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선택은 개발이 아닌 지속가능한 제주였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묻는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 건설 반대로 결론 난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를 뒤집고 사업 강행 추진 의견을 제출해 무리를 빚고 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3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 의견을 무시한 원희룡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5년 동안 제주사회를 극한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제주제2공항 문제에 드디어 돌파구가 열렸다. 지난 2월 18일 제2공항에 대한 도민찬반 여론조사 결과 많은 도민들이 반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역 내 찬성과 반대를 아우르는 모든 단체들이 치열한 홍보활동을 전개하며 찬성과 반대를 호소한 결과가 결국 제2공항 반대로 모아진 것이다. 
 
이번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제주지역 국회의원 3인, 국토교통부장관 등이 배석한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당시 당정협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보면 “국토교통부는 향후 제주제2공항 추진에 있어 제주특별자치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한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라고 되어 있다. 즉 이번 도민여론조사 결과가 제2공항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절차였던 셈이다.
 

5년간의 논의 끝 도민들의 결정

 
제주도민의 공론을 모아 제2공항 계획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기까지 지난 5년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제주도의 일방적인 예정지 발표에 이은 건설계획 강행으로 도민사회는 극심한 갈등에 빠져들었다. 피해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대책위를 통해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예비타당성 보고서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자료들을 검토하고 문제를 찾아내는 과정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를 도민사회에 알리고 문제가 많은 사업을 이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결국 제2공항 자체의 문제는 피해지역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다는 문제가 도민사회에 통용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제주도민 전체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도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도민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결국 오늘의 결과에 이른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지역주민과 시민,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번 도민 여론조사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5년 동안 오랜 논의와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숙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론조사가 사실상 주민투표에 버금가는 매우 숙의된 공론조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도민여론조사는 국책사업에서 늘 배제되어 왔던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획득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장면이었던 것이다.
 

쓰레기가 바꾼 여론 

 
급격한 인구와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늘어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압축된 쓰레기들  
 
제2공항 반대라는 기념비적인 결과물이 나오는데 제2공항 자체의 기술적인 오류와 과잉시설이라는 점, 군사공항으로 활용 가능성도 주요했지만 과잉관광으로 인한 환경문제 특히 환경수용력에 대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섬이라는 지형적 한계에 따른 환경수용력은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환경과 그 수용력이 도민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결국 제2공항에 의한 생활환경 악화의 우려가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 마음을 반대로 돌려놓은 것이다.
 
실제 도민사회가 제2공항을 바라보는 시각은 2019년 제주도의 생활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밀수출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되며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지던 당시부터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2018년만 하더라도 찬성이 50%초반 대를 유지했고 반대는 40%초반 대를 유지했다. 찬성이 반대를 10%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유지해 왔는데 필리핀에 제주의 압축쓰레기가 밀수출되었단 사실이 폭로된 시기를 기점으로 찬성과 반대는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2019년 후반으로 가면서 반대가 찬성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결국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문제가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마음을 뒤바꾼 셈이다.
 
2019년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코로나19 감염병이 창궐한 지난해에도 생활쓰레기 문제가 계속되면서 제2공항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했다. 일일 500톤의 생활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소각장에 반입되는 쓰레기양은 지난해 기준 하루 약 481톤이다. 소각장 용량의 96.2%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노후소각장인 서귀포시 남부광역환경관리센터 소각장과 제주시 북구광역환경관리센터 소각장에서도 하루에 약 137톤이 소각되고 있다. 이들 노후소각장은 대부분 쌓아둔 압축쓰레기를 소각하고 있다.
 
특히 이 압축쓰레기는 제주도에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압축쓰레기는 급격한 인구와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기존 소각장에서 생활쓰레기의 처리가 어려워지게 되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었다. 즉 새로운 소각장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쌓아두자는 발상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생산된 압축쓰레기가 14만5461개라는 점이었고 이를 다 쌓아두기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육지부의 중간처리업체를 통해 SRF발전소나 시멘트 소성로, 민간소각장을 통해 처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육지부도 쓰레기 처리가 쉽지 않아 ‘쓰레기 산’이 만들어지는 등 부하가 심해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결국 제주의 문제가 육지부로 그리고 해외까지 전이되는 불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일으켜온 압축쓰레기는 아직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4만7천 톤이 남아있다. 이들을 다 태우기 위해 걸릴 시간은 어림잡아 빨라야 3년 이상으로 예측되고 있다. 원래는 노후시설로 폐쇄 예정이던 서귀포시와 제주시의 소각장 2곳이 3년간 연장 운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후소각시설의 특성상 잦은 고장과 그에 따른 비계획적 오염물질 유출 등의 우려를 생각해 본다면 제주도의 압축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도민 배신한 원희룡 지사 국토부가 해결해야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매립장, 재활용시설, 하수처리장, 상수도공급, 교통체증 등 생활환경 악화 문제는 너무나도 많다. 과잉관광과 난개발이 만든 생활환경 악화에 따른 피로감이 제2공항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이제 남은 것은 당정협의에 따른 국토부의 결정뿐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원희룡 지사를 부추겨 사업 강행추진의견을 제출하도록 압박했고 결국 원희룡 지사는 도민을 배신하고 국토부의 부추김에 넘어갔다. 제2공항을 강행 추진해 달라는 몰상식한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하고야 만 것이다. 이쯤 되면 국토부가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인지 원희룡 지사의 국토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국토를 유린해 온 파괴본능을 국토부는 이번에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더 놀라운 것은 최근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한 땅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국토부의 각종 개발계획들이 사전에 유출되고 이를 활용한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국토부에 국민적 공분이 쏟아지는 상황에다 여기에 제2공항 역시 사전정보 유출과 그에 따른 투기의혹이 터져 나온 상황에서 도대체 왜 이런 분탕질을 하는 것인지, 그 저의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원희룡 지사가 도민을 배신하는 결정을 국토부에 제출한 만큼 공은 다시금 국토부로 넘어갔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원희룡 지사의 개인적인 정치욕심과 사리사욕에 찌든 의견을 무시하고 즉각 제2공항 백지화 선언해야 한다. 이는 당정협의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민의 공론대로 제2공항의 향방을 결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책임을 지지 않는 행정은 국가를 위태롭게 만들고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는 국가를 망하게 만든다. 부디 국토부가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도민과 국민 앞에 내놓길 기대한다.  
 
글・사진 /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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