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 내린다고 착한 골프장 될까

“나이스 샷” 
어느 순간 골프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더니 이제 채널만 돌리면 골프장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답답함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탁 트인 야외를 보는 것으로도 위안이 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굳이 따지고 보면 유명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의 화려한 취미 생활에 골프채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시청자조차 ‘골린이’로 몰아가는 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예능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테지만 정부도 한몫 거들고 나섰다. 정부부처 합동으로 지난 1월 20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착한 골프장을 늘린다며 ‘골프장 이용 합리화 및 골프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골프장 이용가격을 안정화하고 대중친화적인 골프장을 확충하며 골프장 설치 관련 규제를 합리화해 골프산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린피 가격을 낮추면 착한 골프장이 되는 것일까. 아니 골프장은 착해질 수 있는 존재일까? 예능이 아닌 현실은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주민 속이고 군유지도 팔아  

 
홍성군 상송1리 주민들과 홍성군 시민들은 홍성군의 군공유지 매각과 골프장을 반대하는 걷기 대회를 열었다 ⓒ곽현정
 
홍성군 장곡면 상송리와 옥계리는 오서산 자락에 자리한 작은 시골마을로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화려한 조명 대신 여름밤이면 반딧불이가 마을을 밝히고 국가가 지정한 국가숲길인 내포문화숲길이 시작되는 마을은 주민들의 자랑이다. 주민들의 자랑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평화롭던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골프장 때문이다. 골프장 이야기가 주민들의 귀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6월 무렵. 홍성군으로부터 공식적인 발표도 없는 ‘카더라’ 통신의 이야기였지만 주민들은 곧바로 임시총회를 열고 골프장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골프장 계획이 진행되기 전에 주민들의 의사를 확실히 밝히기 위해서였다. 주민들은 홍성군에 골프장 관련 추진 현황에 관해 정보공개도 청구했다. 홍성군이 보낸 답변은 ‘정보 부존재’. 홍성군 담당자에게 전화로 확인을 하자 투자의향서가 제출돼 들어왔을 뿐 골프장과 관련해 아무 것도 진행된 것이 없어 정보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홍성군의 이야기와는 달리 골프장 사업자는 홍성군 로고까지 담아 골프장 사업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고 부동산에서는 주민들에게 골프장 예정지에 거론되는 땅을 팔라는 연락을 하는 등 골프장 소문은 점점 더 커졌다. 불안했던 주민들은 홍성군수와의 면담을 요청했고 군수 대신 주민들을 만난 실무국장과 주무부서 팀장은 아무 것도 진행된 것이 없으며 오히려 환경부에서 골프장 인허가를 잘 해주지 않는다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더 확실하게 골프장 반대 뜻을 전하기 위해 주민들은 군의회 의장 면담까지 요청했다. 
 
12월 28일 군의회 의장을 만나기로 한 날, 주민들은 뒷통수를 맞았다. 홍성군이 금비레저주식회사(대표 김규열)와 대중골프장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아무 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며 주민들을 안심시킨 날이 10월 18일이었다. 불과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골프장 조성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골프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그 어떤 사전 설명도 없었다. “주민들이 항의했죠. 담당자 하는 말이 협약서가 들어오면 수순처럼 해주는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주민들을 끝까지 무시하고 기만한 거죠.” 곽현정 상송1리 이장은 분개했다. 
 
이날 양해각서와 함께 공개된 사업은 홍성군 장곡면 일원 132만㎡의 부지에 클럽하우스와 숙박시설을 갖춘 18홀 규모 대중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성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금비레저(주)가 제출한 투자의향서에 대해 관계 부서 협의 등 내부검토 과정을 통해 골프장 조성을 통한 공익적 효과가 크다는 판단 아래 군의회 정책협의회 보고, 군정조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사업제안자와의 투자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골프장 반대 의사를 밝혀온 주민들에게는 아무 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고 해놓곤 뒤로는 주민들의 의사는 배제한 채 골프장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양해각서에는 원할한 사업추진을 위해 홍성군은 진입로 확포장까지 지원하며 사업부지 내 군유지가 골프장 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매각 군유지 면적은 약 79만3388㎡(24만 평)로 사업예정지의 반 이상이다. 군유지를 비롯해 사업예정지는 현재 임야, 즉 숲이다. 국가문화숲길로 지정된 내포문화숲길도 일부 포함된다. 
 
