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형댐 4개 철거한다는데

지난 4월 6일 클라마스 강 입구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오리건 주지사, 지역주민 등이 모인 가운데 클라마스 강을 막고 있는 4개의 댐을 철거한다는 내용의 조인식이 열렸다 ⓒ 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지난 4월, 미국 역사상 최대의 댐 철거 프로젝트인 클라마스 강(klamath river) 복원이 결정되었다. 이 결정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오레곤 주지사, 미국 내무부 장관, 전력사인 퍼시픽코프에너지, 거주민, 환경단체, 농민 등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번 합의는 수십 년에 걸친 운동의 성과이며, 본격적인 철거는 2020년 시작된다. 
 

네 개의 대형 댐 동시에 철거

 
이번 프로젝트는 클라마스 강에 1909년부터 1962년까지 퍼시픽코프에너지가 지은 네 개의 댐을 동시에 철거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하천복원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철거된 댐 중 가장 높은 것은 워싱턴의 엘와 강에 위치한 높이 64미터의 글라인스캐니언 댐이었지만, 대규모 댐 네 개가 동시에 철거된다는 면에서 역사상 최대의 ‘댐 졸업’이다. 클라마스 강의 네 개의 댐 철거로 인해 연어는 480킬로미터가 넘는 서식지를 되찾을 것이다. 또한 강 유역 전반에 걸친 수질개선, 공동체 활성화 등 종합적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번에 철거되는 네 개의 댐 중 가장 오래된 댐은 1918년에 건설된 높이 40미터의 콥코1 댐이다. 높이로만 따지면 춘천댐과 맞먹는 규모이며, 120킬로미터의 연어 서식지를 가로막는 시설물이다. 계단형으로 높이 솟은 댐 표면에 잔뜩 낀 녹조는 트레이드 마트가 되었다. 콥코2 댐은 별도의 담수기능 없이 1댐 하류에서 물을 발전소쪽으로 흘려보내기 위해서 1925년 건설되었다. 보일 댐은 콥코 댐 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이는 22미터 규모이다. 부영양화와 수온 상승, 용존산소 저하 등 많은 문제를 유발해왔다. 가장 높은 댐은 아이언게이트 댐인데, 높이는 약 53미터 규모로 국내에서는 높이 55미터의 영주댐과 비슷하며, 1962년 건설되었다. 
 
국제대댐회에서는 높이 15미터 이상의 댐을 대댐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철거되는 네 개의 댐은 모두 이 기준을 가뿐히 넘는다. 연어의 입장이 돼서 약 30킬로미터 구간에서 네 개의 대형 댐이 사라지는 것을 상상해보자. 가히 연어에게 천국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 될 것이다. 
 

연어서식지 회복과 수질개선 기대

 
2006년 클라마스 댐 철거 시위. 시민들은 연어가 돌아오는 강을 위해 클라마스 댐 철거를 요구해왔다 ⓒPatrick McCully 
 
댐 철거에서 가장 큰 수혜당사자는 역시 회유성 어종이다. 이 지역은 미국 서쪽 해안에서 세 번째로 연어가 많이 잡히는 곳이지만, 댐으로 인해 연어 서식지가 단절된 상태였다. 댐 철거는 위험에 처한 연어와 무지개송어 서식지 약 482킬로미터를 복원할 예정이다. 미국 메인 주에 위치한 수아답스쿡 강의 댐은 해체되고 한 달 만에 산란기의 어류가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렇듯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 안에 생태계는 빠르게 회복된다. 국내에서도 울산 태화강 방사보를 2006년 철거한 이후 연어서식지의 복원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에서 4대강사업이 그러했듯 미국에서도 댐 상류에는 녹조발생과 독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왔다. 현지 연구에 따르면 콥코 댐과 아이언게이트 댐은 독성을 가진 마이크로시스티스류의 남조류를 배양하는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아이언게이트 댐 하류에 위치한 클라마스 강 하구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가축과 사람의 효소활동을 저해해서 간암을 유발하거나 신경계통에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을 생산해서 문제가 된다. 
 
