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낙원 공릉천 파괴하는 개발망상을 버려라

백두대간 한북정맥 줄기의 양주시에 있는 챌봉에서 발원하는 공릉천은 45.7킬로미터를 흐르는 동안 고양시와 파주시의 대지를 어루만지고 한강하류에 합류되어 서해로 향한다. 상류는 산을 휘돌아 대지를 향하고 중류와 하류는 예전부터 지역에 농수를 공급하여 사람들의 생활과 함께하였다. 산과 물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존재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윽고 공릉천은 둑을 쌓고 하천 바깥쪽은 농경지로 사용하거나 집을 짓고 살아가기에 이른다. 고양시 구간은 부분에서 신원천, 심천, 가돈천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기도 하였다.

사람이 늘어나고 각종 개발과 상업활동으로 그동안 공릉천은 상류의 많은 유원지와 중하류의 각종 폐수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그나마 최근에는 폐수의 유입이 줄어들어 우리 아이들이 물장구치고 놀 수 있는 깨끗한 하천으로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그냥 두어도 생태학습장이 되고 온갖 동식물이 서식하며 갈대와 억새가 물결 치는 아름다운 하천을 고양시와 파주시에서는 레저명소사업, 녹색 뉴딜정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 올해 3월부터 하천을 뒤엎겠다고 나섰다.


새들 내쫓을 자전거도로

공릉천을 아끼고 사랑하는 고양시와 파주시의 시민들이 무분별한 개발 계획에서 공릉천을 살려보고자 새해 벽두부터 공릉천을 달리고 있다. ‘I L♥VE 공릉천’, ‘공릉천을 사랑하는 고양 파주 시민들의 모임’에서는 2월2일 세계 습지의 날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릴레이 생태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형 하천의 모습을 가지는 공릉천은 관리만 잘 하면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들의 릴레이 답사는 공릉천에 유입되는 하천의 수질을 깨끗하게 바꿀 생각은 극히 소극적이고 대형 굴착기 사업에만 몰두하는 고양시와 파주시, 정부에 반대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습지보전에 동참하려는 의지다. 

맑은 물을 살리는 것은 굴착기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생활 오·폐수, 축산폐수, 공장폐수의 유입을 막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소하천들을 자연형으로 복원할 때 가능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 아닐까. 겉만 번드르르한 정책을 보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레저명소란 생활의 휴식을 즐길 수 있고 특색 있는 지역을 말한다. 그러나 고양시에서 계획하는 명소화는 공릉천 신원교에서부터 지영교까지 6.52킬로미터 하천변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고 쉼터, 학습장을 설치하는 등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계획이다. 

하지만, 식물이 자라고 철새가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며 또한 그들의 번식에 이용되는 수변부에 자전거도로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일이다. 공릉천 중류인 고양시 구간에만 해도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이의 서식처가 있고 깝짝도요와 꼬마물떼새, 대백로의 월동지다. 그 밖에 백로류, 오리류, 개개비, 까마귀 등 수 많은 새들이 철 따라 날아와 습지에 깃들어 살고 있다. 

레저 명소화 계획은 이들이 있는 곳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해 사람들이 활동하게 한다는 것인데 이들을 내쫓겠다는 계획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사람과 자전거를 따라 개와 고양이가 함께 유입될 것이고 번식기의 조류들은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특히 제 2벽제교부터 지영교 사이에는 자전거도로가 양쪽으로 개설될 계획인데 그곳은 대백로가 겨울을 나는 지역인 동시에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등 조류의 먹이터이자 잠자리인 곳이다. 흰뺨검둥오리가 번식처로도 이용하는 곳이다. 이 밖에도 공릉천을 가면 귀한 새들인 물총새, 비오리, 노랑턱멧새, 흰꼬리수리, 기러기류, 저어새류 등 나열하기에도 너무 많은 새들이 먹이터로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보호종으로 지정된 조류도 포함돼 있다. 


파주판 청계천 망상을 버려라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교통수단 중 자전거는 인간의 건강 레저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요한 자전거 도로라면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만 미치게 계획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습지가 인간에게 미치는 많은 장점들을 꼭 말로 해야 알 수 있는 것인가. 하상면에서 벗어나 둑길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고양시에서는 당장 눈앞에 나타날 치적사업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파주구간은 이미 자전거도로가 8킬로미터 구간에 만들어져 있는데 예전보다 조류의 개체 수가 5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하류에 삵이 돌아왔다고 기뻐하는 동안에 철새들은 다른 곳으로 내쫓긴 꼴이 된 것이다.

공릉천 상류에는 버들치, 모래무지 등이 살고 중류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쏘가리를 비롯해 왜매치, 참종개, 흰줄납줄개, 피라미, 붕어류, 살치, 미꾸리 등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특히 흰줄납줄개, 각시붕어 등은 말조개의 아가미에 알을 낳는다고 하는데 공릉천 상류는 말조개의 서식 밀도도 높은 편이다. 하류에는 뱀장어, 황복, 왜몰개, 강준치, 버들매치, 은어, 농어, 망둑류 등 더욱 다양한 어류가 서식한다.

그리고 정수식물인 갈대, 고마리, 뿌리와 열매가 약으로 쓰이고 나비(사향제비나비,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먹이식물이며 보호식물인 쥐방울덩굴을 비롯하여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공릉천 하류는 한강하구를 통해 드나드는 서해바닷물이 유입되는 구간으로 기수역의 특성을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식물의 다양성 또한 높아서 각종 철새들의 군무가 끊이지 않으며 그곳에 펼쳐진 넓은 갈대군락지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런데 조리읍에서부터 송촌리까지 체육공원, 수변 무대, 잔디광장 등을 만들고 자전거도로를 왕복 17킬로미터로 늘리며 산책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하천을 넘나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청룡두천 또한 이미 직강하가 많이 이루어진 하천인데 수상택시운영 계획에 따라 강제로 하천 폭을 늘리고 다시 한 번 굴착기에 의해 뒤엎어질 위기다. 뜸부기를 비롯한 동식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파주시의 계획에 따르면 공릉천에 5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서울 청계천처럼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진정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겠다면 제발 콘크리트로 뒤덮인 청계천의 망령은 버리고, 자연형 하천 복원으로 가야 한다. 지금 하천부지를 이용해 유기농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습지로 복원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초지의 기능을 가지는 곳에 거대 자본을 들여 잔디를 심는다는 것은 예산낭비로밖에 볼 수 없다.

공릉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일의 시작은 유입되는 지천의 수질을 관리하고 하수처리시설 관리를 엄격히 하여 악취 나는 폐수가 유입되는 것부터 막는 것이 옳다. 파주시장은 이번 사업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경제효과도 기대된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드물다.


개발형 하천사업에서 벗어나야

비슷비슷한 하천 정비사업이 이대로 가도록 놓아둘 수 없다. 체육운동장으로 만든 수변부를 복원해 물풀이 자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릉천’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질관리와 물관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국내외의 사례들이 알려지고 있는데 일률적인 개발형 하천조성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지역 주민들의 주인의식도 절실하다. 지자체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보여주기식 하천행사에 동원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작은 하천부터 어떤 오염원이 있으며 실천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개선에 동참하는 주체로 대해야 한다. 

공릉천에 쉬리와 갈겨니, 묵납자루 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진정한 환경도시로의 탈바꿈은 굴착기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어류, 조류, 곤충, 포유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성하자. 함께 사는 지구 아닌가.


조경오 고양환경운동연합 부장 koyang@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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