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마트가 필요하다!

업체들은 유해물질 없는 제품을 만들 기술은 있지만 실제로 만들지는 않았다.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아침에 일어나 상쾌하게 샤워를 하며 샴푸, 바디클렌저에 들어있는 합성향료에 흠뻑 취한다. 배도 고프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요리하기 위해 과불화화합물로 코팅된 프라이팬을 꺼내든다. 식사를 마치고 치아건강을 위해 꼭 3분을 투자하는 당신이라면 치약에 트리클로산이라는 환경호르몬도 함께한다. 자자~ 본격적인 외출을 위해 화장을 시작하자. 수십 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화장품으로 말이다. 이제 집을 나서면 제법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커피가 생각난다. 커피전문점에서 들러 손에 쥐어주는 종이컵과 영수증을 챙기면서 비스페놀A도 함께 딸려온다.
 
우리의 일상적인 아침은 이렇게 화학 물질과 함께 시작한다. 관심이 많지 않은 분이라면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뭐 어떻게 이렇게까지 신경 쓰고 살아?” 맞다. 우리는 이 모든 것에 다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야한다.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화학물질이 사용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팔지 않는다면 꼼꼼히 성분을 살피지 않아도 되고, 어려운 화학물질의 이름을 평생 모르고 살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을 파고든 PB상품

 
소비자가 생활용품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대형마트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7월 대형 유통 업체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모니터링해본 결과, 우리의 현실은 아침의 낭만을 느낄 정도로 밝지만은 않았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3대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의 치약/비누류 성분 표시를 조사해보니 총 349개 상품의 평균 표기 성분은 3.7개에 불과했으며,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이하 PB)상품의 경우는 이보다 작은 2.4개의 성분만 표기되어 있었다. 또한 화장품의 원료배합한도 기준을 초과하거나 자율안전확인표기 사항을 위반한 행위도 발견되었다. 문제는 이들 모두 대형 마트의 PB상품이라는 것이다.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이 표기나 관리 문제가 더 심각했던 것이다. 대형 마트의 1년 매출은 이미 9조 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3대 마트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서울시 한해 예산을 넘어선다. 거대한 시장의 지배력에는 그에 따르는 큰 책임이 필요하지만 대형마트는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 기본법에 명시된 소비자의 알권리와 안전할 권리마저 외면한 대형마트를 믿고 우리는 낭만적인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최근 대형 마트는 PB상품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는 추세다. PB상품은 제조업체의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2006년 7~10퍼센트에서 2013년에는 23~25퍼센트로 매출액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의 PB상품 시장 점유율이 40퍼센트를 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국내 유통업계의 PB상품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소비자의 건강은 더 위협 받을 수도 있다.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환경정의와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은 ‘안심마트만들기’ 캠페인을 통해 국내 3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PB상품 47개를 직접 구매해 지난 9월부터 한 달간 유해물질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조사 제품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주방매트, 변기시트, 욕실화 등 플라스틱 생활용품과 주방세제, 세탁세제, 방향제 등 생활화학용품이었다.
 
 

규제 없어 유해물질 계속 사용

 
먼저 플라스틱 생활용품 총 25개의 제품 중 매트, 변기커버, 욕실화 그리고 시트지 등 5개 제품에서 100ppm이상의 납이 발견되었다. 납은 신경계 및 행동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특히 어린이의 발달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문구, 완구 등 어린이 용품에서는 90ppm으로 제한하고 있는 물질이다.
 
