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과 핵을 좇는 정치에 미래는 없다

지난 6월 30일 환경부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 분과회의가 열리는 서울역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송영길의원 ⓒ서울환경운동연합
 
대통령이 힘을 실은 코로나19 전염시대 극복을 위한 한국호의 항로를 기획한 ‘그린뉴딜’이 발표됐다. 디지털과 녹색사업 중심의 한국형 뉴딜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설명하고 책임 부처 장관들이 ‘잘 할 수 있다’ 다짐했다. 그 설명과 다짐에도 ‘그린뉴딜’이 그리는 미래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린뉴딜 정책 기획이 나오게 된 문제적 현실, ‘그러니까 생산력주의로 요약될 수 있는 사람과 자연을 돌보지 않는 이윤 제일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반성이 불철저한 까닭이다. 환경과 생태를 사회경제체제 밖이 아니라 안에 두어 모든 사회적 이벤트의 우선적 고려요소로 삼아야 ‘뉴딜은 그린’이 될 것인데 석탄화력 등 화석연료 기반 경제의 유지·존속을 위한 총투자가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을 넘어서는 등 부문별 정책들이 충돌하는 정책 현실이 여전히 그린뉴딜에도 투사돼 있어 우려스럽다. 디지털과 그린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토건 개발과 어떻게 다른가에 관한 변별력이 낮다. 이런 문제를 압축적으로 지적하자면, 과거 MB정권 녹색성장 정책의 한계가 지금의 그린뉴딜 정책에서도 여전히 ‘보인다’ 할 것이다. 중대한 문제이고 바로 그래서 개발주의자들의 낡은 구호, 곧 ‘토건이 곧 그린뉴딜’이라는 프레임이 다시 기세를 얻을 위험성이 크다. 게다가 이를 부추기는 돌출적 정치행동도 벌어지고 있다.
 

적폐 사업을 활성화하라고?

 
그린뉴딜 정책이 발표되는 중대한 국면에서, 여권의 중진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하나인 송영길 의원은 ‘토건 공약의 정부 정책화’를 위한 시위에 나섰다. 6월 30일 ‘환경부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 거버넌스 분과회의’에 참석해 ‘경인운하의 활성화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촛불로 들어선 이 정부 초기, 과거 정부의 그릇된 정책행동이 불러온 적폐 청산을 위해 가동했던 ‘관행혁신위원회’는 ‘경인운하는 실패한 국책사업으로 혈세낭비사업’이라고 비판하고 ‘정책 추진 과정 일체를 반성적으로 돌아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하강하고 사회경제적 활력이 떨어진 이 시점에서 그러한 적폐 청산 요구를 무위로 돌리고, 송 의원은 ‘다시 경인운하!’를 외쳤다. 명백히 역사적 정향에 이반하는 정치적 행동신호다. ‘나를 중심으로 뭉쳐라!’는 이 신호가 21대 국회 내 여야 토건마피아들에게 발해진 것이다. 
 
경인아라뱃길 ⓒ함께사는길 이성수
 
송 의원의 신호로 국회 토건마피아들이 여야를 초월해 조직화된다면 ‘주택정책 실패’에 정책 주도권을 훼손당한 정부마저 이들에게 굴복해 다시 정부 주도 거대 토건개발시대로 경제 시스템을 후퇴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택정책 실패를 손쉬운 그린벨트 해제 카드로 만회하려는 관료들은 토건마피아들이 유포한 ‘경기 진작은 거대 토건개발이 답’이라는 미신에 자발적 부역을 하기 쉽다. 손쉬운 투기적 이익이 불러올 사회 부정의, 자연생태계가 지게 될 생태적 부담보다 토건개발로 벌어들일 수익과 이에 부가되는 정치적 이익을 중시하여 혈세를 낭비할 우려가 크다. 그린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삽질하는 토건개발’에 목메는 구시대 정치 리더십의 작동은 중단돼야 한다. 그래야 생태민주주의 실현 가능성이 한 치라도 커질 것이다.
 

운하도 핵발전도 표만 되면 오케이?

