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강변개발을 둘러싼 욕망 친수구역

청계천 ⓒ함께사는길 이성수
 
20대 중반, 사회생활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내가 환경연합에서 하천 분야 활동가로 일을 시작한 후 가장 많이 이해해보려고 노력한 사람이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다. MB는 한반도대운하를 왜 하고 싶은 걸까, 왜 4대강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나, 4대강사업으로 기대하는 효과가 진심인걸까, 진심이라면 우리가 얼마나 미울까 등등. 그를 이해해야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 끝에 MB를 비롯한 꽤 여러 사람들이 4대강사업에 대해 나름의 진정성이 있다는 결론에 닿았다. 그리고 그런 억울함으로 우리를 꽤 미워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나를 비롯해서 누구나 마음 속에 4대강사업과 같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 
 

친수공간과 지역개발이라는 성공 패키지

 
그가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참여했던 한강종합개발(1982~1988)을 보자. 한강 양쪽에 보를 만들어 물을 채우고 강바닥을 파내고, 유람선을 띄우고, 강변도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강바닥을 파낸 흙으로 제방을 쌓고, 강을 바라보는 곳에는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섰다. 70년대 고속성장 이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한강에는 유람선이 유유히 떠가는 야경이 황홀함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에도 한강이 죽어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개발 국면에 도취된 많은 이들에겐 와 닿지 않았으리라. 
 
MB가 서울시장으로 있었던 그때 청계천복원 사업은 어땠나. 그는 청계고가도로 건설로 사라진 청계천을 2년 만에 뚝딱 다시 만들어냈다. 한강 물을 끌어와서 다시 흘려보내는 방식과 문화재 훼손, 인근지역 영세상인들을 내몰았다는 숱한 비판을 받았지만 시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도심 속 친수공간이 생겼고, 청계천 주변 지가도 상승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8할이 청계천사업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승승장구해온 MB는 한반도대운하라는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친수공간조성과 이 공간을 누리는 인근지역개발’의 맥락에서 4대강사업은 국토 전역으로 스케일을 키운 한강종합개발이고 청계천사업이다. 늘 성공해왔다고 생각했을 테니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4대강사업이 완공되고 나면 시민들이 좋은 평가를 해줄 것’이라는 말은 MB가 입 밖으로 내뱉은 최고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늪에 빠진 수자원공사

 
2010년 1월 13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발의(대표발의 백성운)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수법’)’이 통과되고, 이후 한 달도 안 되어 급조된 ‘시행령안’이 제정 공포되었다. 친수법은 ‘친수구역 및 친수구역조성사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이 법의 규제에 관한 특례보다 완화되는 규정이 있으면 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는 특별법 중에서도 특별법에 해당한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강변을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며, 개발이익의 80퍼센트를 환수해 4대강 개발비용으로 쓸 수 있다. 친수법 시행령에 의해 ‘하천구역 경계로부터 양안 2킬로미터 범위를 50퍼센트 이상을 포함한 지역(즉 최대 4킬로미터 범위의 지역)’을 친수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었다. 수공이 일단 빚을 좀 땡겨서(?) 4대강사업 공사를 하면 이후 강변개발로 이를 다 메울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수공이 친수구역 개발로 빚을 갚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위 무소속 이해찬 의원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가 제공한 하천관리기금 효용성 자료 확인 결과 친수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관련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수법 개정을 위해 선행되어야하는 국가재정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18·19대 국회에서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0대 국회서는 발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수공은 4대강사업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친수구역,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친수구역 지정고시 현황을 보면 2014년 지정된 대전, 나주, 부여가 마지막이다. 부산에코델타시티는 영남권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면서 에코델타시티 북쪽 주거용지가 소음, 고도제한 등으로 사업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대전 갑천지구 정도가 추진중이고 나주와 부여 지구는 답보상태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은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표류하고 있다. 박영순 전 구리시장은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추진에 사활을 걸다가 허위사실을 게시한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확정 받고 퇴장했다. 외국인 투자를 통해 추진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식수원 수질을 위협하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것이다. 그 외에 경인아라뱃길 친수구역 지정은 그린벨트 해제물량 부족으로 중단되었다. 
 
MB가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가지 예측에 실패했지만, 대표적으로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녹조가 이토록 심각해질 줄 몰랐던 것 같고, 또 다른 하나는 강변개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비와 공격 모두 실패인 셈이다.
 
MB에게 4대강의 생태계는 애당초 관심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강물이 녹조 곤죽이 되어 숨을 헐떡이는 물고기, 금강에서 폐사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 큰빗이끼벌레나 외래종조차 씨가 마르고 깔따구나 실지렁이만 가득한 상황이 그에게는 전혀 뼈아프지 않을 것이다. 만약 현 상황에서 한 두 곳이라도 친수구역 개발에 성공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사람들의 환심을 살 수도 있을 것이고, 4대강사업에 대한 평가도 공(功)과 과(過)로 나뉘었을 것이다.
 

개발 프레임에 사로잡힌 사람들

 
친수구역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는 짐작컨대 사업성 있는 강변부지는 지난 성장과정에서 이미 거의 개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7~8퍼센트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의 기성세대는 부동산 불패신화에 젖어있다. 난항을 겪고 있지만 부산에코델타시티와 대전갑천지구는 어쨌든 개발의 삽을 뜨게 될 것이고, 시장은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지역의 개발사업과 결합한 4대강사업은 다시 우리 안의 개발욕망인 MB를 만나게 된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 관련 대응을 하면서 도움을 받은 한 구리지역 진보정당의 정치인은 지난 5년 사이 당적을 두 번 바꾸면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지금은 친수구역 개발론자가 되어있다. 구리 친수구역 개발을 우려하던 가장 오른쪽 정당 출신의 정치인들은 타 정당 소속 시장이 물러나자 다시금 친수구역 개발을 외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강르네상스 반대 기류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 역시 한강 인근지역 개발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측은 경제전문가들의 몫이겠지만 우리는 4대강사업의 결과물을 목도하며 새로운 대안이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 4대강 수질과 생태계를 복원함은 물론이고, 강을 둘러싼 우리의 개발 욕망을 다시금 돌아봐야 할 때이다. 우리는 친수법 폐지를 요구하면서, 사람들에게 어떤 도시를 제안하면 좋을까. 우리에게 남겨진 큰 숙제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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