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로수 모가지를 치는 거야?

부천시 원종동~김포공항으로 이어지는 들녁에 일제강점기 때 심긴 능수버들 가로수가 ‘닭발’처럼 과도한 가지치기를 당해 흉물이 돼있다
 
‘무자비한 가지치기’, ‘닭발 가로수’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들어 과도한 가지치기(강전정)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모가지를 치는 강전정, 나무를 전봇대로 만들어 버리는 잘못된 관행은 토건개발이 만연된 예전부터 너무나 익숙하게 여겨져 왔습니다. 이제야 그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대받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나무 자르기의 일상화는 특히 아이들의 생명 감수성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가로수를 닭발로 만들 때 벌어지는 일들

 
가로수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치를 주어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주어 시원하게 해줍니다. 자동차가 많은 도로의 소음을 줄이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단절된 도시녹지를 연결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등 도시에 꼭 필요한 그린 인프라입니다. 그래서 가로수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와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 않고 잘 관리한다면 도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훨씬 더 많습니다.
 
대기오염과 폭염도 막고 탄소도 흡수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건강해야 하고 나뭇가지와 잎이 많이 달려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가로수를 살펴보면 매년 가혹할 정도로 과도하게 가지가 잘리고 있습니다. 상가 간판을 가린다며, 전선을 보호하겠다며, 너무 크게 자라 쓰러질 우려가 있다며, 도로 확장을 위해서, 열매가 떨어지고 냄새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나무와 가지가 잘려 나가고 있습니다. 나무가 아마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라며. 사람들을 엄청나게 원망하고 저주했을 것 같습니다. 
 
가로수뿐만 아니라 상가·학교·공원 등지의 나무도 무분별하게 잘리고 베어지고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가로수 관련 조례가 있고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있는데 별 소용이 없습니다. 공무원들은 나뭇가지를 강하게 잘라달라고 하는 민원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입니다. ‘나무가 온전하면 좋겠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느끼는 다수의 시민은 침묵하는 반면에, 나무를 잘라달라는 소수는 강력하게 요구하며 공무원을 압박한 결과입니다. 나무와 숲은 좋지만 내 집과 내 가게 앞에 나무가 크게 자라면 불편하다는 위선과 탐욕입니다. 싹 다 밀어 없애고 새로 개발하는 토건개발 방식에서 만연된 자연과 생명체를 존중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 멘탈리티의 자화상입니다. 
 
2020년 6월 충남도청이 부속건물을 짓기 위해 수령 100년 안팎의 향나무 172그루를 벌목했다
 
우리는 닭발 나무, 몽둥이 나무를 일상적으로 보고 있어, 나무가 저리되어도 잘 사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습니다. 나무 생리에 대한 오해이자 무지입니다. 이는 나무를 관리하는 공무원과 기술자들의 자기 합리화에 따라 잘못 알려지게 된 책임이 있습니다. 강전정을 해도 끄떡없는 나무는 없습니다. 나뭇가지의 25% 이상을 자르면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어렵고 나무의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밝혀졌습니다. 나뭇잎이 많고 나무가 건강해야 나무의 아낌없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국가표준협회와 국제수목관리학회는 가지의 25% 이내로 가지치기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풍성하게 자란 큰 나무를 함부로 잘라서는 안 됩니다.
 
산림청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에는 가지를 얼마나 잘라야 하고, 얼마나 자르면 안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그리고 처벌규정 등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 녹지보전 조례에는 가로수를 비롯하여 도로변 사유지 수목의 강한 가지치기(나뭇가지의 1/3 이상)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마포구에 가보면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왜 그러냐고 마포구청에 물어보니 상위 법률에 명시한 규정이 없어 강제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엄격한 법률과 광범위한 시민의식이 형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조례로만 해결하기에 힘든 현실입니다. 그리고 관행적으로 마구 자르지 않으면 업체의 이윤이 남지 않는 잘못된 품셈과 산업구조도 문제가 많습니다. 
 

가로수 총량지표 관리로 전환해야

 
여러 선진국에서는 과도한 가지치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심은 나무를 건강하게 잘 자라게 관리해서 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높이기 위해 나무의 수관층 면적 및 부피의 총량(Urban Tree Canopy)지표를 사용합니다. 영국 런던의 도시숲 정책은 이 지표를 현재 21.9%에서 30%로 높이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잎을 달고 있는 나무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국 뉴욕에는 도심 가로수 온라인 지도가 있습니다. 도시숲을 탐색하고 정보 검색이 가능하고 가로수 한그루 마다 생물학적 정보와 관리현황 및 생태적 혜택을 알려줍니다. ‘내 나무’를 등록해 여러 활동을 기록하고 관련 내용을 주위 사람들과 공유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안내지도 개념이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나무를 키우며 교류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로수는 우리가 집 문밖을 나서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동네 가로수를 아끼고 보살피는 시민의 마음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나무의 존엄성을 보장해주고 고유의 성장방식과 특색을 배려해줘야 합니다. 나무가 도시라는 복잡한 공간에서 친구 동료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려면 시민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을공동체까지 살아난다면 좋겠습니다. 현재 가지치기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과 매뉴얼이 없다 보니,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올바른 가지치기 설명서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시민단체와 힘을 모아 국회를 통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 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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