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개발역사의 두 얼굴

- 대전환을 위한 신특별법 제정 필요

 
곶자왈에 들어선 채석장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도에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있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은 JDC를 ‘제주(J) 다판다(D) 센터(C)’라고 부른다. JDC가 주로 해온 사업이 부동산개발사업이기 때문이다. 영어교육도시, 신화역사공원,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첨단과학기술단지, 헬스케어타운 등 소위 7대선도 프로젝트라고 하는 사업들의 주 내용이 제주도 지하수의 원천지인 곶자왈이나 중산간 지역의 땅을 헐값에 사들여 기반시설들을 해놓고 중국자본이나 국내기업들에게 되파는 것이었다.
 
현재 제주도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십 개의 대규모 환경파괴 사업들의 원천모델은 공기업의 얼굴을 하고 제주도의 곶자왈 파괴와 중산간 경관파괴에 앞장 선 제주 최고의 부동산개발전문브로커 JDC이다. 
 

‘제주(J) 다판다(D) 센터(C)’ JDC

 
국토부 산하의 공기업이 나서서 제주의 곶자왈과 중산간을 자본에 팔아넘기는 이 이상한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는 이유는 제주도특별법을 근거로 제주도의 행정조직 전체가 이러한 개발사업들의 인·허가와 사전·사후관리를 담당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관통하고 있는 법적 근간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있다.
 
앞의 JDC는 이 특별법에 의해 탄생했고 특별법에 의거해 토지를 매입할 원천자금을 제주공항면세점의 독점운영을 통해 확보한다.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JDC공항면세점의 수익이 올라갈수록 제주도의 곶자왈과 중산간은 더 파괴되어 가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JDC는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입장을 대변하고 있고 국토부 특유의 토건중심논리가 가세해 제주도를 대규모 난개발로 난도질했고 지금도 이러한 행위는 지속되고 있다.
 

제주 산림 감소율 전국 1위

 
지난 2006년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초의회가 폐지되고 행정시로 개편되면서 모든 지방권력의 권한은 오로지 도지사에게 집중되도록 특별법은 설계되었다. 명실상부한 지방분권과 특별한 자치를 하도록 설계하는데 실패한 특별자치도의 출범은 제주도를 비극의 정점에 서도록 강제했다. 제주도정은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호지역 등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이라는 것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제주도 최대의 난개발이자 대규모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오라관광단지사업은 제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제주도정은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불과 10여 미터도 안 떨어진 해발 580미터의 중산간에 24시간 운영되는 오락시설과 쇼핑몰, 3700실이 넘는 초대형숙박시설과 카지노 도박장 등 중국자본이 투자하는 복합리조트를 허가하려 하고 있다. 또 다른 세계자연유산인 일출봉 바로 맞은편에 펼쳐져 있는 동부 오름군락 한가운데에 공군기지를 병행하는 제2공항을 추진하고 있고 서귀포 생물권보전지역 코앞에 해군기지를 용인하고 있다. 
 
제주개발의 특징은 대규모 외지자본에 의한 외생개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잠식하는 대규모 개발로 일관되고 있다. 특히 이런 개발로 인해 2006년 기준, 약 600만 평의 숲이 사라져 산림면적 감소율 면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고, 운영중인 골프장도 28개소로 면적상으로는 1000만 평을 넘기고 있다. 여기에 각종 개별허가에 의한 펜션 등 숙박시설의 난립, 무분별한 하천개발, 관광시설과 건축물의 고층화로 인한 경관훼손 등 제주의 자연은 바다와 하천, 중산간 할 것 없이 상당부분 훼손된 상태다. 보전면적도 절대보전이 이뤄지는 관리보전제도상의 지하수생태계경관보전지구 1등급 면적이 2~6퍼센트에 불과하고, 일부 개발이 가능한 3등급까지 포함해도 15~45퍼센트에 불과하다(제주의 소리. 2011. 04. 14.).
 

제주도개발특별법의 민낯

 
1991년 최초의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26년간 제주도는 특별법의 보호 속에서 빠른 속도로 자본 위주의 개발이 진행되며 ‘중앙정부에 의한 신자유주의 정책실험의 섬’으로 변모해 갔다. 제주특별법은 법정계획인 제1, 2차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을 통해 JDC가 대규모 투자유치 개발사업을 선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도정의 행정시스템 속에서 집약적으로 발현된다.
 
1994년 마련된 제1차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의 기조는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와 지역적 특성을 존중하는 바탕 아래 제주도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자원을 합리적, 효율적으로 개발·이용·보전하여 지역현안을 해결하는 한편 장래의 여건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과 지침을 설정함으로써 2000년대 도민생활의 안정성, 쾌적성, 균형성을 제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자행된 대표적인 개발사업은 28개소에 이르는 골프장 허가와 더불어 ‘송악산 관광지구 조성사업’과 세화·송당 온천사업, 묘산봉관광지구 사업, 한라산리조트, 이호유원지 공유수면 매립, 블랙스톤리조트, 한라산케이블카 논쟁 등이 있으며 중산간 보전지역의 등급면적과 지하수보전지구 1, 2 등급 지역을 대폭 축소하고 행위제한을 완화한 제주도개발특별법 시행조례개정안, 도시계획조례상의 건축제한 완화방침 등이 있었다.
 
