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공해병 다발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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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공장 때문에 주민들은 폐질환에 걸렸지만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환경성질환자는 석면과 시멘트공장 두 분야에서만 2125명에게서 폐질환이 검진되고 이중 556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2013년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기해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대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지난 5년간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멘트공장 지역별 조사보고서 및 석면판정결과들을 취합한 것이다. 여기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 사례를 더하면 환경성질환 사망자 683명, 생존자 1843명으로 총 2526명으로 늘어난다. 
한국은 수천 명에게 환경성질환이 발병하고 그 중 수백 명이 사망하는 ‘공해병 다발국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성질환문제가 심각한 사회인 것이다.

단 세 건의 환경성질환 사망자만 683명
석면 피해의 경우 2011년부터 2013년 5월까지 29개월 동안 사망환자 449건, 생존환자 622건 등 모두 1071명이 환경성 석면질환자로 인정되었다. 인정 당시 생존했던 622명의 환자 중 1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어 현재 사망자는 석면질환자의 51퍼센트인 549명이고, 생존자는 522명이다. 석면질환으로는 악성중피종이 54퍼센트(577건)로 가장 많고, 석면폐증 39퍼센트(420건), 폐암 7퍼센트(74건)다. 광역자치단체별 피해발생은 인구비율과 비슷한데 폐석면광산이 밀집한 충정남도에서는 인구비율을 훨씬 상회하는 전국 최다 석면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석면광산과 석면공장 인근의 주민들에 대한 건강조사가 확대되면 석면피해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폐암의 경우 지나치게 인정기준이 높아 석면피해자로 인정되는 숫자가 적지만 실제 석면으로 인한 폐암피해자도 적지 않다. 문제는 신규석면사용이 중단된 지금도 과거에 사용된 석면제품의 안전관리가 미흡하여 많은 시민들의 석면노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고 이로 인해 앞으로 한국에서의 석면피해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시멘트공장 주민피해의 경우, 2007년부터 2013년 최근까지 환경부와 자치단체의 공식 조사결과, 전국 8개 자치단체에 존재하는 11개의 대규모 시멘트공장과 여러 개의 석회석광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서 진폐증 104건, 폐암 6건 이상,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945건 등 모두 1054건의 폐질환이 진단되었다(이중 진폐증 1명이 폐암으로 악화된 경우임). 이들 중 진폐증환자를 포함해 7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들은 정부와 시멘트공장 측 어느 곳으로부터도 피해구제 및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일부 피해주민들은 환경부에 중앙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해 신청자의 상당수가 70~80퍼센트의 재정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시멘트회사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고령의 피해자들이 생전에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건강피해는 직접영향권 내의 일부 주민들에 대한 조사결과로 전수 조사할 경우 피해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또한 시멘트공장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도 진폐증이 발병하고 있어 바람방향 등을 고려해 영향권 범위를 넓혀 조사하면 건강피해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경우 현재까지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보건시민센터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모두 401건으로 이중 사망 32퍼센트(127건)이고 환자 68퍼센트(274건)이다. 사망자 중 1~3세의 영유아가 44퍼센트(56건)를 차지한다. PHMG, PGH, CMIT 등 살균제 성분이 물과 함께 공기 중으로 분무되어 실내대기를 오염시키면서 실내거주자의 호흡기를 통해 폐로 흡입되어 폐질환을 일으켰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결과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매년 최대 8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음을 볼 때 실제 건강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석면피해는 유럽과 북미, 호주, 일본 등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시멘트공장 주민의 대규모 폐질환피해와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한국에서 발생한 세계적인 환경성질환 사건으로 세계 다른 나라에서 유사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성질환이 발생하는 이유 
한국에서 이렇게 심각한 환경성질환이 발생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환경성질환 발생이 의심되는데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한 예로 충청남도 대천시 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의 발암문제가 심각한데 과거 미군기지와 현재 한국군 기지사용 그리고 항공사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주민건강피해가 의심되고 있지만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다. 둘째, 피해조사만 하고 피해대책은 안 세운다. 대표적인 예가, 시멘트공장 주민피해의 경우와 태안 기름유출사고 현장의 유해물질 노출 주민의 경우다. 셋째, 원인조사는 했지만, 피해조사와 대책은 안 세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불치병 환자만 억울한 불공평한 피해구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다섯째, 사문화된 환경보건법, 기업로비에 무력화된 석면안전관리법, 무기력한 환경보건행정의 문제다. 환경보건법상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여 환경성질환 발생의심 사건에 대하여 적극적인 피해조사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환경부는 환경보건법이 일반적인 연구조사를 하기 위한 근거법에 불과하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되풀이한다. 2011년 말부터 시행에 들어간 석면안전관리법은 석면함유가 의심되는 광물에 대해 석면조사를 통해 석면노출을 줄이자는 취지인데 여러 차례에 걸쳐 석면함유가 확인된 백운석의 경우 광물업계와 개발부처의 압력으로 의심대상 광물목록에서 빠진 상태다. 석면이 함유된 조경석재가 서울 우이천, 안양천, 전농천 등에 깔려있지만 수 년째 개선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석면노출에 방치되어 있다. 여섯째, 이웃나라에 공해산업 떠넘기고 대한민국은 선진국가라고 치부하는 문제다. 석면방직공장, 원진레이온 등 소위 공해공장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로 수출했지만 현지 노동자와 주민들 건강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 환경성질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몇 가지 해결방향이 있다. 첫째, 환경건강피해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에 의해 확인된 환경건강피해의 경우 선 보상 후 구상 방침에 따라 신속히 대책을 마련하고, 원인자가 고의적으로 책임을 회피할 경우 징벌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피해보상법을 제정해야 한다.  
셋째, 낮은 수준의 피해구제가 되풀이되면 피해는 반복된다. 산재보상수준과 민사소송결과에 준하는 환경피해보상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말뿐인 환경보건정책에서 ‘건강의 눈으로 모든 환경문제를 보는’ 환경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다섯째, 환경기본정책에 환경오염으로 인해 건강피해를 입을 우려가 큰 위험인구를 줄이기 위한 환경보건정책 개념이 포함되어야 한다.   
여섯째, 지역별로 환경불평등이 심각한 문제에 대한 연구조사 필요하다. 환경피해규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의 사망률이 이러한 환경개발의 혜택을 보고 있는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
1980년대 후반 서울시민 박길래 씨가 연탄공장 인근에 거주하다 국립의료원에서 진단받아 법원에서 첫 공해병환자로 인정받았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수천 명의 진폐증, 폐질환자들이 발생했지만 한국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원인자인 시멘트회사들과 정부에서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거의 방치된 상태다. 석면피해의 경우도 약간의 피해기금을 조성하여 피해자들에게 소액의 구제기금만 지급하고 있는 상태다. 가습기살균제 문제의 경우 더 심각하여 사건발생 3년여 동안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가해기업은 소송전에 나선 상태다. 과연 한국사회는 발전하고 있는가. 적어도 환경성질환 아니 공해병문제에 있어 한국사회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환경보건정책이 제시되고 자리 잡아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는 환경보건운동의 모토가 실현되기 바란다.  

글•사진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환경보건학 박사 choiy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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