치와 미래가 이러하고 그러해야 하는 당위에 반해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의 행보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조절용 지리산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니 용유담을 명승에서 제외 해달라!’고 문화재청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용유댐 행정관할청인 경남 함양군도 용유담 유역이 재해•예방용 문정댐 건설 예정지라면서 같은 의견를 냈다. 문화재청은 명승 지정을 보류했다. 오는 6월 말, 명승 지정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명승으로 지정되면 살아남겠지만, 제외되면 댐에 수장될 것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 댐의 공식 명칭은 ‘문정 홍수조절댐’으로 용유담 하류 3.2킬로미터인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에 위치한다. 계획된 지리산 댐의 높이는 50층 규모로 141미터에 달하는데, 평화의 댐 125미터보다 높아 국내에서 가장 높은 댐이 된다. 넓이 역시 869미터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댐이 된다. 이미 ‘간이예비타당성조사’가 5월 내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 예산 5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사전에 실시하는 제도다. ‘간이예비타당성 조사’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된 사업, 즉 수해방지나 수해복구사업 등 긴급사업에 적용된다. 용유담을 수장하는 지리산댐이 긴급한 수해방지나 복구사업일까?

지리산댐 추진론자들은 2002년 태풍 루사 때 홍수 피해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됐기 때문에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인 파악이 잘못된 주장이다. 태풍 루사에 의한 피해는 하천에 의해서가 아니라 산사태에 의해 발생했다. 더구나 현재 추진되는 지리산댐은 피해지역보다 하류에 위치한다. 실제 효과가 미지수인 것이다. 

더 이상한 건 홍수조절용 댐이라면서 이 댐에 연중 9만 톤 이상을 저수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다목적댐이라는 이야기다. 평화의댐이나 한탄강댐처럼 홍수조절용댐들은 자연유하량을 제외하고는 평상시에는 담수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꼼수일까?

꼼수의 내막에 4대강사업이 있다. 정부는 2010년 ‘부산 물 공급용 남강댐의 용수 확보용 지리산댐 건설 방안’을 기획했다. 그러나 이 기획이 경제성 부족으로 무산되자 ‘홍수조절용 지리산댐 건설’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하는 것이다. 연중 9만 톤의 지리산댐 저수량으로 남강댐의 물 부족분을 채워 부산에 물을 공급하려는 것이다. 4대강사업은 수질개선사업이라고 선전하면서 뒤로는 수질이 나빠질 걸 예상해 부산에 물을 공급하는 남강댐을 짓고 그러고도 부족한 물을 남강댐에 흘려줄 저수용 댐인 지리산댐을 지으려는 것이다.

지리산, 고운 계곡에 이어 용유담이 사라지면
1995년 지리산 양수댐 건설이 시작돼 7년 만에 고운동계곡이 사라졌다. 핵발전소가 만드는 심야 핵전기를 그냥 버리기 아깝다고 만든 헛짓이었다. 그리고 이제 10여 년 만에 또 지리산에 댐을 만들려고 한다. 민족의 어머니 산에 대한 이런 후안무치, 이런 거짓과 사기행각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지금 지리산댐을 막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생명연대가 힘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이 용유담을 명승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시민들의 뜻을 모아 1천인 선언을 조직하고, 용유담 명승 지정 온라인 촉구운동도 벌일 것이다. 사진전과 현장 탐방도 진행되고 있다. 용유담은 현재의 자산이 아니다. 18억 년 전의 생성기의 기억을 한 몸에 새겨 두고 왕의 절절한 우심을 간직한 역사의 자산이며, 우리 미래세대가 더 오래 공유해야 할 미래의 자산이다. 오늘 우리의 것이 아니다. 지켜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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