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의 광기 ‘가덕도 신공항’ 탄소중립 벌써 잊었나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가덕도 대항에는 조용한 적막이 흐른다 Ⓒ이성근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가결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다지도 시급하기에 가덕도 공항건설 계획이 다른 법률보다 우선하도록 함은 물론, 필요한(혹은 막대한) 재원 조달을 약속하는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공항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주겠다는 이 특별법의 조문은 또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부산시장 보궐선거 ‘갑툭튀’, 가덕도 신공항

 
부산-경남의 해묵은 문제였던 신공항 건설 이슈는 정치권이 4월 보궐선거 분위기에 젖어들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슬슬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작년 11월 4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희망고문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김해 신공항 확장에 대한 정부의 판단과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조사용역’ 예산을 기다려달란 말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토교통부(국토부) 수장이던 김현미 장관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당시로선 김해 신공항 확장안에 대한 검증도 마무리가 안 된 상황인데 덜컥 다른 후보지의 조사용역 예산부터 잡자는 말이었으니 부처 수장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마침내 11월 17일에는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상 백지화 입장을 내놨다.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자는 이제는 환경부장관이 된 한정애 의원이었다. 국민의힘도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 내홍이 있었지만, 박수영 의원 대표발의로 비슷한 특별법안을 내놓았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망상과 신기루, 토건특별법의 광기

 
지난 2월 25일 국회 앞에서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가덕도 특별법은 제1조에서 ‘국토의 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표로 한다고 했지만, 가덕도는 두 번에 걸친 영남권 신공항 입지 적합성 조사에서 모두 꼴찌를 한 ‘경쟁력 낮은’ 후보지였다. 가덕도 신공항은 입지 특성상 대규모 매립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다 입지의 접근성도 낮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 입지의 약점을 보완하려면 ‘28조60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더구나 김해신공항의 백지화가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의 추진 근거가 될 수 없음에도 특별법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거부하기 힘든 대의명분을 독식한다. 나아가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과 같은 모든 항목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덕도 신공항의 약점을 숨겨주려는지, 위 항목들을 살펴보는 최소한의 행정적 절차인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까지 가능하도록 알뜰하게 조문을 구성했다.
 
패스트트랙을 탄 것도 아닌데 가덕도 특별법은 발의된 지 약 90일 만에 재석 229인, 찬성 181인(찬성률 79.0%)의 압도적 지지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전날엔 대통령이 직접 가덕도에 방문해 “가슴이 뛴다.”는 소회를 밝히고,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이견을 보이는 국토부를 질책하기도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까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을 경질하고 가덕도 신공항 추진의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가덕도 특별법은 광기의 소산이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국책개발사업이면 언제나 지역의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는 ‘토건 만능’의 근대적 망상이며,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망상을 충동질하여 표를 얻는 나쁜 습관에 길들여진 정치의 광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광기가 인도하는 신기루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 가덕도의 미래는 국가재정을 좀먹고, 돌이킬 수 없는 생명·환경의 파괴를 야기한 4대강사업, 새만금사업과 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 운이 좋으면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는 국내의 11번째 공항이 될 수도 있겠다.
 

탄소중립과 항공 온실가스

 
구상 자체가 무리수인 가덕도 신공항은 또 하나의 심각한 정책적 모순을 배태하고 있다. 바로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와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발 사업이라는 점이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오늘, 항공 부문 온실가스 역시 중요한 감축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약 7억5000만 톤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 11위 국가인 한국이 2018년 기준 약 7억2700만 톤을 배출했음을 감안하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들이 선진 산업국가보다도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는 뜻이다. 
 
보수적인 방식과 목표를 견지하는 기구이긴 하지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결의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항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한 상태다. 한국도 이 결의에 동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영국에서는 아예 런던의 히스로 공항(London Heathrow Airport) 제3활주로 건설계획이 파리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무에 어긋남을 이유로 위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여당의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그린뉴딜분과’ 위원장이 2월 25일 본회의를 앞두고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다. 「가덕신공항은 ‘탄소중립의 적’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가덕도 신공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0.02%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었다. 단순계산이었지만 근사한 수치일 것이다. 실제로 2018년 기준 한국의 항공 부문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2%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그러한 수치적 사실이, 항공 부문 배출이 늘어도 괜찮은 것처럼 해석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 없이는 탄소중립도 없다

 
가덕도 세바지 국수봉 북동지역 골짜기는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다 Ⓒ이성근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탄소중립을 선언한 사회에서 벌어진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부와 국회가 공히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았음에도 여전히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는 산업이나 부문에 대해 주밀한 감축 계획을 준비하기보다 기존의 고탄소 사회의 관성대로 일단 일을 저지르고 수소항공기나 CC(U)S같은 미래기술로 ‘언젠가’ 뚝딱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된다는 속편하고 무책임한 정치가 문제의 본질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탄소중립 사회를 위협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이번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면 1년 만에 대선과 지방선거 시즌이 연달아 돌아온다. 가덕도 신공항의 무리한 추진으로 부추긴 개발 신기루의 욕망은 1년 뒤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당장 가덕도 신공항을 계기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이밖에도 올해 추진을 위한 정부 예산이 잡혀있는 신공항 사업은 울릉도, 흑산도, 새만금, 제주 제2공항까지 네 개나 더 있다.
 
신공항 건설만 이슈겠는가. 환경연합이 지난 21대 총선 직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항구/공항 건설 공약’ 5건 외에도 ‘케이블카 건설 공약’ 19건, ‘개발제한구역 완화 공약’ 36건 등 각종 허황된 개발 공약들로 민심을 들쑤셨다. 내년엔 또 어떤 환경 파괴적 공약들이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정책 충돌을 일으킬지 아찔해진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 부문에 걸친 감축과 자연적 탄소 흡수원의 보전 및 확대라는 두 바퀴로만 도달할 수 있다. 이 두 바퀴를 움직이는 동력이 양적 성장에 매몰되어 토건 경제에 의존하려는 낡은 습관일 수 없다. ‘더 작은 반경에서 더 충실히 존재하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 노력이 우리를 기후위기·생태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전환 사회에 가덕도 신공항의 ‘입지’는 없다.  
 
 
글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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