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동지풀, 최정화

설악산의 동지풀
최정화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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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회원 최정화 씨


설악산 자락에 산다는 그녀는 동지풀이라고 했다. 동지풀? 무슨 풀인가 싶어 식물도감을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바로 여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풀이지요.`” 모양새는 좀 투박하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푸르게 피고 혼자보다는 다른 풀들과 어울려야 더 잘 자란다는 풀, 설악산 동지풀, 최정화 씨(45세)다.   

 

여인을 품은 산과 산을 품은 여인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회원 최정화 씨는 숲 해설가다. 수줍은 눈매와는 달리 산행으로 다져진 그녀의 몸에선 힘이 느껴진다. 그녀의 고향은 속초. 늘 그녀 곁에 설악산이 있었고 설악산을 보고 자랐지만 그녀가 처음 설악산에 오른 건 고등학교 2학년 어느 여름이었다. “`여름방학 때였어요. 그 때 오빠가 사준 하얀 운동화를 신고 시장에서 과일 몇 개를 사서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친구들과 대청봉까지 올랐죠. 내려올 때보니 새 운동화 깔창이 떨어져 너덜너덜해졌더라고요. 산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난다.


그리고 2년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속초를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설악산을 보고 자라서 일까. 힘든 서울살이에 산은 위안이자 안식처였다. “`어느 날은 산이 가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혼자 도봉산까지 갔는데 10분 만에 도로 내려왔어요. 체력이 안 받쳐줘서.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동호회에 가입해 주말마다 북한산에 올랐어요. 신기하게 몸이 날로 변하는 거예요. 몇 달 만에 날아다닐 정도로 산을 올랐다니까요. 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경이로운 장면들이 있어요. 얼음알갱이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장면도 정말 아름답고 힘들어 흘린 땀에 바람이 싹 불어주면 그리 시원할 수가 없어요.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죠. 그 맛에 산을 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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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남짓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속초로 돌아온 그녀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남편을 만난 사연이 재미나다. “`남편을 설악산에서 만났어요. 전 서울에서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남편도 산을 좋아해서 설악산에 올랐는데 거기서 만났어요. 서울 생활을 접고 속초로 돌아왔는데 설악산을 찾은 남편을 우연히 다시 만났죠. 남편 고향은 울산이에요. 설악산이 좋아 속초에 눌러앉았죠. 사람들이 울산바위라고 그래요.`”


그 역시 산을 좋아하는 터라 그녀가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회원으로 숲 해설이나 산 생태모니터링 활동을 할 때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2005년에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회원들과 함께 청대산의 생태를 모니터링하는 청대마루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주 산을 찾아 야생화, 곤충 등 눈에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었죠. 그러던 중에 애기 아빠가 취미도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며 카메라를 사다 줬어요. 지하 셋방 살 때였는데 그 당시 아마추어용 카메라로는 가장 좋은 기종으로 덜컥 사왔더라고요.`” 남편의 카메라 덕에 좋은 사진들을 많이 찍을 수 있었고 급기야 그 사진들을 모아 자료집까지 만들어냈다.

 

끔찍한 상상,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그녀는 요즘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한동안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느라 활동을 소홀히 했어요. 그러다가 박그림 선생님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오체투지하는 걸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어요. 너무 죄송했죠.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생겼을 때 엄마는 뭐했어?`’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뭔가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환경부는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2킬로미터에서 5킬로미터로 연장하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우리나라 모든 국립공원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행령 개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설악산도 예외는 아니다. 속초시, 양양군 등 설악산 해당 지자체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당장 양양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계획을 거세게 밀고 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을 비롯해 설악산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설악산케이블카 반대시민모임을 꾸리고 케이블카반대운동을 시작했다. 그녀도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설악산에서 반대서명을 받고 있다. “`소공원에서 반대서명을 받는데 ‘`국립공원인 설악산을 유원지로 만들려고 합니다.`’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이미 설악산, 유원지 아니냐.`’고 하세요. 그땐 얼굴이 빨개지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복원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 드려요.`”


1965년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 198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 북방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식물생태계의 보고이며 특히 고산식물과 산양 1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설악산이라며 그녀는 설악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모르고 있던 혹은 잊고 있었던 설악산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설악산 권금성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라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풀 한 포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무수한 세월을 버텨오던 소나무도 사람들의 발길에 버티지 못하고 고사하고 있어요. 권금성 정상의 모습이 바로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의 모습이 될 겁니다. 지금도 대청봉 정상을 밟는 탐방객 수가 20만 명이라는데 케이블카를 놓게 되면 100만 명 이상이 될 수도 있고 그 많은 탐방객이 등산로를 따라 하산을 하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녀가 케이블카 반대운동을 하면서 가장 답답한 것은 ‘`그럼 대안이 뭐냐.`’는 질문이다. “`제일 답답하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능력이 안 되는 내가 반대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고요. 하지만 분명히 케이블카는 아니라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그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저 혼자가 아니라 케이블카 반대시민모임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힘을 쏟으면 답은 나올 겁니다. 이조차도 공감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대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꼬투리 잡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녀가 설악산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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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길? 케이블카 없는 설악산에서 찾자
얼마 전 지리산, 북한산,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산상시위가 500일을 맞았다. 그날 그녀는 특별한 서명을 받았다. “`케이블카 반대서명을 안 해준 분이 계세요. 박그림 선생님의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강연이 있었는데 그분을 강연에 초대했어요. 근데 그 분이 강연을 듣고 나서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며 반대 서명을 해주셨어요. 굉장히 기뻤죠. 앞으로도 그런 분들을 계속 만들어내야죠.`”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이지만 그녀는 그런 변화 때문에 희망을 놓지 않는다.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신흥사에서도 주차장이나 상점 등을 폐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전체적으로 설악산을 복원하자는 분위기에요. 제가 생각하는 대안요? 설악산을 입산예약제로 하고 등산객들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가이드를 하면 설악산 곳곳에 숨어있는 이야기도 듣고 산을 대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지요. 또 산, 바다, 호수라는 지역 특색을 잘 살려 지역을 생태전문 지역으로 만드는 거예요. 학교마다 생태교육에 중점을 두어 우리 지역에 있는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고 나아가서는 생태특성화 고등학교, 전문대학을 유치하고. 또 우리지역 야생화로 만든 찻집 거리를 만들 수도 있지요. 설악산도 살리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길, 답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녀의 상상에 듣는 이도 덩달아 신이 난다. 케이블카 없는 설악산에서 상생의 길을 찾는다면 그 길은 분명 즐겁고 신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을 좋아하는 이들과 환경연합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모든 것들은 변해요. 어떤 것을 변화시킬 건지 얼마만큼 변화시킬 건지 그건 개개인이 선택하는 것일 것입니다. 자신이 조금만 변화하고 변화한 대로 움직이면 더 많은 변화가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우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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