당시 도는 골프장을 법적 허용기준인 전체 임야면적의 5퍼센트까지 허용하고 최대 38개소까지 허가해 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또한 이 기간에는 오늘날 환경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해안도로 건설 등 국도 및 지방도로건설이 집중되는 시기였다. 자연과 인간, 개발이 상호 조화된 지역사회,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명백한 헛구호에 불과한 것이었다(제주환경운동연합 2016 환경백서).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의 비전은 ‘호통무계 호락무한 제주’(互通無界 好樂無限 濟州)이다. 호통무한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발전과 제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루면서 도민의 삶의 질과 소득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의미’이며 호락무한은 ‘무한한 만족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지역으로 키워나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민의 주거복지, 교육복지, 생활안정 등 삶의 질을 위해서는 기업의 개발사업을 무한히 허가해 기업의 만족도를 최고로 올려야만 가능하다는 역설로 들린다. 이 시기에 집중된 JDC의 중산간 곶자왈의 집중매입과 매각은 결국 일부 대기업과 중국자본의 발전과 소득향상에 기여했고 중국관광객들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으로 변질됐다(제주환경운동연합 2016 환경백서).
 
특히 제2차종합개발계획이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해 진행된 용역의 결과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지역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었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법정계획인 제주도종합계획이 주로 국책연구소와 대기업과 관련된 민간용역에 의해 만들어지고 채택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1차 종합개발계획은 국토연구원, 제2차종합개발계획은 삼성경제연구원, 원희룡도정의 미래비전용역은 국토연구원과 민간연구소 합작이며, 제2공항 용역은 한진그룹과 관계있는 한국항공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자본의 충실한 욕망을 담아 각종 규제완화와 국비, 지방비 세금감면 혜택 등의 특례사항을 중심으로 한 종합개발계획의 수립절차에 도민의 참가는 없다. 이 계획에 근거해 모든 재정과 인력이 투입되고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도민의 삶의 그림이 달라지고 있는데 계획수립의 준비과정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도민들의 참여는 없다는 것이다. 
 

이미 환경수용능력 초과

 
제주2공항 때문에 해체 위기 겪는 온평리 ⓒ제주환경운동연합
 
선보전, 후개발이라는 제주도정의 영혼 없는 반복적 구호는 화려한 레토릭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원희룡도정은 과거 도정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여전히 대규모 개발사업들을 인가해 주고 있고 특히 대규모 환경훼손이 불가피하고 지역주민들의 안정적 생활과 일상을 파괴하는 탑동신항만 매립과 제2공항 건설 추진 등 대규모 국비가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 시설확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제주도정은 국토부의 충실한 하위파트너로서 투자유치 사업들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최적화하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해 왔으며 도지사에게 모든 인허가 절차의 권력을 집중해 지역을 통치해왔다. 그러나 그 사이에 정화되지 않은 오수를 무려 2년 동안 바다로 무단방류했던 사실이 드러났으며 쓰레기 매립장은 이미 허가 매립량을 초과해 쓰레기를 압축해 적재해 놓는 상태다. 교통체증과 주택난은 서울수준을 능가하는 지경에까지 도달했다. 비정규직 비율과 농가부채, 가계부채 증가율 등은 전국 1위이며 실질적인 주민소득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역으로 전락해 버렸다.
 
제주는 이미 환경수용능력을 초과한 상태라는 것이 수많은 징후들로 입증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희룡도정과 국토부, 지역정책 싱크탱크인 ‘제주연구원’은 인구 100만을 목표로 이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양적 유입확대 정책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결국 제주의 미래는 제주도민의 직접적인 정치적 개입을 통해 제주의 발전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첫 단추는 온갖 악법조항으로 가득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폐지하고 제주도민을 위한 ‘새로운 특별법’ 제정에 나서는 것이다.  
 

평화와 생태, 도민복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해야

 
따라서 제주지역의 정치주체들은 중앙정부와 자본중심의 제주특별법을 폐지하고 ‘평화와 생태, 도민복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제주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논의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로드맵을 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각 정당과 시민단체, 전문가그룹, 일반시민들이 참여하고 논의할 수 있는 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새로이 제정된 신특별법 아래 평화와 생태, 도민복지 향상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법정계획을 채택해야 한다.
 
자본 중심의 하드웨어적인 난개발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환경을 보전하고 복원하는 새로운 관광패러다임의 혁신을 불러와야 한다. 결국 이 로드맵의 시작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존의 기득권 정치세력을 교체하여 난개발의 막장시대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여는 제주도민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 
 
글 /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jeju@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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