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의 미래는?

하루 40명으로 출입을 제한한 장항습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 큰 강 가운데 유일하게 하굿둑이 없는 강이 한강이다. 한강 하구는 그래서 민물과 바닷물이 교류하는 기수역 생태계가 살아있는 습지가 발달했다. 바로 장항습지다.
 
장항습지는 버드나무가 무성한 자연습지와 논과 초지, 갯벌 등 여러 생태공간이 다양한 동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장항습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아무르강 유역에서 동아시아와 호주 등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면서 쉬어가는 곳이다. 남북분단으로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인간에 의한 간섭이 최소화돼 있어 그만큼 생태계가 안정화돼 있다. 
 
장항습지의 37퍼센트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버드나무군락지는 장항습지의 지표종이다. 장항습지의 상징인 선버들은 말똥게와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버드나무군락 곁의 드넓은 초지에는 갈대와 모새달, 물억새 군락이 펼쳐진다. 삵과 너구리, 고라니, 멧밭쥐 등의 포유동물 서식처로도 안성맞춤인 들이다.
 
장항습지 생태계에는 법정보호종인 큰기러기, 재두루미, 개리,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이 머물거나 쉬어간다. 황복과 뱀장어, 가숭어, 참게의 회유지이기도 하다. 갯벌 물골에 자란 갈대숲에는 웅어가 산란한다. 장항습지에 깃든 생물들의 생명을 떠받치는 건 바닷물과 담수가 만나는 기수역의 거대한 생태학적 생산성이다. 이것을 지켜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남북분단으로 인해 만들어진 민간인 통제구역의 철조망이었다. 사람의 출입을 막는 철조망이 야생의 생명들에겐 축복이었던 것이다. 
 
장항습지의 운명에 먹구름이 낀 것은 지난 7월 31일 장항습지를 경계하던 군부대가 철수해 작전상 통제가 사라지면서부터다. 더 이상 사람의 출입을 막을 군사적 통제가 없다면 장항습지 또한 사람의 간섭과 영향으로 훼손된 수많은 자연습지의 운명을 뒤따를 수도 있다. 다행히 한강유역청이 하루 탐방객을 군부대 철수 전 통제인원인 40명으로 제한해 관리하는 등 장항습지 보호에 나서 일단의 안전책은 마련한 상태다. 
 
지난 7월 31일 장항습지를 지키던 군부대가 철수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문제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북평화가 진전되면서 개발압력이 장항습지를 겨누게 된 것이다. 장항습지와 일산 신도시의 경계선인 자유로 건너편, 아직 미개발지역으로 남아 있는 JDS(장항, 대화, 송포)지구 내에 거대 도시개발사업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행주대교에서 김포대교까지 현재의 수변 경작지를 생태놀이공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그밖에도 장항습지 주변에는 △상류 지역의 수변 공원화 △자유로 건너편 농지개발 △일산대교와 자유로의 자동차 소음 △사람들의 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2차 철책선 제거 △김포평야 난개발 등 보전보다 개발이익을 노린 사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지고,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런 개발사업 전에 장항습지와 인근 지역 개발이 불러올 생태계 영향을 평가하여 사업타당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장항습지는 사주(Sandbar)의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표고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조석의 차가 감소하여 식생 천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장항습지 내 갯벌의 육지화가 2~3년 사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습지 본연의 모습 또한 사라지고 있다. 
 
한편 신곡수중보 개방에도 대비해야 한다. 수중보 철거로 인한 장항습지의 생태적 변화에 미리 준비해야 습지생태계의 생태적 손실을 줄이고 더 건강한 자연습지를 만들어갈 수 있다. 고양시가 장항습지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활발히 연구하고 있지만, 신곡수중보의 개방으로 인한 장항습지의 변화에 대한 주목과 연구가 적은 것은 안타깝다.‘수중보 개방으로 장항습지가 보존가치를 잃으면 개발사업 추진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장항습지 보존을 위해 더욱 섬세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협력, 완충, 핵심의 3단계 구역을 지정해 어떤 종류의 개발압력이라도 습지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공간계획을 해야 한다. 장항습지 내 여러 루트의 탐방로를 전면 개방하면 즉각적인 생태계 훼손이 발생한다. 현재와 같이 개방지역을 지정해 부분 개방하고 나머지 습지는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장항습지를 공원으로 개발하려는 시도들을 백지화시키려면 별도의 습지공원을 조성해 활용하는 것도 대체 수단이 될 것이다. 
 
한강과 일산신도시 개발로 인해 자연이 만든 장항습지를 남북분단으로 인한 민간인 통제와 각종 개발사업 금지조치가 지켜왔다. 이제 분단체제가 평화체제로 이행되면서 그것이 개발압력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연의 선물을 이렇게 잃어서는 안 된다. 장항습지를 지켜 하굿둑이 없는 강 하구 기수역 습지의 전형을 미래세대에게 생태적 유산으로 남겨주어야 한다. 
 
글 / 이영강 고양환경운동연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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