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숲

시민들의 쉼터이자 도심의 허파, 도시공원 ⓒ함께사는길 이성수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공휴일에서는 제외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나무 심는 날’은 법정기념일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식목일 날짜를 앞당겨야 하는 시대가 됐지만 식목일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다. 사실 식목일은 나무만 심자고 만든 날이 아니다. 숲에 숲의 미래가 될 묘목을 더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무 심기는 결국 숲을 지키려는 행위인 것이다. 2020년 식목일은 특별하다. 전국의 도시숲을 대규모로 축소시킬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숲이 우리와 맺은 관계는 무엇인가, 오늘의 숲은 어떤 상황과 처지에 놓여 있는가?
 

40퍼센트

지난 2017년 국립산림과학원은 흥미로운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홍릉숲(숲 경계, 내부, 중심)과 홍릉숲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도심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각각 측정해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도심에서 평균 23.5㎍/㎥(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이던 초미세먼지 농도가 숲 경계에서 13.3㎍/㎥로 줄었다. 숲 중심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13.4㎍/㎥를 기록했다. 도심에 비해 무려 40퍼센트나 낮은 수치다. 조사를 진행한 국립산림과학원은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가진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침강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무 한 그루가 이렇게 흡수하는 미세먼지는 연간 35.7그램이라고 한다. 나무들이 모인 숲에선 그 효과가 더 크다. 숲 내부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서 미세먼지를 더 빨리 침강시킨다는 것이다. 도시숲을 두고 도심의 허파, 거대한 공기청정기란 수식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란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126조 원

숲은 UN이 인정한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기도 하다. 또한 도시 열섬을 완화시키고 다양한 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사람들에는 쉼터와 치유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2014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숲이 주는 공익적 기능을 돈으로 환산했더니 무려 126조 원으로 평가됐다. 6년 전 조사임을 감안하면 미세먼지 공포가 일상화되고 기후 위기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그 비용은 올랐을 것이다. 
 

926.6제곱킬로미터

도시공원은 도시지역에서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도시를 계획할 때 설치 또는 지정된 곳이다. 전국적으로 도시계획 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총 2만2439개소로 면적은 총 926.6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사실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곳들은 원래 숲이었던 곳이 대부분이다. 도시개발을 피해 살아남은  곳인 셈이다. 이후에도 개발행위가 금지돼 도시 안에서도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363.6제곱킬로미터

오는 7월 1일 장기미집행시설에 대한 일몰제가 시작된다. 미집행된 도시공원 부지 중 당장 오는 7월 일몰 대상 면적은 363.6제곱킬로미터나 된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시설 당시 도로, 학교 등으로 결정되었지만 이후 20년간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곳을 도시계획시설 계획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정부와 지자체에 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하지만 20년 동안 도시공원 결정 면적 중 479.9제곱킬로미터만이 공원으로 조성됐을 뿐이다. 17개 지자체 중 10개 지자체의 공원집행률은 50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도시계획으로 지정 후 사유지인 경우 부지 매입을 했어야 했지만 이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70퍼센트의 함정

전국적으로 오는 7월 실효대상 공원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총 78개소로 면적은 30.8제곱킬로미터다. 도시공원 부지를 지자체가 매입하는 대신에 민간사업자가 한 후 넘겨 일부 개발을 허용하고 나머지 부지는 지자체에 기부 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자체는 최대 30퍼센트만 개발을 허용하고 나머지 부지는 도시공원으로 지킬 수 있다며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도시공원을 지키는 가장 최선의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한 도시공원 부지를 민간사업자에게 넘겨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도록 하고 도시공원으로 기부 채납되는 부지 역시 체육시설, 주차장 등의 조경시설로 대체되는 등 사실상 개발 계획이라는 비판이 높다.
 

D-91일

4월 1일 기준으로 도시공원 일몰제가 9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곳곳에서 도시공원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활동도 계속 진행중이다. 
 
서울환경연합을 비롯한 서울지역 시민단체는 한남근린공원의 트러스트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남근린공원은 1940년 3월 12일 조선총독부 고시 제208호를 통해 최초의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지정되었지만 지난 1951년부터 주한미군기지로 점용돼 공원 조성이 사실상 어려웠다. 결국 오는 7월 일몰대상에 포함됐다. 서울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서울시와 용산구에 한남공원을 책임 있게 조성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남산과 한강을 잇는 생태축 위에 있어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인데다가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평지형 공원부지다. 무엇보다 도시공원에서 해제될 경우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주)부영주택이 한남공원 부지의 99.1퍼센트는 소유하고 있고 토지의 지목 또한 제1종주거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용산구는 부지 매입 보상비 마련 문제로 서로 떠넘기며 시간만 끌어왔다. 최근에 서울시가 한남공원을 청년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민사회의 반발이 더 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12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용산시민연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남공원지키기시민모임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남근린공원의 트러스트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힘을 모아 한남공원의 보상 재원을 마련하고 시민 주도로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천안 일봉산을 지키는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일봉산 참나무숲 고공농성에 이어 지난 3월 26일 4.15 총선 천안시장 보궐선거시장 후보자에게 일봉산 도시공원보전 정책공약 수립을 엄중히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은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한편 급격한 기후변화 시대 도시민들의 안녕을 위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제에서 국공유지 제외 및 대지 외의 부지는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7월 1일, 도시공원의 일몰까지 세 달여가 남았다. 도시숲을 포기할 순 없다. 4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나무 심기’에 나서는 지금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숲을 지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지자체를, 행정부를, 국회를 ‘숲을 지키는 길’로 가도록 요구해야 한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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