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명령 내린 날 임진강변 마을 “임진강 준설했다면 문산은 물바다 됐다”

임진강의 준설을 막고 장단반도의 제방을 낮춘 결과 이번 홍수때 강물이 문산읍으로 흘러가지 않고 장단반도로 넘쳐흘러갔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마정리 주민들께 알려드립니다. 임진강이 범람할 위험이 있어 마정리 주민 여러분들은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십시오.” 
임진각을 향하는 데 방송이 흘러나왔다. 내가 사는 마을은 문산읍 마정리. 북한으로 가는 통일대교가 코앞에 보이는 마을이다. 임진강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중 하나이다. 밤새 폭우가 쏟아졌고 전날 밤 문산과 선유리 주민들은 대피했다. 파평의 율곡습지공원은 완전히 물에 잠겼고 이곳을 지나가던 버스가 물에 잠겨 119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승객과 기사를 구조하는 보도가 나왔다. 연천에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백승광 대표가 아침 일찍 전화를 했다. 군남댐 안쪽마을이 모두 잠겼다고 한다. 백 대표는 군남댐이 넘칠까봐 밤새 한잠도 못 자고 군남댐 수위 상황을 지켜봤다며 홍수 예방은커녕 댐이 재앙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폭우 쏟아진 임진강변 마을

 
“이장님 대피방송 나왔는데 어디로 가요?” 농기계를 대피시키고 있는 이장에게 물었다. “일단 마을회관으로 가세요.”란 말에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출판사를 하는 정 선생과 따님을 만났다. 방호벽 밖, 국밥집에 있어 방송을 못 들었을 것 같아 박해연 전 이장에게 전화를 드렸다. 마을회관에 갔더니 아랫집 할머니가 오셨다. “대피방송 나오는데 코로나 때매 어딜 가질 못해 사람 구경 좀 하려고 왔어.” 그러면서 내게 말씀하신다. “우리 집은 잠겨. 여그 길가 집은 바닥이 다 잠겨.” 길가에 사는 정 선생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보인다. 외지인이라 이 마을에서 홍수 경험이 없던 정 선생과 나는 심란하기도 하니 막걸리나 한 잔하자며 박해연 전 이장님 댁 국밥집으로 향했다. 
 
“임진강 제방이 한 60cm 정도밖에 안 남았어.” 국밥집 가는 길에 만난 연세 드신 농부님이 임진강 상태를 알려 주신다. 국밥집에 들어서니 박 전 이장 부부는 제방길을 돌아보고 왔다며 아직은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주신다. “여기가 잠기기 전에 문산이 먼저 잠기는데 문산에 물이 안 찼어. 그리고 지금은 썰물이야. 저녁 8시가 밀물이 가장 많이 차는 시간인데 그때가 위험해. 그때까지 비가 오면 정말 큰일인 거지.” 
 
전날인 8월 5일 밤 이미 적성면, 파평 율곡리와 문산 4개리, 선유리 주민 4900여 명이 대피소에서 밤을 샜다. 파주시 공무원들이 문산읍으로 총출동했다고 한다.
“사실 강물이 제방을 넘을 정도로 차는 일은 없어. 제방 둑이 무너질까봐 그게 걱정인 거지.” 옛날 홍수는 어떻게 났는지 여쭸다. “그때는 군부대 안에 둑이 뚫렸어. 그 물이 요 앞에 수로 있잖아, 글루 쏟아져 들어온거야. 그때 팔뚝만한 메기, 붕어 그런 물고기들도 엄청 쏟아져 들어와서 동네 사람들이 그거 주워서 끓여먹고 그랬어.”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곳  

 
다행히 비는 그쳤고 저녁 밀물 때도 비가 오질 않았다. 
“우리가 준설 못 막았으면 문산은 지금 물바다 돼 있을 거야.” 임진강 준설반대 농민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해연 전 이장님은 말했다. “아유 준설했으면 마정리도 위험하죠. 아침에 나가보니까 벌판에 물이 엄청 찼던데 준설해서 여기 3m 높이로 준설토가 쌓여 있다고 생각해 봐요. 그 물들이 전부 마을로 들어오는 거고, 마을에 쏟아진 빗물도 흘러나갈 곳이 없잖아요. 마을이 물에 차는 거잖아요.” 내가 맞장구쳤다. “그렇지, 그렇지. 덕연 형님이 아침에 논에 가는데 농로가 물에 완전히 잠겨서 저짝으로 돌아가셨대. 문산사람들 우리한테 고맙다고 해야 돼.”  
 
