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포의 가시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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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늪으로 이루어진 람사르 사이트 우포늪. 그 하나인 사지포늪의 칠월과 팔월은 강렬한 원형의 초록 위에 피어난 짙은 보랏빛 가시연꽃의 대향연장이다. 한해살이 물풀인 가시연꽃의 주름 잡힌 둥글고 큰 잎은 2미터까지 자라고, 방주처럼 펼쳐지는 그 잎 위로는 가시를 매단 꽃대들이 올라와 자색 화관을 세운다. 아침 안개 속에서 첫 햇살을 받아 빛나는 보라의 성채가 사지포에 가득할 때 우리는 자연의 신성을 본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전국에 가시연꽃 자생지는 100여 곳이나 됐다. 하지만 오염에 민감한 환경지표종인 가시연꽃은 자연늪의 수질이 오염되고 아예 개발돼 사라지기 시작하자 그 지역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역적 멸종의 행렬 끝에 가시연꽃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이제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의 자생지만 남았고, 사지포는 가시연꽃 최대 자생지다. 사지포와 그 모연인 우포늪을 지키려는 지역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 창녕환경연합을 일군 동력이 됐다. 가시연꽃의 초록과 보라의 향연장을 지키기 위한 시민의 모임이 1억2000만 년 전 생성된 저 늪과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습지 생명들의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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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사진 최종수 js82@feelg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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