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돌이와 춘삼이에게 꼭 낙인을 찍어야 했나?

1308_jdol2.jpg


2013년 7월 18일 오후 언론은 일제히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의 귀향소식을 전했다. 이날은 한국 환경운동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날 자연방사된 제돌이와 춘삼이가 3주 전 방사 전에 이미 자력으로 가두리 그물을 빠져나간 삼팔이에 이어 고향 제주바다로 돌아간 것이다. 이들의 자연방사를 준비한 이들에게는 그날이 중요하겠지만, 사실 6월 26일 삼팔이가 스스로 자연에 복귀한 그날이 아시아 최초의 공연 돌고래 자연복귀일이다. 물론 7월 18일도 여러 환경단체들과, 행정부, 사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의 지지와 후원을 받아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기구를 통해 야생해양동물을 인간에게서 자연으로 돌려보낸 국민적 환경운동의 한 사례로서 기념할만한 날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사회가 야생동물의 생명권과 자유, 복지에 대해 생각하고 의식을 심화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쁨 뒤에는 그러나 여전히 인간 중심의 동물보호라는 한계가 숙제로 남아 있다.


낙인은 필요한가

제돌이와 춘삼이는 자연방사 전 등지느러미에 1번, 2번이라는 일련번호 동결낙인을 찍어야 했다. 언론들은 ‘야생으로 돌아가 돌고래 무리에 합류한 뒤에도 연구자와 일반인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드라이아이스와 알코올을 이용해 고통 없이 일련번호를 새겼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란 설명과 함께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1번 숫자가 선명히 찍힌 사진을 실었다. 고통이 없다고 야생동물에게 낙인을 찍어도 되나? 정말 그런 방법이 아니면 그들을 알아볼 수 없을까?

『해양포유동물 백과사전』(2008)은 고래류의 인식방법을 ‘자연표식, 일시적 표식, 흉터 및 낙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동결낙인’은 ‘흉터 및 낙인’에 의한 방법이다. 몸통이나 등지느러미에 5~8센티미터 크기의 금속을 이용해 번호를 10~20초 찍는 것이다. 이 방법은 큰돌고래 등 작은 크기의 고래류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낙인된 하얀 표식은 낙인 후 2~3일 내에 분명하게 보인다. 동결낙인 표식은 영구적이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간다. 따라서 야외에서는 잘 인식되지 않지만 화질 좋은 사진촬영으로 번호를 인식하는 것은 수년간 가능하다. 낙인번호가 사라지는 현상은 해당동물의 나이와 관계가 있다. 어린 개체의 낙인은 빨리 그리고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려지고, 11세 또는 그 이상의 성년 개체의 경우는 더 선명하게 남는다고 한다. 

환경연합 바다위원회는 1990대 중반부터 고래보호운동을 해왔다. 동결낙인과 관련해 20여 년간 교류하고 있는 해외 고래보호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오랫동안 사용해온 방법’이라며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전문가의 철학의 문제’라며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야생동물의 보호’에 나설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제돌이의 방사적응훈련은 공연돌고래로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와 훈련에 길들어진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멀어지기, 즉 야생성 회복이다. 시민위원회는 그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 서울동물원에서도, 제주 가두리 그물에서도 아무나 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활어를 먹이로 줄 때도 사람이 보이지 않게 멀리서 던져줬다. 그런 노력을 비웃는 것이 제돌이 몸에 남겨진 등번호 낙인이다. 그 번호를 가진 한 제돌이와 춘삼이는 영원히 인간의 흔적을 가진, 쇼장에서 인간을 위해 노역을 살던 존재일 수밖에 없다. ‘공연돌고래였던 제돌이를 자연 속에서 계속 관람하겠다.’는 잠재적 의도가 아니라면 왜 동결낙인이 필요할까? 

