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형 산불, 더 큰 불씨는 남았다

울진에서 시작된 검은 산이 바다까지 이어져 있다. 검은 산을 따라 이어진 송전탑 끝자락에 한울원전이 있다 Ⓒ환경운동연합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213시간 만에야 꺼졌다. 전국에서 1만 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소집되고 소방차량 3450대에 헬기까지 총동원되었지만 불씨는 울진군을 넘어 삼척시까지 재앙을 만들었다. 이번 산불로 숲 2만923ha가 잿더미로 변했다. 불과 9일 만에 서울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숲이 사라진 것이다. 숲에 기대어 살던 수많은 동식물들의 생사와 피해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주택 319채, 농·축산시설 139개소, 공장·창고 154개소 등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산불의 시작은 자동차 운전자가 버린 담뱃불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산불을 대형 산불로 키운 불씨는 따로 있다. 나아가 더 큰 참사로 만들 뻔한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불씨를 대형 산불로 키운 존재

 
이번 산불이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예측·분석센터는 4일부터 5일까지 강원 영동지역 및 영남지역의 대형산불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해당 지역에 대형산불 위험예보를 발령했다. 당시 울진을 포함한 경상과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건조 특보와 강풍 예비특보가 발효 중이었다.   
 
하지만 대형산불 위험예보 발령에도 대형산불을 막지는 못했다. 도로변 낙엽에 떨어진 작은 불씨는 순식간에 숲을 집어 삼켰다. 불씨를 던진 자는 아직 밝히지 못했지만 불씨를 키운 존재에 대해선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그것이다.       
 
지난 2월 유엔환경계획은 ‘들불처럼 번지다-이례적인 산불로 인해 증가하는 위협’이란 제목의 산불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분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60년간(196002020년)의 기상관측 자료를 활용해 20년 단위로 산불 기상지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봄·가을철에 산불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높아진 데다, 상대습도가 낮은 상황이라는 게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온도 역시 산불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온도가 1.5도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상승하고, 2도 올라가면 13.5% 상승한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숲이 산불에 취약해졌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국내 대형산불이 점점 늘고 있다. 2017년 5월 강릉 삼척 산불(1017ha), 2018년 2월 삼척 산불(161ha), 2018년 3월 고성 산불(357ha), 2019년 4월 고성 강릉 인제 산불(2872ha), 2020년 3월 울주 산불(519ha), 2020년 4월 안동 산불(1944ha), 2021년 2월 안동 산불(307ha)과 예천 산불(112ha)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나 2021년 겨울철(2021년 12월~2022년 2월) 전국 강수량이 13.3mm로 평년대비 14.6%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올해만 벌써 2월 영덕 산불(400ha)과 합천 산불(675ha)에 이어 울진 삼척산불까지 3번의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이 핵 참사를 부를 가능성

 
이번 산불은 자칫 핵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산불 현장에서 3km 떨어진 곳에 한울 원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울 원전 부지에는 총 8기의 원전이 몰려있다. 당시 1~5호기는 가동 중이었으며 6호기는 계획예방정비 중이었다. 신한울 1호기와 2호기는 시운전 및 운영허가 대기 상태였다. 
 
울진군 북면 두천리서 시작된 불씨는 불과 4시간 만에 한울 원전 부지까지 날아들었다. 당시 현장을 보도한 언론들에 따르면 원전 부지 내 잔디, 수목 등에 불씨가 옮겨 붙어 직원들이 한때 대피하기도 했었다. 소방당국은 고성능화학차를 비롯한 소방차 24대를 배치하고 헬기를 동원해 산불 지연제(리타던트)까지 살포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가동중인 한울1, 2호기와 한울3, 4, 5호기의 출력을 각각 50%, 80%로 줄였다. 대량 발전원 5기가 동시에 출력을 줄이며 전력 생산을 줄인 것이다. 이같은 한울 원전 5기의 출력 감소는 6일 동안이나 이어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된 당시 상황은 더 아찔하다. 불씨는 한울 원전 부지의 스위치 야드 인근까지 접근했다. 스위치 야드란 발전소 전기를 송전선로로 공급하거나 공급 받는 전기설비를 말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선로를 통해 내보기도 하지만 발전소에 필요한 전력을 송전선로를 통해 공급 받는다. 원전을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기기들은 이를 통해 전력을 공급 받아 작동한다. 원자로의 핵연료와 사용후핵연료를 냉각시키는 기기도 그중 하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송전선로에 이상이 발생해 전력 공급이 끊겼고 비상디젤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아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지 못해 발생한 사고다. 
 
산불로 외부와 이어진 송전선로 부근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 영향으로 송전선로 8개 중 2개가 차단됐다.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울 6호기는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됐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산불로 외부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겼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산불로 765kV 신태백-신한울 원자력 선로 등 강원 및 경북지역 일부 송전선로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지 한 곳에 다수의 원자로가 밀집된 경우 위험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산불처럼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다수의 호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받아 연쇄 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처 또한 어렵다. 그나마 전력수요가 적은 기간이라 별 문제 없이 지나갔지만 이번처럼 대량의 전력을 공급하던 발전기 다수가 일시에 출력을 줄이면 전력계통에 영향을 줘 급기야 지역 정전 내지 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재훈 환경연합 국장의 말이다. 이번 산불로 원전이 자연재해에 취약하며 특히나 대형 밀집 원전은 위험성을 더 키운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이러한 산불의 경고에도 최근 신한울 3, 4호기 건설이 거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울 원전은 10기의 원전이 밀집된 세계 최대 원전 단지가 된다. 전 유럽을 핵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을 훨씬 뛰어넘는다. 러시아가 핵무기가 아닌 원전 혹은 원전과 연결된 송전선로를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이 공포를 갖는 이유는 자명하다. 원전이 핵폭탄급의 참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에 인재가 더해질 때

 
기후변화로 대형산불이 늘어나고 있다 ⓒ산림청
 
이번 대형산불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지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변화로 강화된 자연재해가 위험 시설물과 만났을 때 통제불능의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시대이다. 자연의 재해를 다 예측하고 막긴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재해를 인재로 키우지 않고 줄일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탄소 감축과 탈핵이 산불과 치명적인 관계를 끊을 우리의 선택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산불의 전언이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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