주민들을 속이고 군유지까지 매각해 골프장을 밀어붙이는 배경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골프장사업을 추진하는 주)금비레저는 지난해 5월 설립된 신생 회사다. 설립되자마자 홍성군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6개월 만에 MOU까지 맺었다. 금비레저 대표는 오랫동안 홍성군에서 하수처리, 폐수종말처리, 분뇨처리시설 등을 운영해온 업체 대표이기도 하다. 지역 내에선 퇴직 공무원 다수가 이 업체에 근무한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특히 전직 부군수를 비롯해 퇴직한 공무원들이 이 사업을 전적으로 밀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 MOU 협약식에는 전직 부군수가 골프장 사업자 본부장 자격으로 참석해 논란을 더 키웠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골프장 반대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연합 사무국장은 “군유지는 군민의 땅이다. 군에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땅이 아니다.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업체에 매각해선 안 된다.”라며 “일부에선 폐기물 처리 시설이 들어오는 것보다 골프장이 들어오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도 돈다. 말 그대로 협박이다. 군유지에 둘 중 하나가 꼭 들어와야 하는 곳은 아니다. 주민들의 대표기관인 군의회가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 서식지 빼앗고 친환경?

 
골프장 건설 전 김포공항습지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골프장 허가 조건 중 하나로 금개구리를 비롯한 보호종의 보호대책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지난해 12월 14일 서울환경연합 김동언 팀장은 “불법공사 중단하라”며 맨몸으로 굴삭기 앞을 막아섰다. 인서울27골프클럽이 한강유역환경청의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면 중인 금개구리 서식지를 막무가내로 파헤치는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인서울27골프클럽이 골프장을 건설하기 전 이곳은 원래 김포공항습지라 불리던 곳이다. 김포공항습지는 공항 건설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자연스레 습지로 돌아간 곳으로 당시 서울환경연합 등의 조사 결과 멸종위기종 금개구리를 비롯해 황새, 재두루미, 새매, 벌매 등 법정보호종만 30종이 발견되는 등 생물 다양성이 우수한 곳으로 나타났다. 서울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가 대책위를 구성해 수도권 최대 습지이자 생물다양성 보고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활동에도 한국항공공사는 대중골프장 건설 계획을 추진했고 귀뚜라미랜드, 호반건설, 롯데건설, 부국증권, 중앙홀딩스 등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인서울27골프클럽에 골프장 사업을 맡겼다. 인서울27골프클럽은 2022년 9월 준공을 목표로 2016년 10월 말부터 공사를 시작, 지난 2019년 10월 임시영업 허가를 받아 골프장을 개장했다. 
 
금개구리 보호 방안 마련은 골프장 개발사업 조건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골프클럽은 보전방안은커녕 동면 중인 금개구리 서식지를 훼손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환경연합의 저지활동으로 공사는 중지됐고 현재 공사중지 명령에도 공사를 강행한 부분에 대해 공사 담당자가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은 아무 제약 없이 운영 중이다. 
 
인서울27골프클럽은 금개구리 보전 방안 외에도 대체 녹지 조성, 생태학습장 조성 등을 약속했지만 대체 녹지 부지에 폐기물을 방치해놓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허가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절차를 다시 밟아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동강에 건설된 한 골프장은 건설 당시 상수원을 이전하고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한다는 계획을 제출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 준공허가를 받지 못하자 ‘체육시설 준공 전 사용허가’를 받아 임시 개장 후 지금까지 11년째  운영 중이다. 
 