 
생태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치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송 의원의 이번 정치행동을 그 뿌리부터 훑어 되짚고 비판적으로 상고할 필요가 있다. 애초 서울과 인천을 뱃길로 이으려는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굴포천 방수로 사업’으로 축소됐었다. 2009년 3월 12일 민주당 의원 31명은 MB정부의 경인운하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우스운 것은 송영길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한반도대운하보다 경인운하가 경제성이 있다’며 자신의 선거공약으로 ‘경인운하 추진’을 내세워 당선됐다는 점이다. 허나 이후 MB정권이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이라는 ‘삽질 경제’를 추구하여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자 돌연 태도를 바꿔 2010년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경인운하 재검토 필요’ 입장으로 극적 선회를 했다. 그러더니 올해 21대 총선에서는 또다시 돌변해 ‘경인운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공약을 냈고 당선됐다. 지난 6월 30일 ‘환경부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 거버넌스 분과회의’에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 박성민 인천시의회 의원, 김유순 계양구의회 의장, 윤환 계양구의회 의원, 조양희 계양구의회 의원 등과 동행하여 ‘경인운하의 활성화 대책을 주문’한 것은 그러한 초지일관 ‘경인운하 건설주의자’의 면모를 명백히 드러낸 일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는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며 ‘경인운하 정책 결정 및 추진 과정의 문제점,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이 권고에 따라 환경부는 현재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2018년 1월 수자원공사가 무단 파기하려던 기록물 역시 경인운하가 애초부터 실패가 예고된 사업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당시 문건 중 ‘경인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는 ‘VIP 지시사항’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고 지원 5000억 원을 전제해도 1조 원 이상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혈세 낭비 자연 훼손 개발사업의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 송영길이라는 여권 중진이자 대선 주자의 하나가 지역 정치인들을 거느리고 정치적 외압을 행사한 것이다. 경인운하 적폐 사업의 뿌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스스로 드러내는 비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인운하를 추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만5000여 개의 일자리와 3조 원의 경제효과를 약속했지만, 사업은 남루한 실적을 내고 망했다.
 
2019년 1월 11일 송영길 의원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탈핵·재생에너지 전환을 국정 기초로 삼은 문재인 정권을 저격하는 주장이었다. 송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 석탄화력을 줄이고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지지하면서 원자력사업 일자리 유지·조화를 위한 충심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련한 정치인이 자기 발언의 의미와 효과를 그렇게 순진하게 변명해봐야 믿어 줄 이 많지 않을 것임은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 일이다.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시민단체는 핵산업계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낡은 정치인식’이라고 질타했고, 같은 당 우원식 의원마저 ‘시대변화를 잘못 읽고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송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핵발전을 안고 가는 에너지 전환이라니! 인식의 수준은 안타깝고 집토끼(진보 성향 유권자)는 잡은 물고기니, 산토끼(보수 성향 유권자) 잡아보겠다는 정치적 평지돌출 발상은 터무니없다. 
 

낡은 리더십에 미래 없다

 
토건개발을 주장하고 핵발전을 찬동하는 정치 리더십의 문제는 탈토건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당대와 미래 사회의 사활적 과제에 무지할 뿐 아니라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오직 지금 나의 정치적 이익만 중요한 이 리더십은 오직 지금 나의 경제적 이익만 중요한 토건 먹튀 경제주의자들과 부패와 부실로 얼룩진 핵발전을 화수분으로 여기는 핵마피아들의 뒷배 노릇에 그친다. 경인운하가 활성화되면 필연코 여의도와 잠실로 이어지려 할 것이고 이것은 한강까지 운하로 전락시켜 자연성 회복을 물 건너가게 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며 핵발전을 대책으로 삼는 정책은 필연코 후쿠시마의 사변을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강요할 뿐이다. 낡은 정치 리더십은 그 자체로 미래의 위험요소다. 구시대 정치 리더십의 구축이야말로, 그린뉴딜을 바로 세우고 기후변화를 저감하며 핵 없는 바람과 태양의 에너지로 작동되는 사회로 가기 위한 밑돌이다. 사람과 자연을 해치는 세계체제를 ‘바꾸고 변화시키라!’는 것이 코로나19 전염시대의 메시지다. 변화에 반대하고 심지어 변화에 역행하려는 리더십에는 미래가 없다.
 
 
글 /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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