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살처분 매몰지에서 무슨일이?

구제역 살처분 매몰지에서 무슨일이?

 

글·사진 고도현 (사)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koh@kfem.or.kr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된 소와 돼지, 닭 등 가축 수가 무려 900만 마리를 육박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축이 인력, 시간, 장비 부족을 이유로 생매장 살처분되어 전국 4600여 개의 매몰지에 묻혔다. 살처분 매몰지 곳곳에서는 악취와 침출수가 새어 나오고 있고, 이로 인한 지하수와 토양오염, 식수오염 등의 환경재앙이 해빙기 봄을 맞아 현실화되고 있다.

 

구제역보다 무서운 살처분 매몰지 
지난 1월 초 3000여 마리의 돼지를 묻는 파주지 광탄면의 한 매몰지 현장은 처참했다. 매몰지 주변에서 역한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매몰지 아래로 이어진 도랑에는 핏물이 얼어 있었다.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천변, 도로변, 산비탈면 등 잘못된 매몰지 입지선정과 생매장 살처분 방식 그리고 일반비닐 사용, 침출수 탱크 미설치, 형식적인 배수로 설치, 경사면 침식 또는 붕괴 등의 매몰지의 구조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정부의 매몰 지침서에는 매몰지 안에 침출수 유출을 막기 위해 고밀도 비닐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일반비닐을 깔았고 거기에 인도적 살처분 규정을 위반한 채 생매장으로 가축을 묻다보니 비닐이 찢기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살처분을 급하게 하다 보니 막상 매몰지 규정 지침에 맞지 않는 일명 ‘부실 매몰지’들이 속출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는 발생지역 내 위치한 장소나 소각·매몰장소와 근접한 곳으로 가급적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는 곳으로 지반이 견고한 곳을 매몰지로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환경부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지침에서는 지하수(지하수위와 1m 이상), 하천, 수원지, 집단가옥으로부터 떨어진(하천·수원지 등과 30m 이상) 곳으로 선정하고 소규모 매몰 요인 발생 시 가급적 모아서 적정 매몰절차에 따라 매몰하도록 하며, 살처분 지역 내에 지자체 등 소유 공유지가 있는 경우에 매몰지로 우선 활용 강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유지 내 적당한 매몰 장소가 없어서 매몰지와 하천의 거리, 매몰지와 도로의 거리 기준을 무시하고 환경부 지침 내에 있는 지자체 소유 등 공유지 우선 활용 기준으로 매몰지를 만들다보니 인근 하천이나 도로변에 매몰지가 생겨난 것이다. 심지어 빗물이 모이는 산비탈면에 가축들을 묻는가 하면 장마 시 매몰지 유실 우려가 큰 곳도 있었다. 강원도 홍천군 남면 시동리에 위치한 매몰지는 인근 하천인 양덕원천과의 거리가 불과 20미터 이내에 있었다. 지역주민들은 장마 시 이 곳은 물에 잘 잠기고 물도 쉽게 빠지지 않는 토양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듣지 않고 이곳에 가축들을 매몰했다. 결국 이곳 토양에서는 핏물과 동물 기름이 발견되고 있다.


적합하지 않은 매몰지에 사체를 묻었다가 다시 매몰지를 해체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안정면에는 돼지 2933마리를 살처분한 매몰지 주변 논에서 핏물이 발견되자 매몰지를 해체하고 사체를 대형 액비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사체를 파낸 매몰지에는 하루 3~4차례씩 분뇨차량이 와서 펌프로 침출수를 뽑아내어 처리하고 있었다.


매몰지에 침출수를 정기적으로 뽑아내도록 하는 침출수 탱크를 설치하지 않거나 배수로를 형식적으로 만든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매몰지 주변에 첨단 IT장비를 설치, 24시간 침출수 유출에 대응하는 토양오염 경보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IT장비는커녕 기본 매몰 매뉴얼에 있는 시설조차 되어 있지 않거나 대충 설치한 곳이 태반이다. 또한 TF를 구성해 3년간 매몰지를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매몰지 복원이 3년 안에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1년 대규모 구제역 발생 후 실태조사에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상황이 20년 이상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매몰지 지하수 수질 부적합 판정
매몰지 인근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침출수로 인한 식수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3월초 강원도 홍천군 남면 유치리에 한 농가를 방문했다. 이 농가는 1000여 마리의 돼지를 묻었는데 매몰지로부터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지하수 식수원이 있다. 지하수 수질 분석을 위해 시료 채취를 해 보니 육안으로 봐도 탁하고 악취가 심했다. 지자체에서 수질검사를 한 결과 수질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현재는 지자체에서 공급하는 생수를 먹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지 주민들은 불안해했다. 농가 주인의 얼굴에는 자식 같은 돼지를 생매장한 죄책감과 함께 매몰지로 인해 마을 식수를 오염시켰다는 사실에 마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침출수의 지하수오염에 따른 인근 주민의 수인성 질병 노출도 우려되고 있지만 새로운 상수도 설치는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당장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하수 오염문제는 매몰지 인근 마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매몰지 인근의 하천 오염도 우려된다. 매몰지 대부분은 한강 수계와 낙동강 수계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일부 매몰지는 상수원 보호구역 인근에 위치한 곳도 있다.


하천과 도로변 이외에도 학교와 가까운 곳에 매몰지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교육청은 매몰지 인근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수질 검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해당 학교 교직원들은 여전히 식수오염 위협에 불안해하고 있다. 지하수에 의존하는 생수공장 인근에도 매몰지가 다수 위치한 곳이 있었고, 포천의 한 생수공장은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민관 합동해야
매몰지의 2차 환경오염 문제가 커지자 정부에서는 연이어 매몰지 사후 관리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임기응변식 땜질 대응에 불과하다. 전국 매몰지 현황 자료를 가지고 있는 정부는 전국 매몰지 현황 공개를 요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은폐와 축소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민관 합동조사는 살처분 매몰지 문제를 풀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이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인 정부의 허술한 방역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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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안정면. 침출수가 주변 논으로 유출되자
돼지 2933마리 매몰지를 해체했다. 사체를 파낸
매몰지 안 침출수는 분뇨차량이 와서 뽑아내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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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매몰지. 빗물이 모이는 산비탈면에 위치해 있고
아무런 구조물이 없어 비가 오면  매몰지 유실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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