한편 골프장이 조성되면서 주변 환경도 바뀌었다. 골프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습지가 저류지 역할을 해서 침수 피해가 적었지만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침수 피해를 우려한 농민들이 논 바닥을 최대 3m까지 높였다. 배수로가 있지만 골프장에서 배출하는 상당량의 물과 복토한 논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배수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침수 피해가 악화되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팀장은 “골프장 건설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한 번 개발행위가 진행된 곳은 그 여파가 주변에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대체 녹지나 대체 습지를 조성해 이주를 시킨다고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개구리를 지키는 골프장은 가능할까. “골프장은 근본적으로 자연지형을 훼손하면서 생물들의 서식처를 훼손한다. 그 위에 그린을 깔고 물을 엄청나게 사용하는 등 환경피해를 발생시킨다.”며 “기후위기로 생물다양성이 급속하게 감소될 위기에서 이를 막을 방법은 보전지역을 늘려가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서식지를 확보해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골프장을 확대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막아내도 또 살아나는 좀비 골프장

 
2014년 골프장 건설 광풍으로 쑥대밭이 된 강원도 홍천군의 한 마을과 숲 ⓒ함께사는길 이성수
 
강원도 곳곳에도 골프장 불씨가 재점화될 조짐이다. 홍천 구만리는 주민들이 10년의 반대운동을 통해 골프장 사업을 중단시켰지만 다시 또 골프장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골프장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며 나선 한 업체가 사업권을 인수받아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골프장으로 변경해 재추진하고 있다. 2013년 200일이 넘는 천막농성으로 골프장을 중단시킨 홍천 갈마곡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홍천군수는 골프장 건설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을 없애고 앞으로 골프장 사업 추진에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의 사전 예방을 약속하면서 신규 골프장은 앞으로 입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골프장 재추진 이야기가 마을에 돌고 있다. 원주 신림면 구만리 주민들도 긴 반대운동 끝에 두 번이나 골프장을 막아냈지만 결국 골프장 건설이 진행중이다.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 서식지까지 밀어내는 불법 공사까지 강행하며 골프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힘든 싸움으로 사업을 중단시켜도 사업자가 행정소송을 걸거나 업체를 바꿔 골프장 사업을 다시 추진하면서 주민들을 또 다시 괴롭히고 있다.  
 
“강원도는 수도권의 접근이 용이하니 최대한 이용하려고 사업자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기후위기니 환경문제, 주민들의 의사는 이들의 관심이 아니다. 오로지 돈벌이만 본다. 긴 시간 동안 골프장 반대운동을 하면서 지칠 대로 지친 주민들은 골프장이 다시 추진되면서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주민들과 함께 골프장 반대운동을 해온 박성율 목사는 현재 마을 분위기를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박 목사는 최근 골프 예능 붐과 정부 대책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골프 대중화를 말하는 것은 사기”라며 “골프 수요가 늘었다고 하지만 실제론 해외로 나가던 골프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국내에 몰려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전에는 부도직전까지 갔던 골프장들이 지금은 그린피 가격을 올려도 예약이 넘쳐난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쪽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다른 한쪽은 수십만 원이 넘는 그린피에도 예약을 못해 난리다. 그런 상황에서 골프 대중화니 산업 육성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번 정부 대책이 토건개발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골프장으로 인한 환경훼손이 사실임에도 정부는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나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담았다. 또한 사치 및 접대 이미지 등 부정적 사회인식 때문에 각종 제도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세제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사업자와 결탁해 그나마 있던 규제조차 풀어 골프장을 늘리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착한 골프장은 없다

 
“잔디 이외에는 아무 것도 살지 못하는 땅을 만들고 그 위에서 열광하고 웃을 수 있을까요?”  곽현정 상송2리 이장이 물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비단 이들 지역만이 아니다. 경기도 고양시 시민들은 산황산 골프장 증설 허가 취소를 요구하며 3년째 반대운동 중이다. 거제시 둔덕면 주민들도 골프장 개발로부터 바다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잔디 이외에는 아무 것도 살지 못하는 땅을 만들고 그 위에서 열광하고 웃을 수 있을까요?” 곽현정 이장이 묻는다.
 
어쩌면 정부가 말하는 ‘착한 골프장’은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유니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멸종위기종 금개구리와 하늘다람쥐, 그리고 서식지와 함께 사라져간 수많은 야생동식물들, 그리고 지금도 거리에서 찬바람 맞으며 반대운동 중인 주민과 시민들은 지금 이 땅에 바로 눈앞에 존재하고 있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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