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제주에서 뭘 하려는 걸까?

미군은 제주에서 뭘 하려는 걸까?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제주해군기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wooksik@gmail.com

우리가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소수의 고통에 대한 연대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기어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면, 대한민국 전체에 큰 불행을 야기하게 되는 일이 시간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야를 넓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동아시아에서 전개되어온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는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중국 사이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이명박 정부가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에 은밀하고도 깊숙이 편입되어온 것이 확인된 만큼, 제주 해군기지는 우리에게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비수가 될 공산이 더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를 대미국 및 대중국, 그리고 미중관계의 맥락에서 문제 제기하면 ‘왜 한국군 기지를 자꾸 미국이나 중국과 연결시키느냐?’는 반론을 많이 듣게 된다. 제주해군기지가 한국군 기지라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에 따라 ‘미국이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냉엄한 현실이다. 제주해군기지 논란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미중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반드시 그 득과 실을 짚어봐야 하는 까닭이다.

미국의 아시아 귀환과 한국의 대중국 봉쇄 전초기지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간의 전쟁을 치르고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군비 삭감이 불가피해진 미국이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을 선언했다. 2012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미국의 지속적인 글로벌 리더십 유지: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 보고서에서 오바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정치, 경제, 군사안보에서 세계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부득불 재균형(rebalance)를 추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신군사전략 발표 이후 미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군비삭감 계획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군사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2015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건조중인 신형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USS Ford) 호’를 추가로 확보해 항모 전단을 5척에서 6척으로 늘리는 등 현재 52퍼센트인 아태 지역의 해군력을 2020년까지 60퍼센트까지 늘릴 계획이다. 

둘째, 세 가지의 3자 동맹을 구축해 중국에 대한 포위•봉쇄망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세 가지 3자 동맹이란 △한-미-일 △미-일-호주 △미-일-인도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을 기축으로 삼아 ‘동쪽-서쪽-남쪽’에서 ‘대중 포위망’을 좁히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들 3자 관계 가운데 ‘한-미-일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군사협정’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셋째,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복원 및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2010년부터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은 미국의 국익’이라며 이 지역에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사이의 영유권 분쟁에 적극 개입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황옌다오(필리핀명 스카보로섬), 베트남 등과는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 시사군도(파라셀군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군사 지원, 합동 군사 훈련 실시, 추가적인 기지 및 기항지 확보 등의 방식을 통해 군사협력을 크게 제고하고 있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 수위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미국의 군사전략이 중국 봉쇄를 겨냥해 하루가 다르게 바뀌면서 한미동맹 및 한국의 위상과 역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2012년 6월 발표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 공동성명에 잘 드러나 있다. 
우선 한미동맹이 지역동맹과 글로벌 동맹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공동성명을 보면 ‘한국은 미국이 아시아로의 관심과 기여를 증대하는 것을 환영하며, 미국은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지역 및 세계 평화·안보에 대해 역할을 강화시켜 나감을 환영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한미동맹의 지리적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사실상의 ‘한-미-일 3각동맹’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이 ‘대중국 봉쇄의 전초기지’로 변질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2회담 공동성명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 재난구호, 해양안보, 항행의 자유,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을 포함하여 한·미·일 3자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고,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하여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군사협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된 것이며, 7월 초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워싱턴에 실무급 운영그룹을 두기로 한 것도 한-미-일 3자동맹의 제도화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이들 세 나라는 6월 하순 제주 남방해역에서 사상 최초로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셋째, 한국이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MD)에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MD는 미국의 선제공격능력을 배가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균형을 와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국제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어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MD와 거리를 두려고 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MB 정부 들어 미국 MD로의 편입은 가속화되고 있다. 2+2회담의 공동성명에도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능력에 대응하여, 양측 장관들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 방어태세(comprehensive and combined defenses)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연합(combined)’라는 표현은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MD 능력을 사실상 일체화하겠다는 의미이고 ‘포괄적(comprehensive)’이란 말은 일본을 포함한 ‘지역 MD’ 구축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 해군기지의 전략적 위험성과 대안
그렇다면 중국 봉쇄를 겨냥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한국이 깊숙이 편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해군기지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주 해군기지는 1차적으로는 한국군 기지다. 그러나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국은 ‘적절한 통고’를 하면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 또는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제주해군기지의 사용 여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려고 할까? 필자는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네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태평양 세력’을 자임하면서 아시아로의 귀환을 천명한 미국은 동아시아에 더 많은 기항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둘째, 해군력의 60퍼센트를 아태지역으로 집중하겠다는 계획은 그 만큼 미군 함정이 늘어난다는 뜻이고 이는 추가적인 기지와 기항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미국은 한국-오키나와를 포함한 일본-괌을 하나의 전장권(전쟁지역)으로 칭하면서 한국이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MB 정부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 인근 수역은 오키나와나 괌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에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다. 넷째, 미국은 해양안보와 통항의 자유 확보를 동아시아 해양 전략의 핵심으로 삼으면서 중국과 대결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제주도는 남중국해-대만 해협-동중국해-서해를 잇는 미-중 간의 갈등의 바다에서 전략적 요충지에 해당한다. 

만약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사용하게 되면, 한중관계는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그리고 통일 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할 국가라는 점에서 한중관계의 파탄은 대한민국 국익의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국익을 위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이유다. 

“그래도 이어도 보호를 비롯한 남방해역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대비책은 필요하지 않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역할은 이미 해경이 하고 있고, 여기에 해군의 역할을 부가하는 형태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가령 화순항에 추진중인 해경전용부두와 제주항에 확장될 예정인 전용부두를 해군이 기항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중복투자를 방지해 수조 원의 예산 절감도 가능해질뿐더러 해경과 해군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남방해역 안전 확보도 가능해질 수 있다. 나아가 강정마을을 세계생태평화마을로 지정해 ‘세계 평화의 섬’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미 강정마을은 제주해군기지에 맞선 많은 사람들의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저항으로 세계적인 평화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발상만 전환하면 강정마을을 세계생태평화마을로 만드는 것은 결코 꿈같은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강정마을을 한반도의 십자가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함께사는길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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