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야 돌아와

미호종개 ⓒ성무성
 
입이 작은 물고기가 있다. 작은 입으로 가는 모래를 삼킨다. 오물오물, 모래 표면에 붙어있는 규조류를 떼어 먹고 모래는 아가미를 통해 뱉어낸다. 물살이 빨라지면 가는 모래가 떠내려가고 굵은 모래만 남는다. 삼킬 수가 없다. 반대로 물살이 느려지면 진흙이 쌓인다. 진흙을 삼키면 아가미에 엉켜 붙는다. 0.15~0.6밀리미터 크기의 가는 모래가 있는 하천환경을 좋아하는 이 물고기는 1984년 김익수·손영목 교수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미호강 본류인 청주시 팔결교 부근이었으며 강의 이름을 따 미호종개라 명명하였다. 
 

고운 모래를 좋아하는 물고기

 
우리나라 민물고기의 대부였던 고 최기철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관련 일화를 전하기도 하였다. 드넓게 펼쳐진 미호강 모래밭을 바라보며 특별한 서식환경에 정착한 특별한 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직관을 가지고 있던 제자들에 의해 신종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다. 
 
미호종개는 잉어목 미꾸리과의 민물고기이며, 몸은 연한 황갈색이며 길이는 607센티미터 가량이다. 물살이 느린 얕은 곳에 서식한다. 서식지가 제한되어 있고 개체수가 희소하며 환경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천연기념물 제454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동식물 I급으로 지정된 한국 특산종이다. 미호종개의 특별한 취향, 즉 가는 모래로 이루어진 미소서식지를 충분히 제공해 주던 하천이 바로 미호강이다. 
 
수주합이원각이(水主合而源各異)라는 말이 있다. 물은 다른 근원에서 시작하여 하나로 모여진다는 뜻이다. 물방울이 모여 도랑이 되고, 도랑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룬다. 강은 스스로 모이는 동시에 생명들을 모은다. 온갖 생명체들의 요람이다. 강은 사람도 모은다. 물과 먹을거리는 물론이며 주거지와 경작지 등 삶터를 제공해 준다. 모든 강이 생명을 잉태하고 삶터를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강이 미호종개를 키운 것은 아니다. 미호강과 금강의 일부 하천만 미호종개를 키웠다. 
 

미호강, 오직 거기에서만

 
 
충북음성 망이산 미호천의 발원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미호강은 충북 음성 망이산에서 발원하여 진천·청주를 거쳐 세종 합강리에서 금강에 합수하는 89.2제곱킬로미터의 국가하천이다. 평야와 구릉을 흐르는 대표적인 모래하천이다. 모래하천은 물을 품어주고 뿜어주고 걸러주는 기능이 탁월하다. 따라서 사람이나 생명체들이 함께 살기에 좋은 상생의 터전이다. 진천분지와 미호평야 등 너른 곡창지대, 평사절경의 아름다운 협곡과 자연환경, 황새와 여러 동식물들, 농다리·정북동토성·소로리볍씨·직지심체요절와 같은 문화유적들은 하나같이 미호강이 낳고 기른 유산이다. 미호종개 또한 미호강이 낳아 기른 자식이다.
대개의 하천과 마찬가지로 도시 발달 및 산업 발전의 과정에서 미호강도 과도한 유역 개발과 하천 이용의 대상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 추진된 대단위농업개발사업으로 유역 내 510여개의 수중보와 260여 개의 저수지가 축조되었고 인위적 하천정비와 4대강사업 강행으로 인해 하천 구조가 획일화됐다. 곳곳에 공장과 건물, 축사들이 난립했고 오폐수가 유입됐다. 
 

농수 개발과 4대강공사가 훼손한 서식지

 
사람이 유역을 독점하게 되자 물환경이 악화됐고 그 물에 살던 생물들은 서식환경을 잃었다. 금강특별법 제정 후 수질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이 펼쳐졌지만, 미호강 하류의 연평균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리터당 4.3밀리그램에 머무르고 있다. 여전히 나쁜 수질이다. 오염과 유속 정체로 맑은 물과 넓은 모래밭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서식환경의 훼손은 미호종개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다. 더구나 미호강 지류인 백곡천에 남아있던 마지막 서식지가 2012년 저수지 둑 높이기사업으로 인해 수몰 위기를 맞았다. 
 
미호강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물환경 개선과 상생의 유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고 2014년 통합청주시가 출범하면서 미호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물환경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시민들의 참여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사)풀꿈환경재단과 청주충북환경연합,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여러 기관단체들이 힘을 합쳐 ‘미호강 상생협력 202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미호강을 다시 맑은 물이 흐르는 모래강으로 되살리려는 동시다발적인 연계협력활동이다. 2020년까지 물환경 개선과 유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자는 의지다. 2014년 소로천 도랑살리기와 2015년 미호강 유역관리방안 연구를 시작으로 하천돌봄이 구성, 주민하천관리단 운영, 물환경 교육, 미호종개 보전활동, 하천종합탐사와 기획취재, 정책간담회 및 교류활동, 미호강한마당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2017년 미호토피아 선언과 더불어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된 ‘유역협의회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음성, 진천, 청주와 세종의 도시문명을 잉태한 미호천을 이 때부터 미호강으로 부르기로 했다. 미호강 지키기에 나선 이들이 힘을 모아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유역공동체 발전 과제를 정책공약으로 제안했고 덕분에 미호강 살리기는 대표적 선거 이슈로 부각됐다. 2019년 금강유역환경청은 미호강의 수질개선을 위한 민·관·학 합동협의체를 만들고 수질개선특별대책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수년 동안 미호강에 이는 상생과 협력의 새 바람, 새 물결의 흐름이다.
 

미호강을 지키는 사람들, 미호종개를 기다리는 사람들

 
2017년 봄, 청주의 한 어린이집으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았다. 어린 친구들이 나눔장터를 통해 스스로 63만2100원의 기금을 모았는데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다. 기금 전달식에 가니 어린이들은 ‘미호종개야 돌아와’라는 개사곡을 합창했다. ‘왈칵’ 고맙고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모은 기금을 ‘미호종개를 위해 써달라!’고 전해주었다. 두 달 뒤 다시 연락이 왔다. 미호종개가 돌아왔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애틋한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 미호종개가 최초로 발견된 곳을 함께 찾아가 관찰학습을 했다. 
 
2019년 미호강 종합탐사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미호강에서 사라진 미호종개가 돌아 오기를 바라는 퍼포먼스를 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아이들이 미호종개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우리는 이것이 미호강을 살리고 미호종개의 귀환을 부르는 시민 캠페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다시 두 달 뒤, 미호종개의 조속한 귀환을 위한 현장 캠페인이 조직됐다. ‘미호종개야 돌아와’ 캠페인이 본격화된 것이다. 미호종개의 친구들은 스스로 미호종개의 모습을 그리고 스티커를 만들어 다른 어린이집에 선물로 나누어주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미호종개 최초 발견지에는 어린이집과 뜻을 함께 하는 산업체들이 협력하여 탐방안내판을 설치했다. 나눔장터 기금 기부는 3년째 계속되고 있다. 미호강에는 미호종개가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들의 고운 마음도 함께 흐르고 있다. 
 
 
글 / 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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