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도 그린벨트다

그린벨트인 서울 태릉골프장 Ⓒ서울환경운동연합
 
지난 7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미래 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 등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주택공급지로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태릉골프장 또한 그린벨트로서 그 일대가 지역 주민들에겐 잘 알려진 훌륭한 녹지라는 점이다. 게다가 출퇴근할 때 남양주, 구리 지역의 주민들이 반드시 통과하는 지독한 병목구간이라 그 지역 민심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미래세대 위해 그린벨트 보존하겠다더니

 
그로부터 보름 만인 8월 4일 정부는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 세대 공급’을 포함한 서울 지역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설마 했지만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입길에 오르내리던 태릉골프장 인근 노원구 주민들 뿐 아니라, 느닷없이 주택공급지가 돼버린 마포구와 과천시 주민들도 일어났다.
 
정부는 이 같은 반발을 예상했다는 듯 느긋한 모양새지만, 여론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된 것이다. 이번 공급확대방안 발표 때 주택공급지가 된 지역의 국회의원, 지자체장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저밀도 주택개발과 50% 공원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겠다며 절충안을 들고 나왔다. 
 
그럼에도 태릉골프장 개발에 ‘절대 반대’를 외치는 노원 지역 주민들은 카카오 오픈채팅방에 700여 명을 모아, ‘초록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이하 시민들)을 결성했다. 500여 명의 시민들은 8월 9일 오후 2시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 광장에 모여 ‘태릉 그린벨트 사수’ 집회를 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아이들한테 우의를 입혀 나온 엄마도 있었다.
 
태릉 그린벨트 해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모임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내 자식도 미래세대다.’ 현수막에 걸린 선명한 문구가 이들의 마음을 드러내는 듯했다. 보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하겠다”는 말을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강남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한다면서, 강북의 그린벨트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풀어도 되는 것인가? 지역의 민심은 차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태릉골프장은 잘 보존된 태릉·강릉 일대의 소나무 숲에 1966년 조성됐다. 태릉골프장은 그린벨트로 1970년대에 지정됐으나, 군사시설보호구역인 육군사관학교 바로 옆이라 장교들과 특권층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조선 왕릉인 태릉과 강릉은 500년 동안 잘 보존된 덕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태릉선수촌은 충북 진천에 새로운 터를 잡아 순차적으로 이전하고 있고. 화랑로를 따라 난 경춘선 철길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노원구에 몇 안 되는 공원으로 자리 잡아 가던 참이었다.
 
반면, 최근 구리시 갈매지구, 남양주 별내지구 등 신규 택지가 들어섰고, 남양주 왕숙지구도 지난 2018년에 3기 신도시로 지정되어 개발될 예정이다. 이 일대의 주택공급이 완료될 즈음이면 초과밀화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녹지로 잘 보존된 태릉·강릉과 태릉골프장 일대를 보존하기는커녕 1만 세대 주택공급과 4000억 규모의 추가적인 교통대책으로 달래려 하고 있으니,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고 있다. 
 

58.5%, 태릉골프장 녹지 보전해야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 8월 13~14일 서울, 남양주, 구리 시민 9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주택 공급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태릉골프장 녹지를 보존하자는 의견이 58.5%로 집계됐다. 이는 시민 공원화(45.4%) 의견과 그대로 보존하는 게 낫다(13.1%) 의견을 합한 수치다. 이에 반해 태릉골프장을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택지로 개발하는 데 찬성한다는 답은 26.8%였다. 찬성 답변율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노원구 17.9%, 노원구를 제외한 서울시 27.4%, 남양주시 27.8%, 구리시 20.1% 등으로 나타났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제안한 절충안인 저밀도 주택공급과 공원을 함께 개발하는 방안에는 14.8%가 찬성했다.
 
개발 반대 이유로는 자연환경 보전(56.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교통체증(23.6%), 경관 훼손(11.5%)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노원구민 39.8%, 남양주시민 34.4%가 교통체증을 반대 이유로 들어 교통체증에 민감해했다.
 
또한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개발하지 않는다면,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시민 공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4.3%로 가장 많았다. 벤처기업이나 상업, 업무시설 등 자족시설을 설치해야한다는 의견은 13.9%, 골프장으로 그대로 두는 게 낫다는 의견은 13.1%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지역의 정치인들은 추가적인 개발 계획을 내놓으며 민심을 현혹하려 들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콕 찍은 것을 어찌 반대한다는 말이냐고 항변한다.
 

민심 받아들여야 

 
지금이라도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동부간선도로 확장공사는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첫 삽을 뜬다던 동북선 경전철 또한 소식이 감감하여 “꽃삽으로 뜨냐”는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만큼 노원 지역의 주민들은 교통대책으로 어르고 달래는 데 불신이 가득하다.
내년 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문제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다가 ‘재개발 재건축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후보가 당선된다면, 서울은 그나마 남은 그린벨트 숲도 잃어버리고 푸른 하늘도 잃어버린 천박한 도시가 될 것이다.
 
 
글 /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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