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절동 백로들의 안타까운 이주기

아파트 건물 옆을 날고 있는 백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청주 흥덕구 송절동 아파트 단지 70~80m 떨어진 곳에 8000㎡에 달하는 소나무 군락이 있다. 2016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까지 아무 문제 없는 백로 서식지였다. 충청북도는 2001년 이곳을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100선’으로 지정하고, 2010년 백로 서식지 안내판을 세워 보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공단과 아파트 개발이 시작되면서 백로들은 터전을 잃었다. 백로들은 수곡동 청주남중 인근 잠두봉 쪽으로 옮겨갔지만 곧 학업 방해를 이유로 잠두봉 소나무 120그루가 베어졌다.  또 터전을 잃은 백로들은 잠두봉에서 1km 가량 떨어진 서원대 여학생 기숙사 근처 소나무 숲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여기서도 오래 있지 못했다. 민원에 의해 솔숲이 베어진 것이다. 떠돌며 개체수가 많이 줄고 남은 백로들은 송절동 아파트 공사가 끝나자 다시 송절동으로 돌아왔다. 
 
송절동 백로서식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조심스런 동거가 시작됐다. 적은 수의 백로들은 입주민들에게도 불편하지 않은 동거자였다. 그러나 서식지가 안정되자 올해 들어 개체수가 1000여 마리로 급증하자 주민들은 당장 불편을 느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음과 백로의 배설물 악취를 호소하는 민원 10여건이 청주시에 접수됐다. 청주시는 환경단체와 함께 정화활동에 나섰지만 일회성 정화활동은 한계가 있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한 목소리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속담이 있다. 개발로 서식지를 빼앗기고 떠돌이가 되거나 겨우 귀향해도 박대 받는 백로와 같은 자연의 친구들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할 방도가 필요하다. 백로와 같은 생물들의 서식지 이내 몇 km 반경에서는 개발을 금지하는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 꼭 멸종희귀종만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에 앞서 인간과 생물들이 공존할 더 자연친화적인 법규의 제정이 필요하다. 
 
 
글 /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