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거부하고 닭 살린 참사랑 농장

 
“살아있는 생명을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는 없어요” 참사랑 농장주 유소윤 씨
 
“꼬꼬댁 꼬꼬”
한낮 닭들의 울음소리가 우렁차다. 닭장 안을 들여다보는 낯선 이가 행여 닭장 안이라도 들어올까 싶어 수탉들이 빨간 벼슬을 세우고 닭장 앞으로 몰렸다. 그 뒤로 암탉들은 횃대에 올라 여유롭게 털을 고르는가 하면 바닥에 깔린 깔짚을 파고 그 위에 몸을 비빈다. 닭장 밖에는 몸이 약해 다른 닭들에게 밀려난 닭 한 마리가 격리되어 보호 중이다. 
 
사육장 옆에는 풀밭이다. “이곳에서 닭들 먹일 풀을 길러요. 어릴 때부터 풀을 먹으면 장이 길어지고 건강해지죠. 달걀에도 고소한 맛이 나요. 날이 좋으면 이곳에 닭들을 풀어놓는데 놀이터죠 놀이터.” 농장주 유소윤 씨의 말이다. 
 
이곳의 닭들 5000마리는 지난 조류독감이 불러온 살처분 광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농장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닭들이 행복한 참사랑 농장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참사랑 농장은 익산시 최초이자 유일한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이다. 이곳 농장주 유소윤 씨는 지난 2015년 남편과 함께 농장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양계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랜 특전사 생활을 마치고 퇴역한 남편이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다며 귀촌을 원했고 그런 남편을 따라 무작정 시골로 내려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 양계를 접했고 한 번 해보자며 남편과 함께 2012년부터 양계농장에서 일을 하며 양계를 배우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유기견을 돌보는 등 동물보호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양계도 동물들의 복지를 중시했다. 케이지에 가둬 키우는 공장식 사육이 아니라 자연 농법인 야마기시 양계법을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야마기시 양계법은 닭들의 습성을 고려해 평사사육을 기본으로 하며 자연채광, 환기 등 자연환경과 비슷한 사육환경을 조성해 사육하는 사육법이다. “처음 양계 농장에서 일을 배울 땐 힘들어서 울기도 했어요. 근데 닭들과 생활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동네 사람들은 제가 정신 나간 사람인 줄 알았대요. 닭장에 앉아서 병아리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으니깐.” 닭들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예전에 잘 모르고 닭대가리란 말을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은 닭들에게 사과 많이 하고 있어요. 오히려 요즘 와이프에게 잘 못하는 남자에게 닭보다도 못하다는 말을 자주 해요. 사료를 주면 암탉이 먹기 전까지 절대 수탉이 먹지 않아요. 암탉이 다 먹고 나야 수탉이 먹어요. 또 한 마리의 수탉이 암탉 15마리 정도 거느리는데 다른 수탉이 자기 암탉을 건드리면 죽을 때까지 싸워요. 울음소리로 의사표현도 해요. 놀래서 우는 소리, 주인을 부르는 소리, 잠 잘 때 불 꺼달라는 소리 다 달라요.” 
 
3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이곳의 농장을 인수해 시설을 개선,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받고 양계를 시작했다. 이곳의 닭들은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은 1제곱미터당 9마리가 기준이지만 이곳의 닭들은 1제곱미터당 5마리가 생활한다. 케이지가 아닌 평사에서 생활하며 모래목욕도 할 수 있고 횃대에 올라가 쉴 수도 있다. 부부는 풀을 따로 재배해 사료와 함께 닭들에게 먹이는가 하면 항생제 대신 약초를 달여 먹인다. 
 
그러면서도 부부는 닭들에게 고맙고 미안해한다. “닭들도 알을 낳을 때 산통이 있어요. 처음 알을 낳는 닭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워해요. 알을 빼올 때마다 머리 한 번 쓰다듬고 미안하다고 하죠.” 유 씨 부부는 달걀을 팔아 10을 벌면 3 이상은 닭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또한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산란을 할 수 없는 닭은 자연사할 때까지 자연방사로 사육하는 인근 동몰 복지 농장으로 입양을 보낸다. 닭들에 대한 유 씨 부부의 최소한의 예의다. 
 

멀쩡한 닭 살처분 거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익산 참사랑농장
 
유 씨 부부의 원칙 때문에 전국적으로 조류독감이 기승을 불었을 때도 이곳 닭들은 단 한 마리도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27일 이들의 농장에서 2.1킬로미터 떨어진 하림 육계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이어 3월 7일 2.4킬로미터 떨어진 또 다른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익산시는 조류독감 발생 농장 반경 3킬로미터 안에 있는 닭들의 살처분을 결정했다. 익산시는 유 씨 부부에게도 3월 10일까지 닭들을 살처분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유 씨와 남편은 살처분 명령을 따를 수 없었다. “2월 27일 2.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을 때 우리 농장은 예찰지역이었어요. 3월 7일에는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2.4킬로미터에서 AI가 발생했는데 난데없이 살처분을 하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무엇보다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은 닭들을 어떻게 죽일 수 있어요?” 유 씨 부부는 획일적인 살처분 명령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에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대가는 혹독했다. 익산시는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유 씨 부부를 고소했다. 그 사이 달걀은 출하가 금지돼 계속 쌓여만 갔고 유 씨 부부는 카드 대출을 받아 생활해야 했다. 살처분하면 보상금을 좀 더 주겠다는 회유도 있었지만 유 씨 부부는 살처분이 강행될까 밤낮으로 농장을 지켜야 했다. “두 달 동안 농장 앞에 차를 세워놓고 잤어요.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창살 없는 감옥에 사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살처분 명령 후 AI 잠복기인 21일이 지난 3월 29일에도 유 씨 부부의 농장은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았고 검사 결과 역시 음성판정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요령’에 따라 익산시는 참사랑 농장을 예찰지역으로 전환하고 이를 농장에 통보해야 했지만 익산시는 한 달이 지난 4월 21일 달걀을 출하해도 좋다고 참사랑 농장에 통보했다. 
 
달걀 출하 금지는 풀렸지만 닭들은 여전히 살처분 위기에 놓여있다. 익산시가 참사랑 농장의 살처분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고 그와 관련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살처분 사라져야

 
유 씨는 두 달 동안 마음고생이 심해 살이 많이 빠졌다고 한다.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그녀는 몇 번이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럼에도 그녀는 같은 상황이 와도 살처분 명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죄는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요. 누군가 한 번은 덤벼야 했어요. 살아있는 생명을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어요. 지금의 공장식 축산 문화는 개선돼야 해요. 사전에 철저한 방역이 우선되어야 하고 무조건적인 살처분은 없어져야 합니다.”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AI로 살처분된 닭과 오리는 3787만 마리다. 발생농가 인근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 당한 닭과 오리도 상당수일 것이다. 수많은 동물의 희생에도 AI는 반복되고 있고 살처분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의 수는 점점 더 늘고 있다. 
 
참사랑 농장의 닭들은 정부의 무조건적인 살처분이 부당했음을 우렁찬 울음소리로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인근 공장식 축산농장과 달리 AI를 피해간 참사랑 농장을 통해 AI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축산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도 있다.    
 
그녀는 소비자들도 인식을 바꿔주기를 당부했다. “우리는 달걀뿐만 아니라 너무 싼 가격에 너무 많은 고기를 먹습니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도 따라줘야 하고 그러다보니 공장식축산 밖에 갈 수 없고 기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소비를 줄여주세요. 그리고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닭들이, 동물들이 행복해집니다.”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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