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국가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과거는 난 모른다!’는 말 바꾸기에 얹힌 수정론과 ‘바꾼다면 정권을 바꾸겠다!’는 원안고수론, 기본적으로 원안고수론의 입장이되 원안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원안+알파론 등의 주장과 논란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어떤 발전전략을 채택할 것인가

수정론은 정부 주장이다. 자족성이 부족하고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차례 반복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뒤엎고 수정론을 공식화했다. 정운찬 총리를 수정론 불쏘시개로 기용한 것을 시작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속마음을 공식화했다. 그 뒤는 항상 그렇듯이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 

정부 수정안 핵심은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변경’하겠다는 것인데 교육도시, 기업도시,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등 ‘어떤 도시냐?’에 대해서는 말이 무성하다. 

반면 충청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원안고수론은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동반 좌초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전국적인 명분과 공감을 얻고 있다. 수도권 과밀 개발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려면 정부 부처 이전을 골자로 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원래 계획대로 추진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수정론과 원안고수론의 대립은 ‘집중과 성장 중심’과 ‘균형과 분배 중심’이라는 서로 다른 국가 발전전략의 충돌이다. ‘어떤 발전이 진짜 발전이냐?’는 물음이 내포된 대립과 충돌인 것이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발전의 성격을 구별해야 한다. 그 구별의 잣대는 국토와 환경이다. 이 잣대로 세종시 문제를 짚어보자.

시련 겪고 국민 합의 이룬 사업 뒤엎는가?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구상은 오래전부터 검토되어 왔지만,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부처의 이전을 골자로 하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04년 초 법률이 공포됐다. 곧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을 기각하고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 결정했다. 결국 신행정수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이 제정돼 공포됐다. 이후 또 한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지만 기각됐고, 2006년 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이 확정되어 2007년 실시계획 승인 이후 착공됐다. 과정과 과정 사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까지 겪으며 제대로 검증을 거쳐 국민적 합의로 추진되던 것이 세종시 건설이었다.

세종시 건설은 사업비 21조 원 이상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2030년 완공 예정이다. 규모는 충남 연기군, 공주시 일대 5개 면 33개 리 2212만 평(72.91㎢, 예정지역)이다. 환상형 대중교통축(BRT), 중심부오픈스페이스, 50퍼센트 녹지 확보 및 블루-그린네트워크 구축, 6개 기능권역(중앙행정, 문화국제교류, 도시행정, 대학연구, 의료복지, 첨단지식기반)과 21개의 기초생활권, 복합커뮤니티 구현, 경관 7대과제 시행 등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대규모 토건사업 임에 분명하지만 분권과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해소 등의 긍정성을 평가받아왔다. 현재 5조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돼 공정률 24퍼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세종시는 그러나 최근 이명박 정부의 수정론 공식화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고 4대강사업을 강행하여 인위적 국토 개조를 시도하는 정부가, 또 한편에서 국민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핵심사업을 전면 수정하려 드는 것이다. 정부 의도대로 된다면 국민은 총 40조 원 이상의 혈세를 국토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일들에 쓰게 될 판이다.


정책신뢰 유지, 생태용량 고려, 경제집중 해소가 필요한데

환경연합이 처음부터 세종시를 쌍수 들어 환영했던 건 아니었다. 그 역시 대형 토목건설사업이므로 반환경성을 가졌다고 비판했고 이 비판을 수용해 전 정부가는 건설 컨셉을 생태도시로 바꾸고 구체적인 지구계획도 환경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라는 명분의 정당성을 인정했던 것이다. 그런 마당에 도로아미타불, 그냥 지방 거대도시 하나 건설하자로 바뀌는 수정론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토관리와 환경보전의 측면에서 세종시 문제를 바라보는 바람직한 관점을 세울 필요가 있다. 

‘조변석개’ 식의 국가 정책은 위험하다. 국토는 언제든 뜯어 고칠 수 있는 레고블럭이 아니다. 세종시 건설은 지난한 쟁론과 격렬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사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역사적 과정에 대한 존중과 이해 없이 정략과 특정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변경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세종시 건설은 국가 정책의 신뢰성과 엄중함을 지키는 차원에서 볼 때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바뀐다면 앞으로 그 어떤 국가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수도권의 과밀개발에 따른 환경적 위험과 생태적 압력은 시급히 분산시켜야 한다. 전체 국토면적 대비 수도권의 면적은 약 12퍼센트 정도인데 전체 인구 대비 수도권의 인구는 47퍼센트에 달한다. 생태적 수용 한계를 넘은 수도권 과밀화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쓰레기, 오폐수, 대기 등 환경 악화는 물론 주택문제, 교통혼잡, 범죄문제 등으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생태적 건강과 삶의 질의 악화를 부르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서울의 삶의 질은 세계 215개 도시 중 89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히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에 서울의 노른자위 가운데 하나인 정부 부처를 뺏어간다는 단순한 시각이 다른 모든 사업의 긍정성을 가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은 전반적 분야에서 시급히 수요관리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난개발 방지와 국토의 계획적 관리를 위해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지속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발전 수단을 기업 유치 또는 관광위락단지 조성 등에서 찾고 있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권력과 시장을 수도권이 독점한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국내총생산(GDP) 점유율은 국가 전체의 절반인데, 온실가스 발생량은 10퍼센트가 안 된다. 거의 다섯 배에 달하는 타지 약탈적 경제를 굴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 조직 2원15부2처 18청3실 중 9부2처2청을 이전하려는 세종시는 수도권에 집중된 권력과 시장을 분산시키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상징사업이고 또 유력 수단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와의 연관성도 크다. 국가적 차원에서 인력과 재화의 분배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지역 난개발 통제와 국토 전역의 계획 관리는 불가능하다. 세종시 수정론은 정의롭지도 않고 실현가능성으로 보아도 무망한 시도다.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woopin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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