또한 어린이 손 끼임을 방지하는 안전 잠금 장치와 변기시트, 욕실화 그리고 시트지 등 9개 제품에서 100ppm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되었으며 최고 1057ppm까지 발견되었다. 유럽연합에서는 발암성과 환경오염의 문제로 인해 PVC, PET, PP 등 플라스틱 완제품에서의 카드뮴 농도를 0.01퍼센트(100ppm)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납과 카드뮴이 검출된 플라스틱 생활용품은 모두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우리가 흔히 회색 파이프로 알고 있는 딱딱한 PVC가 어떻게 생활용품으로 활용이 될까? 생각보다 간단하다. PVC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를 첨가해 제조하면 된다. 역시 조사결과 21개 제품에서 1045.2~49만8865ppm의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조사된 플라스틱 생활용품 중 유아용 변기시트나 친환경 시트지 등에서는 중금속과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게 찾을 수 있었다. 어린이용품에서는 납 90ppm, 카드뮴 75ppm, 프탈레이트 0.1퍼센트(1000ppm)를 초과하여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플라스틱 생활용품의 제조가 가능하지만, 변기시트, 욕실화, 모서리보호대, 시트지 등 가정 내에서 아이들과의 접촉이 빈번한 제품이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밝힐 필요 없는 발암물질 성분

 
플라스틱 제품 외에 액상 형태인 방향제, 섬유탈취제, 청소용 세정제, 세탁세제, 주방세제 등 생활화학용품의 조사 결과도 결코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조사 대상 22개 제품 중 총 17개 제품에서 1종 이상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검출되었다. 문제는 한 가지의 알레르기 유발물질만 사용하는 경우보다 많게는 10개까지 여러 향 성분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의 대부분은 피부에 직접 닿거나 흡입을 통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관리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연합에서는 26개의 알레르기 유발 향성분이 세척제 혹은 화장품에 기준 이상으로 들어 있는 경우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국내도 화장품의 경우에는 표기 권장사항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제품 중 라벨에서 향 알러젠(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권장사항이라는 것이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님에도 말이다.
 
또한 조사된 생활화학용품 중 14개(63.6퍼센트)에서는 1,4-다이옥산도 발견되었다. 1,4-다이옥산이 발견된 제품은 세제가 8개로 가장 많았다. 농도수준은 0.04~56.17ppm으로 국내 안전기준인 0.01퍼센트(100ppm) 이내였지만, 미국이나 호주에서 이상적 한계 수준으로 제시하는 30ppm를 초과하여 56.17ppm이 검출된 주방세제도 발견되었다. 
 
1,4-다이옥산은 미국 환경보호청(US EPA)과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럽연합 등 해외에서도 배합금지 성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4-다이옥산은 제품에 직접 첨가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의 반응산물로 제품에 존재한다. 제품의 성분이라기보다는 오염물질로 판단하여 제품의 라벨에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제품 선택과정에서 발암성 물질인 1,4-다이옥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최근 한 해외 생활화학용품 회사에서는 1,4-다이옥산 함량을 유아용 제품에서는 1~4ppm, 성인용 제품에서는 10ppm 이하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소량의 지속적인 노출도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기업의 판단일 것이다. 이는 결국 1,4-다이옥산이 제조과정 중 충분히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는 성분이며,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기업의 자발적 저감 노력으로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과연 대형 마트는 못하는 것일까 안하는 것일까? 
 
생활화학용품의 경우 대부분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함유되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정보 제공은 권장사항일 뿐이어서 표기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안전이 곧 품질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PB상품의 안전성 조사과정 중 검출된 납, 카드뮴, 프탈레이트, 1,4-다이옥산 모두 대체 가능한 물질이 있거나 함량을 낮출 수 있는 물질이다. 자체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대형마트가 광고하는 ‘품질’라는 말이 무색하게 높은 수준으로 검출되었다. 대형유통업체는 판매자로서 소비자의 당연한 안전권을 보장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게다가 제품의 개발 과정부터 관리, 판매까지 관여하는 PB상품은 특히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하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안 좋은 것 같다. 
 
실제 미국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률에도 없는 상품 전성분표시제를 단계별 계획을 세워 스스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건강에 문제가 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목록을 만들어 생산 기업에 공유하고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중이다. 국내 대형마트도 말뿐인 ‘품질’이 아니라 제품의 정확한 정보의 제공, 제품 안전 관리 등 책임을 다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마트가 필요하다.

이경석 환경정의 다음지킴이국 부장 markks@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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