이 동결낙인 말고도 시민위원회는 이미 제돌이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달았다. 춘삼이는 비용 모금중이다. 사실, 이 장치를 달기 위해 등지느러미를 뚫는 과정은 지켜보기 힘들었다. 모니터링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다. 다른 생태적이고 안전한 방법이 없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돌고래들의 등지느러미 모양은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별로 독특하다. 이를 이용해 개체식별이 가능하다. 가장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식별방법이 개발돼 있는 것이다. 생태적 식별법, 위성추적장치까지 있는데 낙인까지 필요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12번의 합의를 무색케 한 단 한 번의 다수결, 낙인

낙인 제안에 갸우뚱하던 시민위원회 소속 동물단체들마저 전문가들이 ‘아프지 않고 안전하다.’고 주장하자 찬성으로 돌아섰다. 제주 성산에서 김녕으로 육상이송이 예정된 전날, 시민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위원들에게 이메일이 왔다. ‘시간이 없고 다수가 찬성하므로 낙인을 찍겠다.’는 통보였다. 정식으로 시민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도 무시됐다. 2012년 4월 1차 시민위원회가 열린 이후 16개월 동안 12회나 회의가 열렸지만 한 번도 안건 제기가 무시되거나 다수결 처리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동결낙인 다수결 처리’는 성공적인 돌고래 자연방사의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환경연합 바다위원회는 시민위원회에 대표로 참여하고 있던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의 위원회 사퇴를 승인했다. 7월 10일 시민위원회를 마지막으로 사퇴한 위원은 “제돌이에게 낙인을 찍고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시민위원회에 더 이상 참여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그는 “환경단체가 주도하고 시민단체 출신 시장의 결단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민위원회이기에 사퇴라는 방식이 적절한지 고민했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지적해야 낙인찍기가 다시 반복되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제돌이 방사 후 시민위원회 최재천 위원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결낙인 우려 주장에 대해 ‘극단적인 자연주의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자칫 자연에 관한 연구도 하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려 상당히 어려웠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동결낙인이 아니라 동결표지라고 하면 좋겠다. 이 방법은 지금 현재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이다.’고 답했다. 위성추적장치는 물론, 등지느러미 형태분석법이 있는데 어째서 낙인만이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일까? 동결낙인을 찬성한 다른 전문가는 말한다. “많이 알아야 잘 보존할 수 있다. 연구가 훨씬 용이하게 진행되면 남방큰돌고래의 생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또한 1번, 2번이 선명한 제돌이와 춘삼이를 바다에서 본 사람들은 ‘돌고래 보호’의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과연 그럴까? 서울대공원과 제주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에서 조련사를 등에 태우고 헤엄쳐야 했던 제돌이, 조련사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 튀어오르는 춘삼이의 모습이 선명한 1과 2번 낙인을 찍은 채 제주바다를 달리는 그들의 모습에 섞인다. 생태적 대안이 있는데 이중으로 인공적 표식을 가지고 바다로 가야 했던 제돌이와 춘삼이는 인간들의 그처럼 과도한 과학적 탐구정신을 과연 보호의 의도로 받아들였을까? 

건강하게 잘 돌아가서 고맙다. 얘들아, 하지만 공연돌고래의 흔적을 남겨서 정말 미안해! 


글•사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자연방사 일지


제돌이 불법포획(어민)돼 퍼시픽랜드가 매입 후 서울대공원 바다사자와 맞교환 

제돌이 서울대공원 공연돌고래로 4년간 동원


•7월14일 해양경찰청, 돌고래 불법포획 관련자 입건 

•7월26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서울 광화문 기자회견 및 서울대공원 항의방문, 서울시관계자 면담, 해경에 공문전달.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동물원 방사거부 회신 

•3월12일 박원순 서울시장 제돌이 방사결정, 돌고래쇼 중단

•4월17일 ‘서울시 제돌이방사 시민위원회’ 1차 회의 개최

•3월28일 대법원, 퍼시픽랜드 남방큰돌고래 4마리 물수형 확정판결

•4월9일 제주지방검찰청, 퍼시픽랜드 남방큰돌고래 4마리 몰수형집행, 

•5월11일 제돌이 제주이송 실시, 제주 성산항 가두리에서 춘삼, 삼팔과 합류  

•6월23일 삼팔이 제주성산가두리 탈출

•6월26일 제돌이, 춘삼이 김녕가두리로 이동, 동결낙인 실시 

•7월18일 제돌이, 춘삼이 자연방사. 이후 6개월~1년간 추적모니터링 

•현재, ‘복순’과 ‘태산’ 서울대공원에 계속 억류중. 자연방사 여부 논의 계속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