비는 그쳤다 쏟아지기를 이틀인가 더 반복했다. 하루 반짝 해가 뜬 날인 8월 12일 민간인통제구역 안을 돌았다. 초평도가 보이는 해마루촌, 덕진산성을 거쳐 장단반도로 갔다. 임진강을 가득 채웠던 물은 상당히 빠진 터였다. 임진강준설반대농민대책위 사무국장을 맡았던 해마루촌 이재석 선생님과 동행했다. 초평도도 완전히 잠겨 나무 끝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덕진산성에서 내려다본 초평도의 모습은 강한 물살에 휩쓸린 흔적이 역력했다. 
 
지난 홍수 때 초평도 앞 논에 물이 넘쳐 논 대부분이 토사에 파묻혔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경의선 철길을 넘어 장단반도로 향하는 길은 출입금지선이 쳐있었다. 홍수로 잠겼기 때문이라고 적혀있다. 뒷길로 가서 높은 곳에서 장단반도 상황을 보기로 했다. 다행히 물은 빠졌다. 제방 위에는 버스와 승용차들도 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군인들을 잔뜩 실어 온 버스와 승용차들이었다. 군인들은 제방 위 철책선을 갈고 있었다. 홍수로 장단반도로 물이 들어차면서 철책선이 망가져 이를 교체하는 것이다. 벼 포기는 진흙을 잔뜩 붙이고 있어 홍수 때 물에 잠겼던 논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장단반도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약 100만 평에 달하는 논과 갈대 습지로 이뤄져 있다. DMZ하고 가장 가까운 벌판이면서 임진강 건너 문산읍과 마주하고 있다. 1996년, 1997년, 1999년 세 차례에 걸친 대홍수로 문산읍이 물바다가 된 피해를 겪은 이후 장단반도 제방을 낮췄다. 홍수 때 강물이 문산읍으로 흘러가지 않고 장단반도로 넘치도록 설계한 것이다.  
 
파주에서도 문산읍이 홍수에 취약한 것은 하천하구 옆 마을의 공통된 특징이다. 문산은 임진강과 문산천(국가하천)과 동문천(지방하천)에 둘러쌓인 마을이다. 임진강은 남북이 마주 보고 있는 분단 현실로 하구가 둑이나 방조제로 막히지 않았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있는 감조하천이다. 그런데 밀물일 때 임진강 만수위보다 문산천과 동문천 수위가 낮다. 또 문산천과 동문천 수위보다 문산읍이 낮다. 농사도구인 삼태기 모양이다. 게다가 맞은편 장단반도가 삐져나온 모양이라 강물이 낫 모양으로 꺾여 흐른다. 그 때문에 내려오는 물이 많은 홍수 때 밀물이 더 이상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문산읍 바로 앞에서 부딪친다. 
 
이런 곳에는 마을이 들어서면 안 된다. 범람원으로 놔둬야한다. 그런데 문산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경의선 철도를 놓으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20~30여 년 동안에는 아파트와 공단까지 들어섰다. 홍수가 나면 대규모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준설 막은 주민들 결국 홍수도 막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강변의 습지와 논을 파내 홍수 예방을 위한 저류지인 장단반도에 2.5m 높이로 쌓겠다’는 계획을 버젓이 홍수 대책이랍시고 내놓았다. 역시 저류지 역할을 하는 마정리와 사목리 벌판도 3~4m로 쌓을 계획이었다. 
 
그걸 농민과 파주의 도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이 7년 동안 힘을 합쳐 막아낸 것이다. “저류지인 장단반도에 준설토를 쌓으면 문산지역 홍수 위험이 더 커진다.” 임진강 준설사업을 환경부가 2018년 최종 부동의한 이유이다. 아마도 준설을 막지 못했다면 장단반도에는 준설토가 2.5m 높이로 쌓여있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장단반도를 개발하고 싶은 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현 정부 임기 내 착공’하겠다며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장단반도 서쪽을 지나는 도로인데 그 도로를 놓으면 장단반도 옆으로 다리도 하나 더 생긴다. 장단반도 개발도 위험하지만 다리도 임진강 강물의 흐름을 막아 홍수 위험을 키울 것이다. 강은 그냥 흐르게 놔둬야 한다.
 
 
글 / 노현기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이자 파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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