국내에서도 4대강사업으로 본류에 대형 댐들이 생기면서 해마다 심각한 녹조현상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에 처음으로 대량 발생한 녹조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지난겨울에는 얼음녹조가 나타나는 등 4대강의 생태계는 근본적 변화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수문을 열자, 댐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허공에 둥둥 뜨는 사이 강물 속 물고기들은 숨이 턱턱 막혀오고 있다. 
 

공릉천 보 없애고 효과 확인했지만

 
보가 사라진 공릉천 ⓒ신재은
 
올해 초 환경부는 4대강사업 이후 창궐하고 있는 녹조 발생·번무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낙동강 내에 수조 형태의 실험시설을 설치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보에 물을 가두면 녹조가 정말로 피는지 안 피는지 보겠다는 의도다. 환경부는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경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환경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를 통한 하천생태통로 복원 및 수질개선효과’ 연구용역을 발주해서 보 철거 전/후 어떻게 하천 생태계가 변화하는지를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는 공릉천에 위치한 곡릉2보를 2006년 철거하고 그 변화상을 관찰했다. 정체된 물에 쌓여있던 오니가 쓸려 내려가고 깨끗한 모래와 자갈들이 퇴적되었다. 물의 오염지표로 사용되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농도의 경우 보 철거 전인 2006년 3월 6.1mg/l (4등급 수질)에서 보 철거 후인 2006년 9월에는 1.19mg/l (1등급의 수질)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적으로는 물 밖으로 드러난 지역에 새로운 개척자 식물들이 들어서고,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납작하루살이류, 강하루살이, 통날도래류 등이 새롭게 출현하는 변화가 있었다.
 
이 같은 의미 있는 연구는 불행히도 환경부에 2008년 보고된 이후 본격적으로 행정에 반영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말았다. 2008년, MB의 등장과 함께 강 전역을 파헤치는 4대강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2016년 4월, 보를 철거한 지 꼭 10년 만에 공릉천을 찾았다. 보 구조물을 뜯어낸 자리를 마감했던 돌망태는 현장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풀이 우거졌다. 개척자 식물군이 아름다운 버드나무 숲으로 바뀌었다. 강 중간에는 퇴적된 모래가 하중도를 이루고 갈대숲이 만들어졌다. 보 해체 이후 인근에 생각하지 못한 침식작용은 없었을까 둘러보았지만, 강은 그저 평화로운 강으로 돌아와 있을 뿐이었다. 
 

우리도 준비하자

 
우리나라가 초보적인 연구단계에서 하천복원정책이 후퇴해버린 것과는 달리 미국은 계속해서 복원의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졸업하는 댐 4개의 철거와 복구 비용은 보험을 포함해서 약 4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전히 전력발전을 하고 있는 댐이며, 총 154MW규모로 청평댐의 수력발전 설비용량보다 크다. 
 
댐 철거로 중단되는 전력생산에 대한 경제적 손실은 효율개선이나 다른 공급원을 통해서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사회는 강 복원으로 얻을 수 있는 연어의 서식지 복원과 수질개선의 편익이 복구비용과 전력생산 손실비용을 감당할 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댐을 졸업시키자는 주장을 하기 위해 그 이상의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이번 클라마스 댐 철거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다양한 공동체가 합의과정에 참여해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현지 거주민, 전력사, 환경단체, 어민 등 40개 이상의 이해당사자가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쳐 2010년 협약을 맺고 2016년 드디어 주지사와 내무부까지 철거에 합의한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만나고 설득하고, 함께 협력하면서 험난한 과제를 해결해냈다. 
 
우리 정부와 학계에서도 멀리 떨어진 미국의 강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댐졸업 프로젝트를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용도와 기능을 상실했거나, 용도와 기능을 유지하기에 경제적이지 않은 많은 댐들을 졸업시킬 날을 꿈꿔본다. 크고 작은 많은 댐의 이름이 스쳐간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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