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그린벨트 해제 부동산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밀어버린 숲 뒤로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난 7월 정부·여당·청와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뜨거워졌다. 정권마다 서울시장 임기마다 툭하면 주택공급 확대를 핑계로 그린벨트 해제가 거론된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대통령이 나서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일단락된 듯하지만 대안으로 언급된 태릉골프장 부지 역시 그린벨트 지역이며 3기 신도시가 진행중인 부천 대장지구, 고양 창릉지구 등에서도 그린벨트 해제가 강행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에게 물려 줄 유산이자 도시 삶의 환경, 생태, 안전을 지키는 장치이다. 지금 정부가 빼먹기 좋은 곶감처럼 생각하는 그린벨트나 국공유지는 지금 사람들의 성과물이 아니다. 몇 십 년 동안 개인의 재산권을 억제하고 많은 토지소유자들의 희생을 무릅쓰고 어렵게 지켜온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희생의 그린벨트를 공공개발, 공공택지 등의 공익성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해제하고 있다. 미래 세대들에게 전해야 할 중요한 황금거위를 눈앞의 이익 때문에 요리해 판매하는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짓겠다며 그린벨트 초과 해제

 
정부가 최근 발표한 8.4대책은 서울권역 등 수도권에 26.2만 호+α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대대적인 공급확대 정책이다. 이를 위해 신규택지 발굴,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및 기존사업 고밀화, 재개발 재건축 공공참여시 규제 완화 등의 주택공급방안을 제시했다. 
 
지금의 집값 폭등은 결코 공급 물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부가 △50조 도시재생뉴딜 △수도권 3기 신도시개발 △용산정비창 부지 및 잠실 마이스 민자개발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은 올랐다. 지금처럼 집값에 거품이 잔뜩 긴 상황에서, 분양가를 찔끔 낮춘 새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오히려 주변 집값을 자극할 뿐이다. 투기세력을 자극하는 지금의 공급방식을 개선하지 않은 채 대대적으로 공급을 확대한다는 것은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규모 그린벨트를 허물어 판교, 위례, 마곡, 광교 등 2기 신도시를 개발하여 수십만 채를 공급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는 1560㎢의 그린벨트를 전국적으로 해제했다. 또 정부가 2009년 자치단체 권역별로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배정했는데, 수도권은 이미 2019년 말에 배정된 총량 27.8㎢를 초과 해제했다. 그러나 그린벨트를 해제한 결과, 공기업 땅장사와 건설사 집 장사 등으로 집값만 상승했다. 경실련 분석 결과 그린벨트였던 판교신도시 개발에서 LH공사, 경기도, 성남시 등 공공사업자 개발이익은 6.1조 원이었다. 10년 주택의 분양전환 과정 개발이익(2.1조 원)까지 더하면 총 8.2조 원 가까운 부당이득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장기공공임대주택은 5% 수준이며,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더욱 심화되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한들, 정작 정책에서 설정한 실수요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오래전부터 입증된 것이다.
 

집값 잡으려면 공급 시스템부터 개혁해야

 
정부는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전에 공급 시스템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 불공정한 분양제도를 개선하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만큼 환경 파괴식 대규모 신축공급이 아닌 공영개발을 통한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선분양제 국가이다. 소비자들은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수억 원을 주고 산다. 건설사는 소비자가 낸 돈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선분양제로 인해 분양가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지고, 소비자들은 수억 원을 지불하고 입주한 아파트에서 각종 하자 문제로 고통을 겪는다. 정부는 2018년부터 공공부문에서 단계적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서울시는 공공분양 주택만 60% 완공 후 분양하고 있다. 이제는 공공, 민간 가릴 것 없이 전면적인 후분양제 도입이 필요한 때다. 후분양제와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시행하고, 선분양 시 분양권 전매를 폐지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용산정비창, 서울의료원 부지 같은 알짜배기 땅을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공공이 직접 개발해야 한다. 토지임대 건물분양 아파트는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소비자에게 분양하되 최대 8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싱가포르, 스웨덴 등 선진외국에서는 보편적 주택공급방식이다. 토지를 공공이 보유하기 때문에 지가상승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 저렴한 주택 공급확대 및 공공자산 증가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집값폭등으로 민간택지의 바가지 분양이 넘치는 현실에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공공이 보유한 토지에서의 값싼 건물분양 주택공급 확대가 매우 절실하다. 토지가 아닌 건물만을 분양하면 평당 500만 원에도 충분히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저렴한 새집이 도심 적재적소에 공급될 때 주변 집값도 내려갈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공공재건축도 개발이익환수 장치와 세입자 대책부터 제대로 손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의 재건축 사업은 지자체가 합법적으로 용적률과 층수제한을 기존 단지보다 높여준다. 하지만 이에 따른 개발이익환수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재건축 단지 내의 공공임대 확충 또한 미미하다. 토지주와 건설업계에 로또만 안겨주고 있다. 재개발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경실련 분석결과, 세운재개발 사업에서 토지주에게는 3.6조 원, 민간사업자에게는 5000억 원의 막대한 불로소득이 돌아갈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가세입자 대부분은 재정착하지 못한 채 내쫓겼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거론하려면 개발이익환수 장치와 세입자 대책부터 제대로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집값 잡으려면 투기 먼저 잡아야

 
정부가 진정으로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집값을 낮출 의지가 있다면 환경을 파괴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그린벨트 해제 공급책이 아닌 다주택자들이 사재기한 주택이 주택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세제 특혜폐지, 재벌법인 토지 보유세 강화,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등 강도 높은 투기근절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대책으로 발표된 26만 호에 서민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일부에 불과하다. 70%는 과거처럼 판매용 아파트다. 신규주택 건설로 공기업과 건설업계에 막대한 부당이득을 안겨줄 것이고, 이후에는 투기세력들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지난 10년간 500만 호의 새 주택이 공급됐지만, 260만 호는 다주택자가 사재기했다. 당장 공급효과가 발생하는 효과적인 공급책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700만 호를 시장에 내놓게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4일 정부가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태릉 육사골프장 부지 개발 및 공공재건축 등을 통한 13만 호 계획이 포함됐다. 태릉골프장은 그린벨트 지역이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훼손해놓고 다시 고밀도 투기조장 아파트 주거지로 개발하려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는 보존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다. 정부는 태릉골프장 부지에 들어설 총 1만 가구 중 4천 가구를 민간분양으로 공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6천 가구는 공공분양 25%, 공공임대 35% 비율로 들어간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태릉골프장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그린벨트 주택공급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신규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반대도 무시하고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전량 공공주택으로 공급하지 않고 40%나 민간분양으로 공급하려 한다. 
 
수도권 인구가 2600만 명으로 전국의 5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단순히 서울 집값이 아닌 국토균형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면적은 전국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88% 면적의 지방인구보다 많을 정도로 수도권 초집중화가 심각하다. 태릉골프장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고밀재건축까지 도입해 수도권에 13만 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면서까지 균형발전을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 
 
부동산 공급은 공급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집값은 영원히 잡을 수 없다. 건설산업 부양과 공급확대 자체가 정부의 정책 목표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일관되게 밀어부치고 있는 공급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언제든 반드시 환수되고 과도한 부동산 소유는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부동산을 더 이상 투기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투기를 완전 차단하는 정책이야말로 23번씩 복잡한 정책을 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집값 안정대책이다.
 
글/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부동산건설개혁본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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